여행기

남미 43일 배낭 여행 -88. 민박집에서

푸른비3 2024. 6. 15. 12:39

2015. 11. 6. 금.

어제 아침에 나는 민박집을 나서면서, 길잡이에게 도저히 부엌에서는 잘 수 없으니 투어를 다녀온 저녁에는 다른 숙소를 잡아 달라고 부탁하였다. 딱한 사정을 알게 된 주인아주머니가 아들의 빈방을 빌려주었다. 아들의 방이라 모든 게 조심스러웠지만, 부엌에서 옮겨 간 간이침대에서 편하게 잠을 잤다. 나는 가능한 나의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애썼다.

 

아침에 눈을 뜨니 창으로 밝아오는 여명을 볼 수 있었다. 검은 구름이 서서히 장밋빛으로 변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밖에는 바람이 센 고장이었지만, 창으로 바라보니 거울처럼 고요하고 잔잔한 바다였다. 마을은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세상의 모든 아침은 경건하고 아름다웠다. 나는 일어나 아침기도와 묵주기도를 하였다.

 

이 집의 아들은 대도시의 의과대학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하였으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가업을 잇기 위하여 학업을 포기하고 어머니를 도와 농장일에 뛰어들었는데 인근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고 하였다. 우리에게도 얼마나 싹싹하고 친절한지 참 잘 키운 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빈이라는 이름의 아들에게 방을 빌려줘서 편안하게 잘 사용하였다는 인사와 함께 한국에 올 기회가 있으면 밥 살테니 전화하라는 쪽지를 남기고 가벼운 마음으로 짐을 꾸려 공항으로 이동하였다.

 

다빈이 방에서 잠 잘자고 창으로 본 아침이 밝아오는 모습

 

 우리가 머문 한인 민박집.

 

맑은 아침해가 비치기 시작한 민박집 근처의 마을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