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남미 43 배낭 여행- 87. 우슈아이아에서 길을 잃고

푸른비3 2024. 6. 15. 12:37

저녁에 한인 민박집에서 킹크랩 파티를 하기 위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아침에 출발하기 전 꼼꼼하게 주인아주머니가 다리가 아픈 나를 위해 선착장까지 차로 픽업해 주면서 민박집주소를 적어 주었는데,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니, 마을의 모습이 익숙하지 않았다. 지나가는 차를 세워 주소를 내밀어 물었더니 자세하게 가르쳐 주었다. 그런데 주소의 번지가 일정하게 이어지다가 그만 뚝 끊어져 버렸다. 그곳부터는 다른 지명이 나오자 룸메이트와 나는 당황하기 시작하였다. 이 골목 저 골목 헤매어도 우리가 찾는 도로명과 지번은 없었다.

 

근처 도로가에 차를 세워놓고 운전석에 앉아서 전화를 하고 있는 청년의 모습이 보여 다가갔다. 그 청년의 전화기가 LG 스마트폰이어서 반가웠다.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였더니, 반가워하였다. 우리는 주소를 보이면서 길을 잃었다고 하였더니 그는 자기가 데려다주겠다고 하였다. 어쩔까? 순간 망설이다가 청년의 호의를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룸메이트는 어쩌자고 모르는 남자의 차에 타느냐고 하였지만, 우리는 두 명이고 청년은 한 명인데 걱정하지마. 라고 큰소리치면서 내가 먼저 차에 올랐다.

 

청년은 우리를 태우고 달렸는데 우리가 예상했던 방향을 벗어나 한참을 달렸다. 문득 무서운 생각이 들어 스톱~! 외쳤더니 청년이 차를 세워 주었다. 큰소리쳤지만 어쩌면 납치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무서웠다. 결국 마을 주민의 도움을 받아 택시로 민박집을 찾아갔다. 나중에 주인 여자의 설명에 의하니 집주소의 동네 이름에 산(머트리얼?)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어서 잘못하면 산으로 갈 수 있다고 하였다.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않아 청년의 호의를 못 받아들였으니, 그 친절한 청년에게 한편으로는 미안하고, 한편으로는 고마웠다.

 

 

상가.

 

마을의 작은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