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작별곁에서

푸른비3 2023. 9. 9. 10:48

2023. 9. 9. 토

작별 곁에서

신경숙 연작소설

창비(2023. 5.3 초판 1쇄 발행. 5.8. 초판 2쇄 발행)

(2023. 9.2~9)

 

늦더위가 심하지만 나는 9월을 가을이라고 여긴다.

처서가 지나면 바람속에 가을이 숨어 있어 고슬고슬하다.

9월의 시작과 함께 내가 좋아하는 신경숙의 소설을 읽었다.

 

신경숙은 <풍금이 있던 자리>, <바이올렛>, <엄마를 부탁해> 등의

소설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작가였지만,

2015년 <오래전 집을 떠날 때>가 표절시비로 화제가 되었고,

그 이후 그녀의 작품을 읽지 못해 궁금하고 안타까웠는데,

올해 봄 <작별 곁에서>를 발표하여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작별 곁에서>는 봉인된 시간. 배에 실린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

작별 곁에서 3편의 편지 형식의 연작소설이었다.

 

-봉인된 시간-은 미국의 뉴욕에 살고 있는 화자인 내가(74살)

허리케인 샌디의 영향으로 전기도 끊기고 도로도 침수된 집에서

8년 전 1년간 뉴욕에서 머물다 한국으로 돌아간 선생님(화가)에게

독백형식으로 쓴 편지이지만 결국 보내지 않은 편지글이었다.

 

시인인 화자는 1979년 현역 장교인 남편을 따라 두 아들을 데리고,

3년간 근무할 예정으로 뉴욕에 체류하고 있던 도중 한국의

대통령 시해 사건에 연루되어 남편은  이등병으로 강등되고

모든 것이 변해 버려 귀국도 못하고 뉴욕에서 이방인으로 떠돈다.

한국을 떠나온 후 17년 만에 '한 민족시인대회'참석차 서울을

방문하였지만, 너무나 변해 버린 한국에 모국으로 돌아갈 것을 체념한다.

 

-배에 실린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는 인도 출신 설치미술가의 작품명을

따 온 것으로 젊은 시절 스승이자 고고학자인 남편을 따라 독일로 갔다가

뮌스터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 쓴 이메일 형식의 편지로, 화자인(화가)

내가 암으로 고통받는 친구에게 만나고 싶다고 전화와 메일로 연락을 하지만,

친구로 부터 나도 너를 만나고 싶다는 답을 받지만, 결국 오라는 허락을

받지 못하고, 친구의 허락을 받으면 곧장 갈 수 있는 위치의 도시,

파리에서 쓴 편지형식의 글이었지만 친구는 죽어 굴참나무 밑에 뿌려졌다.

 

-작별 곁에서-는 이 책의 주인공 역할을 한 나는 코로나 팬데믹속에서

서울로 떠나 제주로 와서 8년 동안 답을 하지 못한 시인에게 쓴 편지글이다.

나는 8년 전 1년 간 제주살이를 하기 위해 제주로 왔다가 딸의 갑작스러운

죽음의 소식을 듣고,서울로 돌아갔으나 딸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무기력 속에서 생활하다, 바이러스로 모든 도시들이 마비된 상태에서

역설적으로 선생님께 답장을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제주로 왔으나,

밖으로 나가지 않고 집에서만 머물며 제대로 생활을 할 수 없는 상태였는데,

집주인이자 간호교사인 유정씨의 도움으로 다시 밖으로 나와,

제주 해녀들의 숨비소리를 듣고, 4.3사건에 살해되었던 주민들의 무덤을 찾는다.

 

-작가의 말-에서

오래전 뉴욕에서 일년간 체류했을 때 알게 된 분이

한국사에 연루되어 여태 돌아오지 못한 그 분의 삶이 이 연작소설의

서두를 열어준 -봉인된 시간을,

 

내가 서른이었을 때 공부하러 모국을 떠난 친구가

돌아오지 않고 더 먼 곳으로 떠나는 일이 닥쳤고, 느닷없는 작별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헤매다가 분노에 차서노트에 적었던 메모가

-배에 실린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를 쓰게 되었다고 하였다.

 

-작별 곁에서-는 마음이 곤두박질칠 때나 알레르기가 올라오는

가려운 몸을 다스리기 위해 제주의 거친 땅과 해풍 사이를 걸어다녔는데,

4.3사건때 모두가 사망한 자들의 방치된 무덤이나 표석들을

마주칠 때 그 앞에 주저앉아 바람이 잠잠해질 때를 기다리면서

쓴 독백형의 편지였다고 하였다.

 

나는 이번 소설에서 다시 한번 서경숙은

역시 타고난 소설가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화자처럼 그녀들과 함께

뉴욕에, 뮌스턴에, 제주에 있는 듯 하였고

그들의 외로움과 아픔을 공감하는 듯 하였다.

그녀의 글처럼 내 마음에는 공원의 굴참나무가 흔들렸고,

바람이 불었으며, 해녀들의 숨비소리가 들리는 듯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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