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23. 수
선재의 노래
공선옥 소설
창비 2023. 4.28.초판 1쇄 발행
(2023. 8. 20~22)
내가 좋아하는 공선옥 작가의 최신작
<선재의 노래>를 읽었다.
여지껏 읽었던 공선옥의 산문이나 소설과는
조금 다른 형식의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할까?
아니면 성장소설이라고 해야 할까?
소설은 1. 할머니 생각.
2. 사람들. 3. 나는 열세 살이다. 4. 할머니 안녕.
작가의 말. 로 구성되어 있다.
선재는 13살 소년.
아버지는 공사장에서 사고로 돌아가시고
할머니와 함께 농촌에서 산다.
이 세상에서 할머니를 가장 사랑하면서도
때로는 투정도 부리고 응석도 부리는 할머니.
그 할머니도 '우리 강아지' 하면서 선재를 끔직이 여긴다.
여름방학 첫날, 할머니가 콩나물을 팔려 장에 갔다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쓰려져 그대로 돌아가신다.
선재는 할머니를 장에 나가는 할머니를 도와주기 싫어
방학을 하였으면서도 학교에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상필이 집으로 놀려갔는데 마을 이장으로부터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받고
자기가 할머니를 도와 함께 장에 가지 않아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생각하며 죄책감을 느낀다.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순간에도 그것도 모르고
자기는 계란프라이를해서 볶음밥을 해 먹은 것,
돌아가신 후에도 자신은 배가 고파 밥을
물에 말아 먹으면서도 죄책감을 느낀다.
슬퍼 우는 선재에게 상필이 할머니는,
"사는 것이 가랑잎이나 한가지여. 바람 한번 건듯 불면
또르르 굴러가 부러. 이쪽에서 저쪽으로 굴러가 분당게.
잡도 못 허게 또르르, 가 부러." 한다.
글 속에는 전라도의 사투리가 많이 나오지만
그 뜻을 알아듣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고 오히려 정겹다.
나는 그때 확실히 알았다. 할머니는 옷을 벗듯, 몸을 빠져나가서
떠났다는 것을. 그러니까 할머니는 굴러가지도, 건너가지도,
돌아가지도, 없어지지도, 스며들지도 않고 떠났다.
다시 오지 못할 아주 먼 곳으로(p28)
선재가 확실히 알았다는 이 글은 어쩌면 공선옥 작가의
독백이 아닐까....생각된다.
(공선옥이 재혼한 남편이 지난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지인의 내게 살짝 귀뜸해 주었던 사실)
다행히 선재의 주변에는 마음 따뜻한 이웃들이 많아
선재에게 위로도 해주고 음식도 챙겨다 주었다.
선재는 할머니가 살아 생전 찾아갔던 무수골 미륵사지 동백숲에
할머니의 유골을 뿌리고 그곳에서 생활한다.
마음 따뜻한 여러 사람들이 선재를 입양하여 함께 살고 싶어 하였지만,
선재는 절에 남고 싶어 하고 300년 넘은 팽나무 위로 올라가
그동안 잊고 있었던 콧노래를 부른다.
작가의 말에서 공선옥은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아닐까.
이 글의 주인공 선재처럼 나도 작년에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을 겪었다.
(중략)
열세 살 선재의 슬픔에 육십 살 내 슬픔이 기대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났다.
그리고 다시 봄이다.
사방에서 꽃이 피고 새 움이 돋는 봄이 왔다. 라고 하였다.
공선옥의 글을 읽으면
늘 외로운 사람. 제도권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아온 듯한 공선옥 작가에게 앞으로는,
사방에서 꽃이 피고 새 움이 돋는
그런 봄같은 생활을 할 수 있기를 바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