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코미디 퀸

푸른비3 2023. 11. 25. 21:04

2023. 11. 25. 토


코미디 퀸

2023. 11. 25. 오후 1시

서울역사박물관 야주개홀

 

지난 주 토요일에 이어 2023유니크 영화제 4번째 날.

지난 주의 이탈리아 영화 <여덟 개의 산>에 감동을 받아

나머지 영화는 가능한 빠짐없이 보고 싶었다.

 

집에서 어영부영 하다보니 오전시간은 너무나 빨리 지나가

1시 상영하는 영화를 보기 위해서 서둘러야만 하였다.

 

이번 주 상영하는 영화 <코미디 퀸>은

예니스 예거펠드의 원작소설 <코미디 퀸>을 

스웨덴의 영화 감독 산나 렌켄이 감독한 영화다.

 

2022년 뮌헨 국제영화제. 

2022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수상을 하였으며

2023년 제18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에서도

상영되었다고 하였다.

 

헐리우드 영화가 대세를 이루는 우리나라에서

스웨덴 영화는 보기 어려운 귀한 영화라는 생각으로

헐레벌떡 서울역사박물관에 도착한 시각은 정각 오후 1시.

 

서울역사박물관 관계자의 인사말에 이어 

영화평론가 허남웅님의 해설이 있었다.

스웨덴의 영화 규모는 한국에 비하여 적지만

수준 높은 작품을 여러개 소개해 주셨지만,

나에게는 모두 생소한 영화들이었다.

 

13세 소녀 사샤는 지난 가을

갑자기 엄마를 잃고 슬픔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다.

사샤는 눈물이 나오면 하늘을 바라보며 누으면

눈물이 다시 눈으로 들어가 흘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하며

결코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반면 아빠는 엄마가 죽은 후 웃음이 사라졌다.

가끔 숨어서 우는 아빠의 모습을 지켜 본 사샤는

모든 사람을 웃게하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되고 싶어한다.

 

사샤는 엄마의 생각을 지우기 위해

엄마가 하였던 모든 생활을 바꾸기로 결심한다.

평소 엄마의 긴 머리 모양을 생각나지 않게 하기 위해 삭발하기.

엄마의 항상 책을 읽던 모습을 지우기 위해 책을 읽지 않기.

엄마의 사랑을 기억하지 않기 위해 살아있는 것에 관심 끊기.

 

사샤는 이 결심을 하나하나 실천해 나간다.

단짝 친구의 도움을 받아 탐스러운 금발 긴머리를 밀어버리고,

자신의 방에 있던 책들을 단체에  기증하고

그렇게 갖고 싶었던 강아지를 생일 선물로 아빠가 입양한다는 말에

왜 자기와 상의하지 않았느냐고 짜증을 낸다.

 

사샤는 학교의 공부시간에도 책을 읽는것을 거부하고

평소 자신을 괴롭혔던 여자친구가 엄마를 정신병자라고

욕하고 가버리자 쫒아가 밀치고 폭행을 한다.

 

담임 선생님의 전화를 받은 아빠는 폭행당한 그 친구에게

찾아가 사과하라고 하니 절대 사과하지 않겠다.

사과를 하느니 차라리 죽어버리겠다고 아빠를 위협한다.

 

나중에 아빠와 그 친구집에 찾아가 사과를 하면서

사실을 그 친구도 아빠와 이혼한 아픔이 있는 친구라는것을 알게 된다.

 

삼촌의 도움으로 코미디 지도를 받고

의상도 구입한 후 코미디대회에 나간 사샤는

할머니. 삼촌, 아빠를 초대한 대회장소에서

드디어 아빠를 웃게 한다.

 

아빠의 차를 타고 들판을 달리면서 아빠와 함께 부른 

Take me home country road.(존 덴버의 히트곡)

단짝 친구와 자전거를 달리며 미소짓는 모습에서

나는 내 딸 아라를 떠 올렸다.

 

내 딸 아라도 15세 사춘기 시절에 갑자기 아빠를 잃고

사샤와 같은 슬픔을 감추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아라는 아직도 자기의 방 장롱속에

아빠의 이름표가 달린 작업복을 걸어 놓고 있다.)

 

내가 아이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하였듯이

아라도 내 앞에서는 울지 않았지만

아빠와의 추억으로 속으로 얼마나 많이 울었을까 생각하니

영화속의 사샤가 아빠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

내 눈물은 걷잡을 수 없으리만치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자막이 서서히 올라가자

사람들은 모두 그림자처럼 조용하게 일어나 나갔지만,

나는 한참이나 일어날 수 없었다.

화장지를 꺼내 눈물, 콧물을 닦고서야 밖으로 나왔다.

 

감독 산나 렌켄의 역량도 대단하지만

사샤 역할을 한 시그리드 욘손.

아직 소녀의 티를 벗어나지 못한 그녀의 연기도 대단하였다.

 

제목이 코미디 퀸 comedy queen이지만 

나는 오히려 sorrow queen, sadness queen

이라고 붙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코미디퀸의 샤사.

 

서울역사박물관 담당관의 인사

 

코미디퀸의 한 장면

 

감독 산나 렌켄.

 

예니스 예거펠드의 원작소설을 영화화.

 

허남웅 영화평론가의 영화해설.

   *    *    *

아래는 스웨덴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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