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일본 다카마츠 여행 -끝. 나오시마 지중미술관

푸른비3 2023. 7. 22. 22:22

2023. 7. 19. 수.

 

나오시마 섬에서는 시간이 촉박하여 스케쥴을 잘 세워야 했다.

우리는 1시 36분  농협 앞에서 출발하는 100엔 버스를 타고

츠쓰지 정류소에서 내려 베넷세 셔틀 버스를 타고 지중 미술관으로

올라가야 했는데 잘 아지 못한 곳이라 잠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지중미술관 사무실에서 내리니 우리의 가이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길을 헤매던 병아리가 엄마를 만난 것 처럼 반갑고 마음이 놓였다.

우리는 사무실에서 예약한 2시 입장 티켓을 받고 다시 길을 나섰다.

 

이곳도 사무실을 통하여 미술관으로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마치 모네의 지베르니 정원처럼 잘 가꾸어진 정원을 따라

비탈진 길을 따라 올라가야 지중 미술관으로 들어갈 수다.

잘 다녀오라는 가이드와 기념 사진을 찍고 다시 헤어졌다.

 

지중미술관은 안도 타다오가 지하에 지은 땅 속 미술관이다.

안도 타다오의 건물의 특징인 콘크리트 벽이 노출된

복도로 연결된 지하 3층으로 이어진 전시관이지만

자연 채광이 들어와 땅 속이라는 것을 느끼기 어려웠다.

 

경사로를 따라 내려가니 하늘이 열린 삼각형의 공간에

불규칙적인 돌들이 깔려 있어 원주 산 뮤지엄과 비슷했다.

삼각 정원의 곳곳에 관객들이 하늘을 올려다 보는 모습이 보였다.

 

원주 산 뮤지엄과 달리 이곳은 실내 사진은 거의 찍을 수 없었다.

어딜 가나 직원이 감시의 눈을 떼지 않아 아예 카메라를 닫아 버렸다.

마치 미로를 더듬어 가듯이 조심조심 통로를 따라 걸었다.

 

지하 2층에는 넓은 전시장안에 클로드 모네의 수련 연작이 있었다.

이곳은 신발을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고 전시장을 들어가야 했다.

화보에서 보았던 수련 연작. 커다란 크기의 그림이 5점 있었다.

지하이지만 자연광으로 작품 감상을 할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지베르니 정원을 만들어 손수 정원을 가꾸었던 모네.

하늘의 구름이 수면에 반영되어 수련과 조화를 이루었다.

수면위의 수련과 잎사귀들이 바람에 일렁이는 듯 했다.

 

그 다음에는 빛의 작가 제임스 터렐의 전시관.

원주 산 뮤지엄에도 그의 작품이 있었는데 생각하며 갔더니

길게 줄이 이어져 있어서 우리는 포기하고 다른 방으로 갔다.

 

지중미술관의 세 번째 작가는 월터. 드 마리아.

다행히 이곳은 쉽게 입장이 가능하여 들어갔더니

넓은 전시장에 지름 2.2m 검은 화강암 덩어리가 있었다.

 

작품  <시간, 영원. 시간 없음>이 자연광 아래 웅장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층층의 계단에 관람객은 앉거나 서서 고요한 침묵속에 감상하고 있었는데

마음이 바쁜지 나는 별다른 감흥을 느낄 수 없어 잠시 머물다 밖으로 나왔다.

 

긴 나무의자가 놓인 공간이 시원하여 그곳에서 다리를 쉬고,

카페에 가서 창밖을 내다보고 사진을 찍고 화장실을 다녀 온후

아라와 함께 밖으로 나오니 가늘게 비가 내리고 있었다.

 

셔틀 버스를 타기 전 미술관 오르는 길목의 화사한 꽃들을 바라보며

전시관의 작품들 보다 자연이 훨씬 더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며

백남준의 " 모든 예술은 다 사기다." 라는 명언을 떠 올리며 미소지었다.

 

셔틀 버스를 타고 내려 가다가 문득 내 전화기가 생각났다.

가방을 다 뒤적여 보아도 없었다. 머리가 하얗게 되고 현실 같지않았다.

더 이상 미적거릴 수 없어 손을 들어 버스에서 내렸다.

 

배가 떠나는 5시까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아라는 먼저

셔틀 버스를 타고 가라고 하고 나는 뒤도 보지 않고 달렸다.

금방 내려온 길이 어찌나 멀게 느껴지는지 숨이 목에 차올랐다.

 

셔틀 버스를 기다렸던 사무실에 가서 사정을 이야기 하였다.

이곳에서 스마트폰 습득하여 맡긴 것이 없다고 하여

지중미술관에 들어가서 찾아볼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하였다.

 

먼저 선착장으로 간 줄 알았던 아라가 숨을 헐떡이며 사무실로 들어왔다.

"아니 너는 먼저 가라고 하였는데?...." 아라에게 미안하고 고마웠다.

우리의 사정을 들은 사무원은 미심쩍어 하며 재 입장 메모를 주었다.

 

다시 '다리야 나 살려라' 하고 미술관으로 들어가

입구의 직원에게 물으니 분실 전화가 맡긴 게 없다고 하여,

내가 앉았던 의자 밑, 화장실, 락커 등을 가보았으나 없었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고 아라는 그냥 포기하라고 하였지만

미술관에 오는 사람은 남의 물건을 가져 가지 않으리라는

짐작과 꼭 찾을 수 있을리라는 믿음으로, 포기할 수 없었다.

 

어디에서 내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었더라?....

생각을 더듬었으나 아무런 기억도 떠 오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카페에 가서 물으니 잠시 기다리라고 하였다.

 

어쩌면.... 절망 속에서 희미하게 희망이 느껴졌다.

내 스마트 폰의 색상과 기종을 묻더니 함께 사무실로 갔다.

잠시 기다리라고 한 후 눈에 익은 내 스마트폰을 가져 왔다.

어머나....세상에.  이렇게 감사한 일이....눈물이 살짝 났다.

 

인사를 하고 다시 숨이 차도록 달렸다.

시간을 기다려 셔틀 버스를 타고 가면 늦을 것이다.

일단 뛰다가 택시를 만나면 타고 가야지....

아라도 내 뒤에서 긴 치마를 휘날리며 뛰었다.

 

몇 년 전 아라와 독일여행지에서 저먼 카드를 잃어 고생시켰는데

또 다시 이런 바보짓을 하다니....

아라에게 너무나 미안하고 볼 낯이 없었다.

땅속으로 떨어지고 싶었다.

 

뛰다가 돌아보니 택시 한 대가 내려오고 있었다.

무작정 도로로 나서서 손을 흔들어 차를 세웠더니,

택시가 아니고 사무원 복장을 한 젊은 여성이었다.

우리의 사정을 이야기 하니 문을 열어주었다.

 

배 떠날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심장이 조여오는 듯 하였다.

우리가 도착할 미우라 항구의 마지막 배 시간이 5시라고

이야기 하니 걱정마라고 하면서 침착하게 운전을 하였다.

저만치 우리가 도착해야 할 항구의 붉은 점박이 호박이 보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얼마를 드리면 되겠느냐고 물었다

아라는 그냥 엄마가 가진 돈을 몽땅 드리라고 하였다.

나도 정말 그러고 싶었지만,

그 여성은 "다이죠부...."하면서 돈을 받지 않았다.

 

더 이상 돈을 내밀 수 없어 나는 한국에서 가져온

하늘색. 분홍색상의 누비천으로 만든 컵받침 기념품을

내밀었더니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아리가도우" 하면서 받았다.

경황이 없어 연락처도 드리지 못하고 거듭 인사만 하고 내렸다.

 

내가 탄 자동차가 항구로 들어오니 우리 가이드가

도로로 달려 나와 그 여성에게 감사 인사를 하였다.

다른 일행들도 낙오가 될 뻔한 우리를 모두 반겨주었다.

나 때문에 다른 일행까지 마음 고생을 시켜 드려 죄송하였다.

 

계획대로 내려 왔다면 나오시마의 상징인 선착장 주변의

쿠사마 야요이의 빨간 점박이 호박. 노란 점박이 호박 앞에서 

기념 사진도 찍었을텐데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들었지만 

제 시각에 무사히 호텔로 돌아갈 수 있음에 감사하였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많은 일본 현지인들의 도움을 받았다.

내가 "스미마센...."하고 부르면 모두가 귀를 귀울여 주셨고,

자신의 하는 일을 중단하고 나를 도와주었다.

나 역시 나의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이 있으면

기꺼이 도우리라 새삼 다짐하였다.

 

역사를 왜곡하고, 자국의 해양오염수를 전 인류가 사용하는

바다에 버리려고 하는 일본은 여전히 싫은 이웃 나라이지만,

그곳의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선량하고 좋은 이웃 사람들이었다.

 

참고서적:

 

*다카마쓰를 만나러 갑니다

 글. 사진 이예은

 세나북스

 

*일본 소도시 여행

  박탄호 지음. 

  플래닝북스.

 

*일본 소도시 여행

  지은이 우승민.

  꿈의 지도.

 

*걸어서 세계속으로-일본편

  KBS제작팀

  봄빛서원

 

츠스지에서 베넷스 셔틀버스로 환승.

 

사무실에서 티켓을 받아 가이드를 따라나오니

모네의 지베르니 정원을 연상시키는 정원이 있었다.

 

 

아라에게 돌아오는 방법을 설명해주는 가이드 최미라님.

 

아라와 함께기년사진 한 장.

 

한 장 더....

 

가이드 최미라님과 한 장.

 

지중 미술관 입구.

 

지하에 있는 미술관이지만 이렇게  자연광을 안으로 끌어들인 설계가 놀라웠다.

 

콘크리트가 그대로 노출된 외관.

하늘이 열려 있어 땅속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삼각 정원에 깔린 다양한 크기의 돌.

 

지중미술관의 3명의 전시 작가

 

모든 전시실은 사진촬영 금지.

 

하늘만 찍을 수 있었다.

 

카페.

나는 사실 이곳에서 앉지도 않고 사진만 찍었는데....

 

긴 의자에서 다리를 조금 쉬고.

 

삼각형 정원으로 내려 가 보았다.

 

마지막으로 사진을 하나 찍었더니 이곳도 사진 촬영 금지라고....

 

밖으로 나오니 비가 가늘게 내리고 있었다.

 

지베르니 정원을 나와 사무실 앞에서

셔틀 버스를 탈 적만 하여도 전혀 스마트폰은 안중에 없었다.

 

안도의 한 숨을 쉬며 붉은 호박 사진을 찍고 승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