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방

가까이 하기에 너무나 먼 당신-태백산

푸른비3 2013. 12. 30. 22:47

 

2013.12.28. 토.

송년산행이라고 하기에 무슨 산인줄도 모르고 꼬리를 달고 입금을 하였다.

기말 시험의 부담에서 벗어났고, 꽃방회원들과 그 해방감을 누리고 싶었다.

잠실운동장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어 계단아래로 내려가니

역시 짐작대로 꽃방 회원들이 오르르 모여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배낭을 벗어놓고 누구에게도 이야기 하지도 않고 화장실 가는 것이

조금 찜찜하였으나 되돌아가서 이야기 하는 것도 뭣해서 그냥 갔다.

생각보다 볼일이 쉽게 해결되지 않아 끙끙거리다가 나오니

그 많던 회원들은 모두 떠나가고 내 배낭만 덩그러니 엎드려 있었다.

 

에그머니나....설마....나를 두고 간 건 아니겠지?

6번 출구를 찾아 급히 계단을 올라갓으나 흔적도 없었다.

에구....내 걱정이 현실이 되었구나....나 혼자 남겨두고 ㅠㅠㅠ

급하게 화니님에게 전화를 걸어도 받지를 않는다.

마침 차 한대가 들어오고 그제서야 저 아래 줄지어 선 우리 회원들이 보였다.

어휴....다행이다....

 

차를 타고서야 태백산으로 가는 것을 확인하였는데

거리감각이 둔한 나는 태백이가 어디에 붙었는지도 모른채 버스에 실려갔다.

곧 도착하겠거니.....생각했는데 무려 3시간이 넘는 거리였다.

그제서야 몇년 전 눈꽃산행을 갔던 곳이 바로 태백산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얼핏 머리속에 떠 올랐다.

 

그때도 어찌나 추웠는지 다시는 겨울 태백산을 안 가리라 했는데

몇년사이에 그것을 잊고 또 내가 겨울 태백산을 찾았단 말인가?

스멀스멀 걱정이 되기 시작하였다.

그때보다 장갑도 두텁고 속바지도 챙겨 입었으니 낫겠지?

스스로에게 위로와 격려를 하면서 산행을 시작하였다.

 

손가락안에 비닐장갑을 끼고 그 위에 등산 장갑, 또 그위에 벙어리 장갑.

마치 내 손이 내 손이 아니고 로보트의 손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3겹의 장갑을 어떻게 찬 한기가 들어갈 수 있었을까?

손가락에서 땀이 난 것이 비닐장갑때문에 수분이 고인탓이었을까?

점점 손이 시리기 시작하더니 마치 냉동이 되는 듯 하였다.

 

다시 비닐 장갑을 빼버리고 나니 조금 나은듯 하였는데

이제는 발끝도 시렵고 마치 얼음가루를 얼굴에 붓는 듯 하였다.

방한복에 개털모자를 눌려쓴 나의 모습은

마치 영화 '해바라기'속의 러시아 패잔병들 같은 차림이었다.

 

그 추위속에서 나는 손가락 꺼내기가 싫어 사진도 안 찍었다.

곁에 같이 가는 아재는 춥지도 않은지 연방 사진을 눌려댄다.

그냥 기다리기 뭣해서 나도 장갑을 벗고 사진을 몇장 찍었다.

촛점을 맞추고 조절하는 것도 귀찮아 그냥 꾹꾹 눌려댔다.

 

신령스러운 민족의 영산이니 어쩌니....하는 것도 귀찮았다.

그냥 따듯한 방속에 들어가서 눕고 싶다는 생각뿐....

능선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돌을 던지면 쨍그랑 소리가 날 듯 투명하였다.

그 파란 하늘에 길게 띠를 드리운 하얀 구름도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 구름도 얼음알갱이라고 하였으니 그대로 저곳에 얼어붙었구나.....

 

그래도 목적지 2 천제단까지 가서 점을 찍고는 오고 싶었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돌로 싼 단위에 올라가 인증사진만 후딱 찍고 되돌아 나왔다.

그 추위속에서도 배는 고파 아제가 갖고 온 쌀국수 한그릇 뚝닥.

컵라면 국물을 엎질렸는데 얼마후 그 국물이 그대로 얼어붙어 버렸다.

 

그나마 뜨거운 국물이 들어가니 한결 나았다.

눈위에 서있는 것이 발이 시려워 먼저 서둘러 내려왔다.

뒤에서 시경이가 웃음소리가 맑은 대기위에 더 높게 들린다.

돌아보니 비닐 장판으로 만든 눈썰매를 타고 내려온다.

나도 한번 타 보았으면....그러나,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

 

머리위로 올라온 커다란 배낭을 맨 젊은이들이 올라온다.

그 가방에 무엇이 그렇게 많이 들었느냐고 물어보니

산에서 야영을 할 등산용품들이 들어있단다.

 

잠시만 있어도 추운 산에서 야영을 한다니?

혹시 석유 난로같은 것 가지고 다니세요?

매트를 깔고 침낭속에 들어가면 그리 춥지 않다고 하였다.

세상에나....젊음이 좋기는 좋구나.....

안전산행을 기원한다는 인사를 하며 내려오는 길도 어찌나 먼지.

역시 태백산은 나에게는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나 먼 당신이었다.

 

주차장에서 바라본 하늘.

 

관광안내도.

 

내가 산행할 곳의 안내도.

 

안내판.

 

앞서가는 일행들.

 

 

눈꽃산행을 기대하였는데....아쉬웠다.

 

아쉬움을 이 나무에 쌓인 눈으로 대신.

 

 

고목에 붙은 매미치고는 좀 살찐 매미인가?

 

ㅋㅋㅋ

 

여러마리의 딱정벌레들?

 

 

 

장갑벗기가 무서워 대충 누른 사진들.

 

 

이 나무는 그래도 장갑을 벗고 찍어야지.

 

 

 

 

사람이 많아 옆모습을 찍은 천제단.

 

 

 

장군봉에 하도 줄선 사람이 많아서....

 

고사목.

 

산의 물결위로 흐르는 하얀 띠구름 조각.

 

이 구름들도 얼어붙었는지 꼼짝도 안하고 붙어 있었다.

 

늙은이의 주름같은 산의 주름.

 

제 2 천제단.

 

 

 

 

눈썰매타는 시경.

 

커브길에서 꼬부라진 시경.

 

야영을 하려가는 젊은이.

 

안전산행하고 오세요. 손 흔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