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27.일.
중간고사가 금요일 저녁 끝났다.
그동안 집안 행사와 국내외 여행이 겹쳐 산행을 못하였다.
가을은 깊어가는데 가을빛이 물든 산에 오르지 못하니
애태우는 마음은 마치 연인을 그리워하는 마음과도 같았다.
드디어 시험도 끝나고 가벼운 마음으로 불암산 공지에 꼬리를 달았다.
가을은 너무나 짧게 우리곁에 왔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므로
하루하루가 금쪽처럼 귀하게 여겨졌고 허투로 보내기 싫었다.
곧 다음달 초 카나다로 향하기로 예정되어 있으니
그곳에서 돌아오면 이미 겨울의 문턱에 서 있을것이다.
정확히 10시에 4호선 당고개 1번 출구에 나서니 벌써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재황,기수,남일, 용성, 혜자, 그리고 나.
조금 후 호국이가 도착하고 소주와 막거리를 채우고는 곧 언덕길을 올랐다.
초입부터 가파른 언덕길위에 마치 내가 60.70년대를 거슬러 온 듯한 마을이 있었다.
좁은 골목에는 이제는 기억속에서 사라진 매캐한 연탄가스 냄새가 피어 나왔다.
좁은 공간에도 푸성귀를 심어 일용한 양식을 가꾸는 착하고 부지런한사람들.
자투리 땅에도 꽃을 가꾸어 남루한 일상에서도 생을 가꾸는 따듯한사람들.
누군가의 집에서는 시큼한 김치찌개를 끓이는 냄새가 났다.
곧 가파른 산행이 시작되었다.
눈길을 채가는 환한 단풍빛은 아니어도 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연갈색과 황갈색,암갈색과 적황색의 가을빛이었다.
그 은은한 가을빛이 너무나 좋아 나는 자꾸만 발길을 멈춘다.
아, 정말, 종다.
자연은 어디에 이렇게 은근한 색상을 숨겨두었다가
가을과 함께 이렇게 온화하고 부드러운 가을색을 하나씩 끄집어내는 것인지?
불어오는 바람에 나뭇잎이 핑그르르 맴을 돌며 떨어진다.
이제 곧 나무들도 겨울채비를 하고 겨울속으로 사라지겠구나.
한해의 마감을 저토록 황홀한 빛깔로 물드는 나무들이 경외스럽다.
내 황혼도 저렇게 아름답게 채색하고 떠나야할텐데....
멀리 도봉산의 하얀 바위들이 마치 저세상인 것처럼 희미하게 보인다.
시야가 조금만 더 환하였으면....하는 욕심을 부려본다.
새벽에 추웠다가 한낮에는 등에 땀이 베일 정도지만 하늘은 눈이 시리게 파랗다.
일년 중 이렇게 좋은 날이 과연 몇 날이나 있을까?
불암산은 정상으로 오를수록 다양한 형태의 바위와
분재같은 소나무로 더욱 느끼고 보는 즐거움을 가져다 주고,
잎이 떨어진 나무에 다닥다닥 붙은 붉은 열매는 결실을 말해준다.
산행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친구들이 부추겨주지만,
여전히 바위산행은 두렵기만 하여 무릎이 자꾸만 오그려든다.
엄살을 부리는 나를 위해 여러 친구들이 앞에서 손을 잡아주고,
발등으로 버팀목을 만들어주고 무거운 엉덩이를 밀어준 덕분에
험난한 바위산을 엄금엉금 기어 국기가 휘날리는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혜자가 가져온 배암술,
호국이가 끓여준 김치찌개.
재황이가 바닷냄새를 맡게해주겠다고 가져온 굴젓.
용성이가 맛깔나게 무쳐온 싱싱한 게장무침.
오늘도 친구들이 있었기에 즐거운 산행이었다.
시대를 거슬러 오른듯한 연탄재 쌓인 골목.
가파른 언덕길위에도 삶은 이어진다.
짜투리땅에서 나팔꽃도 피었다가 지고.
삶을 아름답게 가꾸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보편적인 심성이리라.
창안의 주인이 누구인지 궁금해진 하얀창.
빨간 우편함에 어떤 편지가 들어있을까?....
이마를 맞댄 좁은 골목길.
잊었던 연탄가게.
푸성귀가 자라고.
산골마을의 가을.
사방이 온통 가을빛이다.
돌길이 더욱 가을의 운치를 더해준다.
마치 저 세상같은 희미한 북한산.
아스라히 매연속에 잠긴 아파트촌.
멀리 도봉산.
혜자가 가져온 배암술.
호국이표 김치찌개.
커다란 바위사이의 단풍들이 더욱 곱다.
단체사진.
쥐바위.
쥐바위.
붉은 열매가 더욱 가을을 실감하게 한다.
두꺼비 바위.
정상을 오르는 사람들.
정상 표지석
정상 인증사진
거북바위.
재황이는 암벽타기가 그리운 모양이다.
하산도중 걸음을 멈추고 가을속의 공기를 마신다.
저 오솔길을 따라 곧 가을이 우리곁을 떠나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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