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방

눈꽃이 만발한 선자령.

푸른비3 2012. 12. 16. 23:13

2012.12.15.토. 안개 자욱한 날.

 

갑자기 몰아친 한파에 몸과 마음이 얼어 붙는 듯 하였다.

12월 겨울의 문턱에  풍성하게 내린 첫눈.

그러나 보는 것과는 달리 도심에 내린 눈은 얼어붙어

골목길 나서는 게 두려웠고 금방 누더기처럼 변해 버렸다.

 

송년회 겸 눈꽃산행을 한다는 공지가 올라 서둘러 꼬리를 잡았지만,

전날 전국에 비가 내려 어쩌면 눈꽃이 빗물에 씻겨 버렸을지도 몰라.

그다지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대관령 언덕을 오르자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처럼 온 세상이 하얗다.

바람도 없고 포근한 날씨였다.

 

옅은 안개인가 하였는데 수증기같이 가느다란 눈이었다.

사방은 희미하여 앞서가는 사람도 금방 사라져버린 듯 하다.

영화 <나니아 연대기>의 장면처럼 피안의 세상인 것 같다.

저 멀리 동화책 속의 <눈의 여왕>이 나를 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다.

 

두툼한 솜이불을 덮어 쓴 나무가지들은

지난 번 국립박물관 특별 전시실에서 보았던

이인상의 <설송도>를 눈앞에 펼쳐 보는 듯 하다.

마치 그림속을 휘적휘적 걷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하고 노래한 문정희 시인의 <겨울사랑>처럼

나도 그냥 천년백설이 되고 싶었다.

 

순백의 세상에 오래동안 잠겨 있으니

나도 순수한 사람이 된 것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모든 번뇌와 욕망과 내려놓고

그냥 슬그머니 길을 잃어버려,

눈속에 갇혀 버리고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조그만 산길에 흰눈이 곱게 내리면....

이렇게 시작하는 김효근 작곡한 <눈> 노래를

끝없이 마음속으로 노래하며 산길을 걸었다.

 

마치 딴 세상에 온 것 같은 등산 초입.

 

이인상의 <설송도>를 여기 펼쳐 놓은 듯 하다.

 

보는 것과는 달리 이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에게는 귀찮은 눈이 되어 버렸다.

 

설국의 세상에서 모두가 순수하고 조그맣게 변해가는 듯 하다.

 

 

이렇게 풍성하게 눈이 내려....

 

온 세상을 포근히 감싸 안았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지천이다.

 

인증사진 한장.

 

 

뒤를 이어오는 일행들.

 

앞서가는 일행들....모두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것은 하얀눈이다.

 

금방 안개속으로 사라져 간 사람들.

 

아스라히....

 

 

 

 

이 나무 그대로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면?

 

이정표.

 

 

 

눈속을 산악자전거를 타고 내려 오는 사람들도 만났다.

 

 

 

 

 

 

 

안개 자욱한 초지-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더욱 신비스러웟다.

 

같이 걸었던 마음님.

 

아, 여기 설송도.-저 나무안에 들어가면 포근할 것 같다는 생각.

 

 

이쯤 풍력 발전기의 바람개비가 나타날텐데?.....

자세히 보니 유령도시의 풍차처럼 조용히 날개가 움직이고 있엇다.

 

눈밭에 가면 영화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

 

벌렁~! 등을 뒤로 하고 눕고 싶었지만.....

 

눈안개속에 우리 일행들은 이곳에서 간단히 컵라면.

 

서서히 안개가 벗겨지는 듯....

 

가지에 피어있는 눈의 섬세함이 마치 비단 레이스같다.

 

ㅎㅎ 이 눈으로 만든 레이스를 그대로 살짝 걷어... 내 속옷에 달고 싶다.

 

내 작은 마음도 하얗게 물들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