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15.토. 안개 자욱한 날.
갑자기 몰아친 한파에 몸과 마음이 얼어 붙는 듯 하였다.
12월 겨울의 문턱에 풍성하게 내린 첫눈.
그러나 보는 것과는 달리 도심에 내린 눈은 얼어붙어
골목길 나서는 게 두려웠고 금방 누더기처럼 변해 버렸다.
송년회 겸 눈꽃산행을 한다는 공지가 올라 서둘러 꼬리를 잡았지만,
전날 전국에 비가 내려 어쩌면 눈꽃이 빗물에 씻겨 버렸을지도 몰라.
그다지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대관령 언덕을 오르자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처럼 온 세상이 하얗다.
바람도 없고 포근한 날씨였다.
옅은 안개인가 하였는데 수증기같이 가느다란 눈이었다.
사방은 희미하여 앞서가는 사람도 금방 사라져버린 듯 하다.
영화 <나니아 연대기>의 장면처럼 피안의 세상인 것 같다.
저 멀리 동화책 속의 <눈의 여왕>이 나를 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다.
두툼한 솜이불을 덮어 쓴 나무가지들은
지난 번 국립박물관 특별 전시실에서 보았던
이인상의 <설송도>를 눈앞에 펼쳐 보는 듯 하다.
마치 그림속을 휘적휘적 걷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하고 노래한 문정희 시인의 <겨울사랑>처럼
나도 그냥 천년백설이 되고 싶었다.
순백의 세상에 오래동안 잠겨 있으니
나도 순수한 사람이 된 것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모든 번뇌와 욕망과 내려놓고
그냥 슬그머니 길을 잃어버려,
눈속에 갇혀 버리고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조그만 산길에 흰눈이 곱게 내리면....
이렇게 시작하는 김효근 작곡한 <눈> 노래를
끝없이 마음속으로 노래하며 산길을 걸었다.
마치 딴 세상에 온 것 같은 등산 초입.
이인상의 <설송도>를 여기 펼쳐 놓은 듯 하다.
보는 것과는 달리 이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에게는 귀찮은 눈이 되어 버렸다.
설국의 세상에서 모두가 순수하고 조그맣게 변해가는 듯 하다.
이렇게 풍성하게 눈이 내려....
온 세상을 포근히 감싸 안았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지천이다.
인증사진 한장.
뒤를 이어오는 일행들.
앞서가는 일행들....모두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것은 하얀눈이다.
금방 안개속으로 사라져 간 사람들.
아스라히....
이 나무 그대로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면?
이정표.
눈속을 산악자전거를 타고 내려 오는 사람들도 만났다.
안개 자욱한 초지-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더욱 신비스러웟다.
같이 걸었던 마음님.
아, 여기 설송도.-저 나무안에 들어가면 포근할 것 같다는 생각.
이쯤 풍력 발전기의 바람개비가 나타날텐데?.....
자세히 보니 유령도시의 풍차처럼 조용히 날개가 움직이고 있엇다.
눈밭에 가면 영화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
벌렁~! 등을 뒤로 하고 눕고 싶었지만.....
눈안개속에 우리 일행들은 이곳에서 간단히 컵라면.
서서히 안개가 벗겨지는 듯....
가지에 피어있는 눈의 섬세함이 마치 비단 레이스같다.
ㅎㅎ 이 눈으로 만든 레이스를 그대로 살짝 걷어... 내 속옷에 달고 싶다.
내 작은 마음도 하얗게 물들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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