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6. 일. 맑음.
계사년 새해 맞이 첫 정기산행은
김유정의 흔적 가득한 금병산을 올랐다.
연일 혹한이 계속되어 산행하기가 두려웠는데,
이 날은 다행히 포근하고 햇살마저 눈부신 날이었다.
늦게 출발한 카페지기 혜자를 포함하여 모두 21명.
상봉역 9시 2분 출발 김유정역 10시 30분 도착.
전철이 있으니 이렇게 춘천이 가까워졌다.
매일 허둥지둥 바빴는데 첫 산행만큼은 절대 늦지않으리라
결심하여 도착하니 약속시간보다 10분이나 일찍 도착하였다.
내가 오면 다 온 것이라고 민재는 우스개 소리를 하였지만,
아직 우리 조장을 비롯하여 많은 친구들이 도착하지 않았다.
전철안은 평소보다 한산하여 우리 친구들이 함께 화기애애
간식을 나누며 이야기 꽃을 피우기 적당하였다.
김유정역에 도착하여 장비를 챙기는데
총무 난희가 나에게 흰봉투를 하나 내밀었다.
"이게 뭐꼬?"
댓글 및 산행후기 글 많이 올린 공로상이란다.
내가 좋아 한 일인데 이런 봉투까지 받으니 부끄러워
얼른 배낭속에 집어 넣었는데,
집에 돌아와 확인하니 현금 5만원이 들어 있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우리 회원 친구들을 위해 사용해야지....
게으름 피우지 말고 산행 후기 재깍재깍 올려야지.....
금병산은 지난해 첫 정기 산행을 한 곳이믈 낯이 익은 산인데도
길치인 내게는 처음 가는 산인냥 전혀 방향 감각이 없다.
마을을 벗어나 산길 초입에 이르니 울창한 잣나무 숲이다.
앞 서 가는 친구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부지런히 발길을 옮기니
어느새 몸은 더워지고 등에서 촉촉히 땀이 밴다.
이래서 아무리 추워도 산에 가는 사람은 춥지 않다고 하는 모양이다.
산길을 오르며 나무 하나하나 유심히 바라본다.
잎이 무성한 여름에는 그 놈이 그놈 같아 잘 구별이 되지 않았는데
옷을 모두 벗어버린 겨울 나무들은 제 마다 특색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물푸레나무는 하얀 줄기에 드문드문 갈색무늬가 선명하다.
언젠가 들은 숲 해설가의 말처럼
가장 아름다운 여인은 옷을 벗었을 때의 모습처럼
나무도 옷을 벗어버린 겨울 나무가 가장 아름답다고 한 말이 실감나는 듯,
상수리나무, 밤나무,낙엽송, 물푸레나무, 진달래. 철쭉. 동백나무....
제각각 자태를 드러낸 모습이 아름답다.
김유정 소설 속의 동백나무는 우리가 알고 있는 동백나무가 아니다.
소설속이 동백꽃은 봄이면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노란 꽃을 피우는
생강나무를 이 마을에서는 동백나무라고 하였단다.
소설속의 점순이와 봉필이가 바로 이 길을 걸었으리라 생각하며
하얗게 눈으로 덮힌 산길을 걷는데 맑은 하늘에서 하얀 눈발이 날린다.
분명 하늘은 끝없이 맑고 푸른데 이 날리는 눈발은 어디서?....
둘레를 살펴보니 지난번 나무가지에 쌓인 눈이 바람결에 흐르는 것이었다.
마치 메마른 나무가지가 추워 보여 하얀 털실로 감싸 놓고 싶었나 보다.
하얗고 투명한 성에같은 눈옷이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다.
몇번이나 가는 길을 멈추고 감탄을 하였다.
드디어 정상에 태극기가 나부끼고 일행들은 비닐 하우스로
이글루같은 집을 만들어 그곳에서 옹기종기 점심상을 준비한다.
나는 먼저 정상을 밟고 싶어 나무 목책을 올라가니
이름을 알 수 없는 조그만 새들이 사람을 피하지도 않고 모여든다.
눈에 덮혀 먹이를 구하지 못한 새들이 등산객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받아 먹기 위해 두려움도 없이 모여드는 모습이
자연과 사람이 하나가 된 듯 하여 보기 좋았다.
부대찌개. 과매기, 홍어,알탕....
남친들이 끓여주는 여러가지 음식들로 배를 잔득 채우고는 하산.
하산길은 잛아 금방 산행이 마무리되어 약간 아쉽다고 하였지만,
나에게는 이 정도의 산행이 알맞은 것 같아 속으로 방실방실.
초입에 지어놓은 김유정 문학촌에 들려 복원해 놓은 생가도 구경하고
기념전시관에 들려 그의 흔적도 더듬고 소설속에 나오는 점순이네에서
춘천 닭갈비와 막국수로 배불리 먹으니 누구도 부럽지 않다.
친구들아,
올 한해도 건강 잘 지키어 행복한 삶을 엮어 가자꾸나.
전철안에서.
도착한 김유정역은 멋들여진 한옥 역사다.
사제관입구의 조형물-솟대. 성당은 보이지 않았다.
안내판.
좀 더 확대하여.
마른 풀위에 핀 설화.
멋지게 지은 집들.
울창한 잣나무길을 지나.
앞 서가는 친구 종필이.
굽어져 가는 길목도 정답다.
앞서가는 친구들.
마른 나무가지가 모두 하얀 털옷을 입은 모습.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옷감으로 단장한 나무들.
맛있는 과매기로 한잔 술을 나누고.
또 다시 산행.
이정표.
양지쪽에는 눈들이 다 녹았다.
이글루를 지어놓고 점심준비를 하는 친구들.
남친들이 끓여주는 맛있는 찌개.
정상에 나부끼는 태극기.
두려움도 없이 손안에 날아오는 이쁜 새.
하산길.
산행대장은 오늘 다라 기분이 좋아 싱글벙글.
잣나무 숲을 내려가는 친구들.
마을입구의 수채화 소재.
안내판.
소설속의 닭사움을 하는 풍경을 재현해 놓았다.
김유정동상.
생가의 초가지붕에 고드름이 주렁주렁.
기와를 얹어도 될 듯한 몸체에 초가지붕을 얹은 이유는
그 당시 가난한 이웃들에 대한 조부의 배려에서 였다고.
이웃들이 제대로 끼니도 못 이어나가는 것을 보고, 조부는 초가지붕을 얹고 굴뚝도 낮게 만들었다고 한다.
기념전시관.
전시관 내부의 전시된 출판물들.
점순네 식당에서 먹은 닭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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