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방

가을빛이 내려오는 도봉산 (자운봉,마당바위. 천축사)

푸른비3 2010. 9. 19. 21:00

2010.9.12. 비

집에서 가장 손쉽게 갈 수 있는 도봉산.

걸어서 뚝섬유원지역에서 7호선을 타면  도봉산 입구에서 하차. 

지난 봄과 초여름 서너번 우이암쪽으로 산행하였기에

이번에는 자신있게 지인과 산행을 하기로 약속.

 

이상하게 주말만 되면 내리는 비.

다행히 9시경에는 하늘이 말간 얼굴이라 가볍게 길을 나섰다.

이번에는 내가 자주 갔던 우이암쪽의 반대편 천축암으로 오르기로 했다.

 

가보지 않앗던 길은 항상 설레임으로 다가온다.

오늘은 어떤 경관이 나를 기다려 줄까?

전에 한번 망월사쪽으로도 가 보았기로

도봉산은'쉽게 내게 가슴을 열어주리라 했는데

내가 영 잘 못 생각하였나 보다.

 

천축사를 지나 마당바위에 오르니

온통 운해로 지척의 분간이 어렵다.

다시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한 관음암으로 향하니

기어이 떨어지는 빗방울.

 

관음암뒷쪽의 바위로 돌아 오르니 계속 바위의 연속이다.

이제 그만 편안한 길로 하산하고 싶은데

내 앞의 길잡이는 내게 등만 보이고 저만치 앞서가기만 한다.

나를 너무 과대평가하였을까?

내가 이렇게 겁보이고 몸이 무거운 걸 모르는 걸까?

야속하기만 하다.

 

아래에서 올라오는 안개로 앞은 구분도 안되는데

내 앞은 떠억 가로막는 커다란 짐승같은 암벽.

이게 바로 자운봉인가?

발은 미끄럽고 시야가 흐려 그냥 바라보기만 하여도

아득한데 먼저 성큼성큼 올라가 버린다.

 

어저란 말이냐?....

계속해서 비는 쏟아지고 나혼자 내려 갈 수 없어

이를 악물고 나도 쇠난간에 의지하여 암벽을 오른다.

더행히 내려오는 길은 따로 있으니 서로 부닥히지 않아서좋다.

 

무순 봉인지도 모르고 정상에서 너무 배가 고파

앉지도 못하고 바위에 기대어서 깁밥을 몇개 밀어 넣는다.

내 도시락은 꺼낼 엄두도 내지 못하고.....

 

막상 내려가려고 하니 그냥 울고만 싶다.

꿈이라면....그래 꿈속에서 나는 이런 어려운 경우를 당하면

꿈을 깨면 그만이었는데.....

이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어떻튼 내 발로 기어서 내려 가야만 한다.

다시는 이런곳에 오는지 봐라~~~~~

 

여러 사람이 쩔쩔매는 내 모습을 보고 겁내지 말고

그냥 가볍게 발을 내딛어라고 하지만 그게 쉬운가?

벌벌 떨면서 내 발이 땅에 닿는 순간 휴~! 안도의 숨을 내쉰다.

 

마당바위를 다시 돌아 내려오니 그제야 비가 개인다.

아까는 비속이라 먹지 못한 간식을 그제서야 꺼내어 먹는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우리 앞에 다가온 고양이 한마리.

들고양이인가?

 

고양이는 개처럼 사람에게 착 안기지 않는다.

항상 우아하고 교만스러운 자세다.

분명 냄새를 맡고 왔으면서도

가까이 다가와 먹이를 달라고 하지 않고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고 도도한 자세로 앉아 있다.

 

그 도도함이 좋아 내가 햄 한조각을 던져주자 날쌔게 채서는

보이지 않는 곳으로 살금 가서 먹고는 또다시 앞에 와 앉는다.

두어번 더 줘도 끝이 없다.

손으로 저리 가라고 가르키자 그제야 딴청을 부리며 간다.

끝까지 우아한 자세를 흩뜨리지 않고.

 

가방을 챙겨 내려 오르고 하니 그제야 맑은 하늘에

도봉산의 장엄한 자태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아쉬운 마음에 몇번이고 뒤를 돌아본다.

다시는 무서워서 안 오르고 했는데.....

어쩌나.....아름다운 비경을 보지 못했으니

다시금 기회가 오면 오르고 싶다는 욕망이 실실 피어 오른다.

이래서 우리는 또 산으로 오르는 모양이다.

 

 오늘은 천축사 잇는 방향으로.

 

 밧물에 말갛게 개인 숲길.

 

 맑은 물이 눈에 밟혀 그냥 오르기가 힘들다.

손이라도 한번 담그고 갔으면....

 

 오른쪽 사람이 뜸한 등산길로 선택한다.

 

 천축사 오르는 길은 계속 계곡을 끼고 오르니 좋다.

 

 계단을 오르니 문뜩 얼굴을 내미는 하얀 바위.

 

 저건 무슨 봉우리인가?

이름은 모르지만 하얗게 드러낸 모습이 황홀하다.

 

 무지개 다리위에서 흐르는 냇물에게 내 마음 실어 보고

 

 지금의 내위치가 여기구나.

 

 길가에 있는 안내판.

 

 나도 진달래와 철쭉을 잘 분간하지 못하였는데

이것을 보면 이제 확연하게 구별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렁차게 흐르는 물소리에 발길을 자주 멈춘다.

 

 잠깐만요. 저 물에 손이라도 한번만....

 

 연일 내린비로 귀하게 폭포를 볼 수 있었다.

몇번 다녀 갔지만 폭포를 보는 건 처음이라고 사람들은 말하였다.

 

 제법 높이도 있고 수량도 많다.

 

 비릿한 밤꽃향기 맡은제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렇게 밤이 익어가는구나.

 

 천축사오르기전 마치 해골같은 바위가 나타난다.

 

 천축사 오르는 게단에 있는 이 해골바위가 의미심장하다.

 

 500나한인가?

자세히 바라보니 조금씩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천축사 전경.

천축은 신라의 혜초가 쓴 <왕오천축국전>의 천축과 무슨 관련이 있는 절인가?

 

 먼저 샘물로 목부터 축이고....

 

 竺이란 대나무 축인데?

주변에 둘러 보아도 눈에 들어오는 대나무도 없다.

  

 마침 에불시간인 모양이다.

나도 옆문으로 들어가 삼배를 하고.

 

 법당에서 나오니 앞의 500나한상이 눈앞에 들어온다.

 

 

 

 

 

다시 비가 오려나? 사방에서 몰려오는 구름과 안개.

 

 천축사를 지나 마당바위로.

 

 어느산에나 조금 넓은 마당 바위가 있나보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마당바위에 앉지도 못하고 왼편으로 돌아가려는데 눈에 샛노란 꽃이 나 좀 봐줘~!  한다.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하는 비.

 

 올여름처럼 비가 잦은 해는 없었다.

 

 관음암앞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빗속에서도 유난히 붉은색은 시선을 끈다.

 

 이곳 바위 아래에도 촘촘히 들어앉은 불상이.

 

 관음앞의 뒤로 해서 계속 길은 이어지고.

 

 우뚝우뚝 미끈한 바위들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그냥 하산하엿으면....하는 내 바램은....

 

 동아줄에 메달려 오르고 내리고....

 

 힘들기는 하지만 이런 멋진 광경을 볼 수 있으니...

 

 현재의 내 위치.

  

 저 앞을 가로막은 바위는 무슨바위?

 

 오르고 내리고는 여러번....

 

 빗속에서도 꽃만 만나면 반갑다.

 

안개로 덮히니 영화 <아바타>속의 장면처럼 신비롭다.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바위들같다.

 

 앞을 가로막는 이 바위가 자운봉인가>

 

 아래서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자운봉의 앞의 바위로 사람들이 오른다.

 

 미끄럽고 힘든 곳을 올라야 하다니....

 

 겨우 겨우 오르니 봉우리 정상은 구름에 덮혀 사진으로만 전경을 상상해야만 하였다.

 

 안내문. 자운봉 만장봉 선인봉이 어느것인지?

 

 다시 손에 땀을 쥐고 내려와야 했다.

 

 바위틈에 뿌리내리고 서있는 소나무들.

 

 조심조심.

 

 희미한 그대.

 

 이 빗속에서도  왜 모두 오르고 싶어하는 걸가?

 

 나도 인증 사진 한장.

 

 안내판.

 

 낙상사고가 난 후 출입금비.

 

 다음에 다시 올 수 있을가?

 

 다시 밧줄에 의지하여.....

 

 험난하지만..... 

 내려오고 나니 대단하였다는 자부심이....

 

 간식을 먹는 장소에서 보니 두마리의 새가 사랑을 쏙삭인다..

 

 살그머니 다가온 고양이.

 

 먹이감을 가지고 은밀한 장소로....

 

 다시 시침을 뚝떼고 내 앞으로.

도도한 모습이 흥미롭다.

 

 서서히 안개가 개이고....

 

 자태가 드러나니 더욱 멋지다.

 

 30분 정도 경과하니 이렇게 말끔한 하늘.

 

 두려워하였던 마음은 사라지고 다시 오르고 싶은 욕망이 꿐틀~

 

 좀 더 가까이 당겨서.

 

 맑은 시야로 드러내는 시가지.

  

 멀리 남산타워도.

 

 수려한 자태의 도봉산.

 

머리에 마치 면류관을 쓴듯하다. 

 

 늦게 산에 오른 사람이 부럽다.

 

 이곳에서 또 목한번 축이고.

  

돌다리를 건너서.

 

 오늘도 포근히 나를 안아준 도봉산아, 안녕. 

  

하얀 비단을 펼쳐놓은 듯한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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