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방

비에 쫓겨 중도 하차한 관악산.

푸른비3 2010. 9. 10. 12:42

2010.9.5.일.오후 비.

 

서울 공대 - 무명능선-깔닥고개- 연주대 - 말고개 - 마당 바위 - 사당역 

 

2주동안. 일정이 겹쳐 산을 오르지 못하니 몸이 먼저 앞선다.

모처럼 일찍 준비하여 사당역에 도착하니 시간이 남아

화장실도 다녀오고 이곳 저곳 기웃하다 2번 출구에 와도 아무도 없다.

 

모두 아직 안 왔을리는 없는데?....어디로 갔지?

난희에게 전화하니 응, 지금 나도 출구로 나가니 쫌만 기다려....

아무래도 이상하여 산행대장님께 전화하니,,,,세상에나...

낙성대역이란다.

나이 드니 글자도 제대로 못 읽는가?

아침에 다시 들어가 보아도 분명 사당역이었는데....

 

낙성대역에서 다행히 대장님과 일행이 기다려 주었다.

에고....대장님 눈에 내가 말썽장이로 점 찍히겠다.

서울대를 한바퀴 도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내려서

안전산행을 외치고 몸도 풀고 곧바로 산행시작.

 

편안한 마음으로 시작하였는데 계속 암반의 연속이다.

나 혼자의 등반은 꿈도 꿀 수 없게 험하고 높은 바위들.

뒤에서 받쳐주고 앞에서 끌어주는 동지같은 친구들이

있었기에 나의 산행은 가능하였으리라.

(일일히 인사 못하였지만 정말 감사했다오.)

 

산위는 어느새 가을빛이 물들고 있었다.

자연은 이렇게 어김없이 제 갈 시각을 알고 준비하는구나.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에 점점히 흐르는 구름은

그동안의 힘든 마음을 다 위로해 주는 듯 하였다.

 

점심을 먹는 중에 은은히 들리는 천둥소리.

갑자기 하늘이 시커멓게 변하더니 여측없이 비가 쏟아졌다.

아직 갈길은 먼데....어쩌란 말이냐....

하산길은 사당역. 아직 5킬로나 남았는데

일행들은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벌써 4시 가까운 시각.

혼자 종일 지내고 있을 아라 생각에 또 나 혼자 먼저

하산하기로 마음먹고 일행에게 알리고 내려가야만 하였다.

 

가도 가도 끝없는 바위로 이루어진 하산길.

어디로 가야 사당역이 있는지도 몰라 혼자서 앞서가는

등산객에게 물으니 자기만 따라 오라고 한다.

 

약간 두려움도 생겼으나 그저 따라 가기로 하였다.

내가 걸음이 느리니 앞서 가던 그 젊은이는 몇번이나

걸음을 멈추고 나를 기다려 주었다.

산에 오르면 모두가 다 선한 사람이 되는 모양이다.

 

지나간 태풍 곤파스의 위력에 나무들이 뿌리째 뽑혀

길을 막아 산길이 끊어진 곳도 많았는데

그 젊은이는 용케도 다른 길을 찾아서 몇발짝 앞서 가다가

덤불이 덮힌 곳에서는 가지를 치워 길을 만들어 주었다.

 

역근처에서 변변히 인사도 못하고 먼저 앞서 가던 그분.

정말 감사합니다.

 

 

 

관악산은 이름값을 하는지 온통 바위산이다.

 

 만만하게 생각하고 나섰는데 계속 암릉을 올라야 한다.

 

 몸이 무거워 마음만 앞서고 발은 옮겨지지 않는다.

 

 삿갓같은 모자를 쓴 등산객이 나타났다.

 

 이번에도 나를 손잡아 주고 뒤에서 밀어준 친구님들 모두 고마워.

 

 어느새 잎들은 가을 채비를 하고 있다.

 

 건너편 바위로 이루어진 산들에게도 눈길 한번 나누어 주고....

 

 오르고 또 오르고....

 

 하늘에는 벌써 가을이 들어와 안겼다.

파란 하늘에 엷은 흰구름이 눈부시다.

 

 잠깐 발길 멈추고....

항상 느끼는 것은 산은 오를적마다 힘들다.

마치 살아도 또 내 앞에 다가서는 험난하고 고달픈 삶처럼.....

 

 멋진 바위숲을 지나서.

 

 이곳에서 또 숨 한번 고르고....

 

 아, 저 건너 바위위에 앉아서 독서하는 사람은?

 

 주변으로 잠자리가 빙글빙글 맴을 돌고....

 

 

 

 인간은 누구나 오르고 싶어하는 모양이다. 다만 나는 겁이 많아 바라만 볼 뿐....

 

 내 친구들 머리위로 하얀 구름이 뭉싯 뭉싯.

 

 이렇게 청명한 날씨가 점심을 먹은 후 천둥번개로 변할 줄은....

 

 신선같은 저 사람도 이제는 내려 올 모양이다.

 

 하늘로 향하는 인간의 염원처럼.

 

 연주대 바위위에 조그맣게 보이는 연주암.

 

 이곳이 법당지였을까?

 

 천둥 번개 요란하여 비옷으로 무장을 하고....

이곳이 관악사지라고 하였다.

 

 고개를 드니 아슬아슬하게 앉아 있는 연주암이 보이고.

 

비에 젖는 고래를 닮은 바위.

 

 맑던 하늘은 자욱히 구름이 덮히고.

 

 하산길도 계속 바위를 타고 넘어야 했으니....

 

 아래 인간 세상은 구름속에 아스라하고....

 

 알지 못하는 등산객 등너머로 안개속에 잠기는 산이 아름다워.

 

 비를 피하여 어느 등산객은 이 바위 아래서 점심을.

 

 이 바위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나 혼자 먼저 사당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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