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11.금.
과테말라에 입국하여 우리가 최초로 머문 호텔은 규모는 작았지만,
마치 중세 시대의 성주의 대저택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곳이었다.
복도는 약간 어둑침침하였으나 암갈색 묵직한 나무문을 밀고 들어가면
폭씬하고 넓은 침대와 벽난로까지 갖춘 방은 시간여행을 온 듯 하였다.
며칠 여유를 갖고 이곳에서 느긋하게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우리는 하루만 머물고 곧 빠나하첼로 이동해야 하므로 여유가 없었다.
아침 식사를 하려 로비로 내려갔더니 아직 식사준비가 되지 않아
나는 방에서 사진기를 가지고 나와 로비와 복도의 사진을 찍었다.
진열장에는 다양한 컵을 모아 진열해 놓았고, 초록색 목이 긴 유리병을
덩쿨모양의 검은 쇠창살 아래 얌전하게 얹어 놓은 것이며,
검은 그을름이 거뭇하게 남은 벽난로며 책과 그림 등 모두 내 취향이었다.
눈을 반짝이며 성주의 저택을 구경하듯 이곳 저곳을 기웃거렸다.
그때 복도를 지나가던 이곳 직원인 듯한 남자가 손짓으로 나를 불렸다.
닫힌 나무문을 밀어주며 호텔의 정원을 구경시켜 줄테니 따라 오라고 했다.
겨울을 맞이한 정원은 약간 쓸쓸한 분위기가 들었지만 여전히 아름다웠다.
시간을 거슬러 중세의 성주의 초대를 받은 기분으로 정원을 구경하였다.
호텔의 집사인 듯한 이 키가 작은 남자는 어느 종족의 원주민일까?
전체인구의 절반이 라디노라고 불리는 메스티조(원주민과 백인의 혼혈)이며
나머지는 23개 부족으로 이루어진 아메리카 원주민으로 키체족, 카크키켈족,
케크치족, 맘족, 마야족 등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나라라고 하였다.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메스티조들은 사회 각계에 진출하였으나 대체로 백인들의
영향력 아래에서 정체성이 부족한 반면, 원주민들은 순박하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폐쇄적인 생활을 영위하며, 백인들은 사회표면에 잘 나타나지 않지만
전체 인구의 7%를 차지하는 백인들이 이 나라의 경제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이방인인 나에게 호의를 베풀어 준 순박한 이 아저씨에게 "무차스 그라시아스!"
인사를 하고 기념사진도 찍고 식당으로 돌아오니 아직 아침 식사가 나오지 않았다.
오랜 시간 후 나온 음식은 겨우 팥을 으깬 스프와 계란 오믈렛과 구운 바나나였다.
음식은 별로 였지만 서빙을 해준 앞치마를 두른 뚱뚱한 여인은 친절하였다.
다양한 종류의 컵을 진열한 장식장.
창가의 초록색 목이 긴 병.
그을름 자국이 있는 벽난로.
벽의 그림.
나무 창살이 멋진 정원으로 향하는 나무문.
책을 읽을 수 있는 복도.
책꽂이뒤는 정원.
내가 머문 방.
육중한 나무 문이 인상적.
내게 정원을 구경시켜 준 원주민 아저씨.
겨울을 맞이한 정원은 거의 꽃이 진 상태였지만,
벽에 걸린 화분이며 수국이 아름다웠다.
내가 좋아하는 수국이 거의 시들어 가는 상태라 마음이 애잔하였다.
벽걸이용 화분들.
복도.
로비로 돌아오니 식당으로 모두 들어가고 아무도 없었다.
카운터에도 아무도 없고.
식당에서 식사를 기다리는 일행들.
저 건너편에 한무리의 단체 외국인들이 먼저 식사를 하고 있었다.
긴 시간 걸려서 나온 음식은 겨우 이렇게 간소한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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