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프렌치 수프

푸른비3 2024. 7. 6. 22:53
 

 

프렌치 수프(La Passion De Dodin Bouffant)

2024. 7. 5. 금. 오후 9:15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감독: 트란 안 홍

출연: 줄리엣 비노쉬. 브느아 마지멜

장르 :프랑스 로맨스 멜로 영화

상영시간 :135분

 

 

 

몇 달 전 친구의 초대로 <차이코프스키의 아내>를

로맨틱한 내용과 아름다운 러시아의 배경을 기대하고

집에서 먼 거리인 용산까지 갔는데,

내가 생각하였던 차이코프스키 아내의 모습과는 다른

미스테리 영화같은 영화를 보면서

내가 지금의 영화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구나.

나이가 드니 현 시대에 상영되는 영화도 이해하기 어렵구나....

위축되었다.

 

얼마 전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프렌치 수프>가 상영된다는

정보를 들었는데 우리집 근처의 극장에는 상영이 되지 않았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인 월드 타워에서도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시간이었고 그것도 하루에 한두차례 뿐이었다.

미루다가 어쩌면 놓쳐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덕수궁 미술관의 <한국 근현대 자수>전을 보고 

영화 <프렌치 수프>를 보려고 검색하였더니

밤 9시 15분 상영이었다.

집에 돌아갈 생각도 하지 않고 덜컥 예매를 해 버렸다.

집에 들어가면 다시 나오기 어려울 것 같아,

3시간의 공백을 나혼자 저녁도 먹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는 상영관이 많아 방향치 길치인 

내가 제대로 찾을 수 있을까 걱정되어 일찍 올라갔다.

다행히 시간안에 예약된 좌석에 앉았는데, 손님이 열 명 남짓.

이러니 곧 상영이 종료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의 어느 시골의 밭에서 야채를 채집하는모습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도댕이 운영하는 식당이 배경이었는데,

전원 풍경과  1885년의 부엌 풍경이 퍽 마음을 부드럽게 하였다.

한 쪽 벽면에서는 장작불이 활활 타오르고 숯을 이용하는 취사대.

수많은 냄비와 조리기구들을 능숙하게 다루는 외제니와 도댕은

눈빛과 손발이 척척 맞는 사이좋은 연인이자 동료로 보였다.

그들은 요리를 하는 과정에서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였다.

 

영화속의 수많은 요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요리는 프랑스구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진지하게 요리하는 과정이 잘 묘사되었다.

야채, 버섯, 생선과 소고기와 닭을 손질하고 와인을 붓고,

거름망으로 버터를 거르고 스튜를 끓이는 모습은

마치 제사장이 제사를 드리는 것처럼 성스럽기까지 하였다.

 

그런데 문득, 인간이 저토록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서 요리를

해야 하는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밭에서 가져온 야채를 흙만 툭툭 털어내고 날 것으로

먹으면 안되나? 생선이나 고기도 그냥 불에 구워서 먹지?

오래 전에 읽었던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이 떠 올랐다.

 

평소에 요리하기 싫어하는 나에게는 부엌에서 외제니가

비올레타와 폴린의 보조를 받으면서 그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 너무나 힘겹게 보였다.

사실 외제니는 요리하는 중에도 잠시 어지러움으로 쓰러졌다.

도댕의 친구들은 외제니의 요리를 즐기는 상류층 사람이었다.

그들이 왜 함께 식사를 하지 않느냐고 물었을때 외제니는

"저는 여러분이 드시는 음식을 통해 대화를 한다"고 말하였다.

 

함께 20년을 같이 요리법을 연구하고 음식을 만들다 보니

자연히 도댕은 외제니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껴 청혼을 한다.

그러나 외제니는 그냥 이대로가 좋다고 거절한다.

목가적인 들판을 산책하면서 지금 인생의 가을이라고 하는

도댕에게 외제니는 자기는 여름이라고 말하지만 불치의 병으로

갑지기 죽음을 맞이하고 도댕은 그 상실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다가 다시 요리를 배우기 위해 찾아온 폴린이 계기가 되어

오직 외제니를 위한 요리를 하기 위해 다시 일어선다.

 

초저녁 잠이 많은 나는 졸음을 쫒기위해 물을 마시고

눈을 크게 뜨려고 노력하였지만,

영화의 진행이 너무 잔잔하여 깜박 졸기도 하였다.

진지하게 요리를 하는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프랑스의 낭만적이고 목가적인 풍경으로 영상도 아름다웠다.

한편으로는 프랑스인들의 음식 문화에 대한 지식이 없어

내가 제대로 영화를 이해하지 못하는구나....하는 자괴감도 들었다.

 

 

부엌에서 도댕, 외제니, 폴린. 비올레타.

 

20년을 함께 요리하는 과정에서 서로 존경하고 배려하는 두사람.

 

끓이고 데치고 조리는 모든 과정을 진지하게 하는 외제니.

 

숯불을 넣은 화덕위에서 요리를 하는 도댕.

 

폴린에게 숟가락으로 맛을 보게 한 후 수프의 재료가 무엇이냐고 묻는 도댕.

 

도댕의 친구들. 모두 미식가인 상류층 남자들.

 

 

쓰러진 외제니를 위한 요리를 한 도댕과 그  앞에서 요리를 먹으며 행복해 하는 외제니.

 

   *      *      *

 

(아래는 퍼온 글)

20년간 최고의 요리를 함께 탄생시킨 외제니와 도댕. 그들의 요리 안에는 서로에 대한 존경과 배려, 그리고 사랑이 있다. 인생의 가을에 다다른 두 사람, 한여름과 자유를 사랑하는 외제니는 도댕의 청혼을 거절하고 도댕은 오직 그녀만을 위한 요리를 만들기 시작한다.

1885년의 프랑스를 배경으로 레스트랑 오너와 그를 위해 일하는 요리사와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으로, 마티유 뷔르니아가 그린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제76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 감독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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