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남미 43일 배낭 여행- 54. 유우니 사막의 늪

푸른비3 2024. 4. 28. 09:18

2015.10.25..

볼리비아는 관광자원은 풍부하지만, 자본이 부족한 탓으로 여행 인프라 여건이 부족하였다. 만약 이런 우유니 소금사막이 한국에 있었다면, 정부에서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하여 편리한 호텔도 지었을 것이다. 어쩌면 자연보호 차원에서 전혀 개발을 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국립공원 안에서 가장 조건이 우수한 숙소라고 하였지만, 전혀 난방시설이 되지 않았다. 초저녁에만 잠깐 전기가 들어올 뿐 곧 전등도 다 꺼져버리고 사방의 벽과 바닥이 소금인 방 안에 3개의 침대가 놓인 방에서 자야 했다. 소금사막은 밤이 되자 기온이 뚝 떨어져 몹시 추웠지만, 그냥 자신의 보온 침구와 체온으로 버텨내야만 하였다. 침낭을 준비해 왔지만, 짚차의 지붕위에 올려놓아 무용지물이 되었다. 침낭을 초저녁에 내려 놓아야 하는데 깜박하였다. 아무리 추워도 체면이 있지, 불도 없는 늦은 밤에 침낭을 꺼내 달라고 할 수가 없었다.

 

하루 밤인데 밖에서 자는 것도 아니니 참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다. 그러나 아무리 잠을 청해도 점점 뼛속까지 스며드는 추위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몇 년 전 이집트에서 모래사막에서 야영을 하였던 추억이 떠 올랐다. 그때도 몹시 추워 나는 잠들지 못하고 덜덜 떨다가 베두인들이 지펴놓은 불가에서 밤을 지새웠던 기억이 새록새록 생각났다.

 

잠들지 못하고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내가 잠들지 못하니 밤의 시간은 어찌나 느리게 흐르는지? 이곳저곳에서 잠꼬대하는 소리, 코골이 소리. 이가는 소리 등 모든 소리에 예민해졌다. 눈을 감고 누웠는데, 밖이 점점 밝아오는 것을 보고 살그머니 밖으로 나가보았다. 머리는 고산 증세처럼 지끈지끈 아팠다. 누워있는 것보다 맑은 공기를 쏘이는 게 나을 듯하였다. 담장 너머로 이곳 주민들의 일상을 시작하는 소리가 들여왔다. 흙담으로 이어진 집들이 마치 옛시절로 되돌아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침을 먹은 후 바로 즉시 사막을 달렸다. 이곳은 따로 차로가 있는 게 아니고 그냥 운전사의 감각에 따라 달리면 넓은 황무지가 모두 길이 되는 듯하였다. 앞서 달리는 차량에서 내뿜는 먼지로 앞의 시야가 가려졌다. 차가 멈춘 곳은 수분이 거의 없는 붉은 흙으로 덮인 황무지 같은 곳이었다. 하느님이 최초로 인간 세상을 창조하셨을 당시의 모습이 이러지 않았을까? 성경 속에서 하느님이 하늘과 땅을 갈라놓았을 태초의 신비로운 땅 같았다. 나는 광활한 그곳에서 인간의 죽음과 삶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문득 떠 올랐다.

화산작용이 활발한 이곳에는 아직 불을 뿜는 활화산도 있었다. 척박한 사막을 달리던 우리는 군데군데 멈추어서 햇빛의 반사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안데스 산자락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누렸다. 햇빛과 구름의 작용으로 산의 빛은 짙은 초록에서 연녹색 빛의 물감을 칠해 놓은 듯하였다. 어느 화가가 저런 아름다운 산의 색을 만들 수 있으랴.....

 

화산작용으로 생긴 분화구에 빗물이 고여 만든 호수인가? 이곳 말로 라구나는 우묵하게 들어간 습지를 말한다고 하였다. 습지를 찾아온 아름다운 홍학의 무리. 플라밍고가 긴 다리와 부리로 유유히 습지를 걸어 다니는 모습이 그림 속 풍경이었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하늘을 나르던 홍학의 무리를 연상하며 홍학의 서식처를 따라서 걸으니 소변이 마려웠다. 적당한 곳을 찾다가 우묵하게 자란 수초 사이에 엉덩이를 까고 앉았더니 그 수초들이 마치 선인장 가시처럼 어찌나 아프게 찌르던지....ㅎㅎ

아무 생각없이 이곳에서 그냥 한나절 보내고 싶었다.

 

 

 

늪 근처에는 이런 수초들이 드문드문 자라기 시작하였는데

잎의 끝부분이 선인장 가시처럼 단단하였다.

 

 

프랑스에서 왔다는 젊은이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