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은희경소설집
창비 (2007. 4. 5 초판 1쇄 발행. 2020. 5.15.개정 초판 1쇄 발행)
92023. 12. 19~22)
지난 11월 30일 자양한강도서관에서 은희경작가와의 북토크에 참가한 후
<소년을 위로해줘>.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2권의 소설책을 대출해왔다.
당시 북미여행기를 쓰고 있는 중이어서 책을 곁에 두고도 읽을 여유가 없었다.
여행기를 겨우 마무리하고 먼저 펼쳐 본 책이 <소년을 위로해줘>였다.
그 당시 생계를 위해 시작한 학원과 늦동이 딸 아라를 출산하여
청소년기의 아들 태성이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였다는 자책감으로
그 책을 읽었지만, 소설속의 연우와 채영. 독고태수. 마리 등의 인물이
너무나 나와 세대차가 나는 인물들이라 집중도 되지 않았고 재미가 없었다.
가상의 세계를 그린 소설을 읽기에 나는 너무 늙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나머지 <아름다움이....>도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 반납하려고 생각하였는데,
며칠 전 새벽에 잠이 깨여 뒤척이다가 수면제 대신으로 읽었는데,
<소년을....>과는 달리 책읽는 즐거움이 쏠쏠하여 완독을 하고 싶었다.
아 소설집에는 <아름다움....>이 외에
날씨와 생활. 지도 중독. 고독의 발견. 유리 가가린의 푸른 별.
의심을 찬양함 등 6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었다.
단편의 제목들은 은희경 특유의 긴 제목들이었다.
작가의 말에서 소설 제목이 생각나지 않을 때는 시집을 뒤지곤 한다
고 했는데, 릴케의 <두이노의 비가>에서 문장을 하나 골라냈다.
'우리가 그토록 아름다움을 숭배하는 것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멸시하기
때문이다'의 문장에서 표제작의 재목이 생겨났다고 하였다.
또한 작가의 말에서 이 책은 아홉번째 책을 낸다고 하였는데,
이번 북토크에서 벌써 16번째 소설을 출간하였다고 하니
마치 누에가 실을 뽑듯이 술술 소설을 생산하는 것 같은데, 정작 작가는
소설을 한편 쓰고 나면 한가지의 고독을 이겨냈다는 느낌이 든다고 하였다.
<아름다움이....>를 읽으면서 이태리 식당의 벽에 결린 이탈리아
르네상스 화가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의 복사품 그림과 함께
친구 B의 집에서 아버지의 서재에서 오스트리아 빈박물관 소장인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책갈피를 찢어오는 화자를 상상하며 즐거웠다.
<지도중독>에서는 M은 9번 유형. B는 7번 유형. 4번 유형등 인간을 나누는
에니어그램 분류법. 별자리 분류법 등 내가 알 수 없는 분류법이 궁금하였고,
제스퍼, 벤프. 수목한계선 등 내가 다녀온 로키 산맥을 다시 눈으로 보는 듯
세세하게 서술하여 역시 소설가는 타고난 표현력을 지닌 사람들 같았다.
38살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화자를 서술한 <고독의 발견>.
기러기 아빠인 일상생활에 지친 화자를 서술한 <유리가가린의 푸른 별>도
재미있게 읽었지만 <날씨와 생활>의 소녀 B는 마치 세계명작동화책을 읽고
공상속에 살았던 어린 시절의 나를 다시 만나는 것 같아서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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