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8. 17. 화.
코로나 19 이후 영화와 담을 쌓고 지냈는데, 우연히 인상깊은 영화를 한 편 보았다.
오래만에 만난 친구와 같이 저녁을 먹은 후, 그냥 헤어지기 서운하여
그 시간대에 상영하는 영화 중에 선택된 영화가 바로 <그린 나이트>였다.
<그린 나이트>는 14세기의 작자 미상의 서사 <가웨인 경과 녹색의 기사>를
바탕으로 데이빗 로워리 감독이 만든 영상미가 그림같다는 찬사를 받고 있는 영화로,
중세의 영국을 배경으로하였으며 판타지적 요소까지 겸하고 있다고 하였다.
오래전 보았던 환타지 영화 <반지의 제왕>을 연상하는 하는 화면이었는데,
내 취향과는 다른 영화여서 처음에는 영화를 잘 못 선택하였구나....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안개가 덮힌 듯한 풍경과 몽환적인 분위기의 영상미가 아름다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영국의 역사에 대해 잘 아지 못하지만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에 대한 이야기와,
5가지 덕목을 갖춘 기사도에 대한 짧은 지식은 갖고 있었으므로, 나름대로
영화의 흐름을 따라 감상하였지만 역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 영화였다.
영화의 줄거리는 크리스마스 이브날,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의 모임에 녹색 기사가 나타나,
자신의 목을 내리치는 용맹한 기사에게 '명예와 자물'을 주겠다고 제안을 하면서,
1년 후 그 용맹한 기사가 '녹색 예배당'으로 찾아와 자신의 목도 내 놓아야 한다고 한다.
모두가 망설이는 가운데 그 제안을 받아 들인 아서왕의 조카 가웨인이 나서
녹색기사의 머리를 베고, 그 후 약속의 시간이 다가오자 5가지 고난의 관문을 거치는
여정을 시작하는데, 온갖 유혹과 고난을 거쳐 녹색의 예배당에서 녹색 기사앞에 선다.
녹색의 기사앞에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명예롭게 자신의 목을 내어 놓지만,
가웨인은 몇 번이나 잠깐만 ~! 하면서 그 순간을 유예시키면서 약속을 미룬다.
여러가지 상황을 상상을 한 후 결국 명예롭게 녹색기사 앞에 목을 내 놓는다.
가웨인의 여정을 따라 나선 붉은 여우는 무엇이며, 하얀 천으로 눈을 가린 여인,
어디론가 안개처럼 떠다니는 거대한 여인들, 잘려진 머리를 찾아 달라고 하였던 여인,
가웨인을 유혹하였던 성주의 아내가 준 숨기고 있었던 녹색 벨트는 무엇일까?
이 영화에 등장하는 많은 상황들이 상징하는 것이 무엇일까? 궁금하니,
130분 간의 상영시간이 길게 여겨졌는데, 그 상징성의 의미를 알기보다
그냥 현대 미술품을 감상하듯 눈에 보이는 대로 즐기려고 하니 마음이 편안하였다.
집에 와서도 오래만에 감상하였던 그 영화의 장면들이 계속 머리를 떠나지 않아,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보았더니, 목베기 게임은 자기 성찰과 정체성 확립을 의미하며,
인간의 욕망과 본능사이에서 끊임없이 유혹받고 갈등받는 인간의 여정을 상징한다고 하였다.
극장을 나서면서 친구도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라고 하여, "그냥 각자 나름대로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이며, 나는 자신의 욕망, 자기 자아를 의미하는 것 같다."고 하였는데,
내가 느낀 감상이 크게 틀리지 않구나 .... 다시 본다면 한결 이해가 쉬울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린 나이트' 영화 포스터.
아서왕의 조카이며 차세대 왕위에 오를 가웨인.
녹색 기사의 목을 벤 가웨인.
녹색 기사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여정을 더나는 가웨인.
가파른 언덕을 오르는 도끼를 든 가웨인과 여우가 뒤따르는 장면.
여우는 자신안의 욕망을 의미하는 듯.
언덕위를 떠도는 거대한 인간 군상은 자신의 욕망과 정체성을 상징하는 듯.
가웨인을 유혹하는 성주의 아내와 눈을 가린 여인.
녹색의 기사앞에 자신의 목을 내 놓기 위해 찾아온 가웨인.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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