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 1.
만천명월 주인옹을 말한다
유홍준 지음
창비출판사 (2017 8.21 초판 1쇄 발행 2019.11.28.초판 23쇄 발행)
(2021. 7.2 ~7)
나는 유홍준(1949년 서울생)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애독자로서
국내편 1권 강진.해남 외 부터 시작하여
중국편 3권. 일본편 2권(규슈. 아스카. 나라)를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번에는 2017년에 발행한 서울편 2권 중 먼저 1권을 읽었다.
책을 펴내며
제 1부 종묘.
제 2부 창덕궁
제 3부 창경궁으로 편집되었다.
나는 지방 작은 도시 마산에 거주할 때부터 서울에 올라오면 고궁을 찾았고
여름방학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하루 종일 뙤약볕 속에서 고궁을 방문하였다.
길치인 나였기에 매번 창덕궁 가는 길인가 경복궁 가는 길인가 헷갈리면서도
부지런히 찾아 다닌 이유는 궁궐의 장엄함과 정원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었고,
역사책 속에 등장하는 역대 왕들과 역사적 사건들을 접촉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오래동안 몸 붙여 살았던 마산을 떠나 2010년 서울로 이사온 후
전철만 타고 가면 지척에 고궁이 있다는 사실이 많은 위안이 되었다.
솔솔 봄비가 내리는 날 호젓이 창경궁과 창덕궁 후원을 걸으면
마치 내가 왕비가 되어 궁궐의 후원을 걷는 행복한 착각을 하기도 했다.
특히 창경궁의 홍화문을 들어서면 금천을 따라 분홍빛 살구꽃 자두꽃이 피어
무릉도원에 들어선 듯한 분위기여서 옥천교위에 서서 황홀해 하였다.
내 주변의 지인들은 시골 사람 서울 구경오며 찾아가는 옛궁궐을 왜 철마다
자주 찾아가느냐고 의아해 하였지만 정문만 들어서면 시대를 거슬러 조선시대로
돌아간 듯 하였고 문밖의 자동차 소음이 현실이 아닌 꿈속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
특히 내가 즐겨 찾았던 창덕궁과 창경궁의 여인들이 거처하였던 전각뒤의
진달래, 모란등 계절마다 피는 갖가지 꽃으로 잘 가꾸어진 화계와 꽃담이 너무 좋았다.
종묘는 조선 역대 제왕과 왕비들의 혼을 모신 사당으로 2001년
유네스코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으며 사계절 모두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특히 눈이 내려 지붕이 하얗게 덮힌 종묘는 수묵진경산수화라고 하였다.
유교에서는 인간이 죽으면 혼은 하늘로 올라가고 백은 땅으로 돌아간다고 하였다.
무덤을 만들어 백을 모시고 사당을 지어 혼을 섬겼는데
종묘는 조종을 봉안하여 효성과 공경을 높이는 곳이었다.
현재 종묘는 19칸의 정전과 16칸의 영녕전, 공신각과 칠사당,
제례를 위한 부속 건물로 구성되어 있지만 애초에는 정전 하나뿐이었다.
종묘 정전에는 19위의 왕과 왕후를 모셨고, 영녕전에는 16분의 왕과 왕후를 모셨다.
100미터가 넘는 맞배지붕이 20개의 둥근 기둥에 의지하여 낮게 내려앉아
침묵이 감도는 공간을 보여준다는 건축의 미학에 대한 글을 읽고 단 한 번 방문했다.
그때 낮은 담장으로 둘러쌓인 종묘에 대한 인상은 기다란 지붕선과 붉은 기둥이었다.
혼을 모신 공간이라 그런지 어쩐지 스산하고 조용하다는 느낌만 받고 빨리 나왔다.
이 책에 매년 5월 첫째 일요일 춘향대제. 11월 첫째 토요일 종묘제례를 지내며
일반인도 참관할 수 있다고 하였으니 기회가 되면 나도 행사를 보고 싶다.
창덕궁은 1405년에 창건하였으며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법궁인 경복궁에 비해 창덕궁과 창경궁은 인간적인 분위기가 짙다고 하였다.
역대 왕들도 인간적 체취가 살아있는 창덕궁에 거처하기를 더 편안하게 여겼다고 하였다.
돈화문으로 들어서면 인정전, 선정전. 희정당. 대조전, 성정각 등의 건물과
부용지, 애련지, 옥류천이 흐르는 후원으로 이루어진 창덕궁은 원래의 모습을 그린
<동궐도>그림에 기준하면 남아있는 건물이 1/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창경궁은 홍화문으로 들어서면 광해군 8년에 지은 명정전이 옛모습 그대로
유지되어있는데, 5대 궁궐의 정전 중 가장 오래된 건물이라고 하였다.
왕의 업무를 보는 문정전과 임금의 서재이자 신하들과 경연을 열었던 숭문당,
임금의 침전이며 중종과 소현세자가 운명했던 환경전, 정조가 태어난 경춘전,
왕대비와 후궁들이 상주하였던 함인정, 왕비의 짐전이었던 통명전 등이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혼자서 자유롭게 궁궐안을 걷고 싶어
해설사의 설명을 듣지 않고 철마다 아름다운 정원을 즐기는 기분으로 방문하였다.
조선 왕조에 세종. 영조, 정조 등 계몽 군주외에는 그다지 존경하고 싶은 왕이 없었다.
곤궁한 백성들은 안중에도 없이 왕들만 부귀영화를 누렸다고 생각하였다.
이 책을 읽은 후에 대부분의 왕들이 백성들을 불쌍히 여겨 사치를 멀리하였으며
국가의 안위를 위해 무예의 연마와 학문에 정진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의 부제목인 <만천명월주인옹을 말한다>는
'만 개의 냇물에 비치는 달의 주인'이라는 뜻으로
인조 때 세워진 존덕정에 숙종, 영조, 정조, 순종 임금이 시와 문장을 남겼는데,
정조가 47세에 쓴 글이며 임금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논리정연하게,
그리고 당당하게 피력해 놓은 글이라고 하였다.
고궁을 찾을 때에도 인정전, 선정전 등 전각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다시 방문을 한다면 전각에 서린 역사적인 사실도 생각하며 돌아보고 싶었다.
마음 내킨 김에 이번 금요일 (7월 9일) 창덕궁 후원을 예약하였다.
이번에 창덕궁과 창경궁을 방문할 때 이 책을 가져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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