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아픔이 마중하는 세계에서

푸른비3 2021. 9. 7. 10:41

아픔이 마중하는 세계에서

왕진의사 양창모 에세이

한겨레출판(2021.3. 26초판 1쇄 인쇄)

(2021. 9.2~9.5)

 

집근처의 자양한강도서관에는 이달의 추천도서 서가가 있다.

특별히 읽고 싶은 책을 정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나는 이곳에서

읽고 싶은 책을 대출해오는데, 이번에 내 눈에 들어온 책이 

왕진의사 양찬모의 에세이 <아픔이 마중하는 세계에서>책이었다.

 

책 앞날개에는 무거운 왕진가방을 들고 강가의 비탈길을 걷는

양창모의사의 작은 사진과 함께 짧은 프로필이 있었다.

강원도의 왕진의사로 이웃의 평범한 일상을 지키며 가까이 오래 있고 싶어서

가정의학과를 전공하였고 원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에서 의사생활을 시작했다. 라고 적혀 있었다.

 

프롤로그에서 2년 6개월동안 공중 보건의사로 근무하면서

섬 주민들과 함께 지냈던 일과 두 달간 군의관 훈련을 받으면서 

작은 수납공간으로도 충분히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을 체험하였다.

최소한의 처방과 최대한의 상담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시민활동을 하였다.고 하였다.

 

1, 찾아가야 보이는 세계

2. 어른거리는 얼굴들.

3 우리를 마중하는 세계

이렇게 3부분으로 나누어서 소소한 일상을 진솔하게 쓴 글들이었다.

 

왕진 프로그램은 댐건설로 인해 수몰된 강원도 지역 주민에 대한

지원사업으로 시작하였는데, 환자를  칮아가 진료하는 모습이 있었다.

나는 이 글을 읽기전 아직도 왕진의사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어릴적 할머니가  아프면 오셨던 왕진의사는, 추억속에만 있었다.

 

그는 600회가 넘는 왕진을 다니면서 오지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 환자들을 가족보다 더 따뜻하고 살갑게 대하였으며,

그들의 외로운 환경과 아픔을 함께 나누고 공감하였던 의사였다.

스스로 환자들의 삶에 밀착해 있는 의사가 되고 싶었다. 고 하였다.

 

그는 시민활동도 하는 의사로 '지역 의사제'. '공공 의사제'에 대한 설명과 함께

세상이 바뀌는 것은 움직이는 사람이 있어서 가능하였다고 하였다.

생활방사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춘천시청앞에서 1인 시위도 하였다.

의료생협과 얼마전 있었던 의사의 파업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써 놓았다.

 

특히 나를 감동하게 하였던 것은 의사로서의 그의 정신세계와 함께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따뜻한 인류애를 느낄 수 있었다.

지역사회와 자연에 대한 사랑과 함께 문장력과 표현력도 탁월한 분이셨다.

이런 의사가 내 주변에도 과연 몇 분이나 있을까....생각하게 하였다. 

 

아래에는 그의 글 중에서 공감이 가는 글을 모아 보았다.

 

어쩌면 자연은 인간들의 삶을 안타까워하는 신이 매일매일 보내는

작은 선물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P34)

 

늘 숲 가까이에서 살고 싶었다. 변변치 못한 내 능력을 봐도 앞으로

한동안은 그 꿈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의료생협을 통해 만난 분들을 보면서

이 분들이야말로 보이지 않는 숲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p71)

 

우리는 저 높은 곳에서 가느다란 거미줄 하나에 온 몸을 싣고 

이 세상의 어둠 속으로 내려온 한 마리 거미와 같다.  바람에 쉬이 흔들리고

내 무게를 지탱하기에도 너무나 가늘고 여린 거미줄.  내가 만난 우정이란 

어쩌면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그 가는 줄들이 씨줄과 날줄로 서로 이어져

아름다운 연대의 그물망이 만들어지면 난 한 마리 거미처럼 내 한 몸

그 위에 놓고 바람 찬 세상을 견딜 수 있으리라. (p77)

 

환자들의 삶에 밀착해 있는 의사가 좋은 의사이다. 

그 분들의 삶에 대한 이해가 높을수록 병에 대한 이해도 높아진다.

그만큼 치유의 가능성도 높아진다.(p129)

 

아픔이 찾아올 때 맨 먼저는 이 아픔속에서 내가 뿌리 뽑히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어쩌면 또 여기서 자라겠구나 생각한다 (p198)

 

지금 시대의 전문가들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자기 지식의 대상이 되는

사람의 입장에서 자신의 지식을 바라보는 태도이다. (중략)

존재하지만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시민운동이

하는 일이라고 믿어왔다.  우리는 사랑을 볼 수 있다. 아니 보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있다는 것을 안다.  아마도 인간이 눈에 보이는 것 너머를

볼 줄 아는 신묘한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p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