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방

가장 맑은 날의 겨울 관악산

푸른비3 2016. 2. 24. 15:04

2016.2.21.일.


입춘도 지나고 우수도 보냈으나 봄은 쉽게 오지 않을 모양이다.

다시 찾아온 반짝 추위에 만물은 다시 얼어 붙는 듯.

그러나 봄은 어김없이 우리 곁을 찾아들고 있었다.

양지녁에 보송송한 얼굴로 버들개지가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사당역 5번 출구에서 시작한 우리의 산행.

마을을 벗어나니 곧 관음사 일주문이 보였다.


솜털이 보송송한 버들개지는 내 얼릴적 시집간 언니의

혼수품에 들어온 자주빛 비로드 옷감같았다.


추위탓인지 호젓한 산행이었다.


지난밤 다시 얼어붙은 계곡물.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는 상수리 나무의 소리.


햇살 좋은 곳의 진달래는 벌써 꽃망울을 맺었다.


민재가 맛있는 한라봉을 가져왔다.


오늘따라 바위들이 참 청결하게 보여진다.


지난밤 늦게까지 술을 마셨는지....

대장은 추운곳인데도 앉기만 하면 졸고 있다.


대기가 맑아 산아래 도시도 정결하게 보인다.


저기 강남의 빌딩들도 손아래 잡힐 듯하다.


남산도 손을 뻗으면 닿을 듯.


성낭갑처럼 빼곡히 들어선 마을의 집들.


자꾸만 앉을 자리를 찾는 대장을 재촉하는 민재.


아항~! 연방 하품을 하는 대장.


그러거나 말거나....나는 대기가 맑아 산아래 마을들을 바라보기에 정신이 없다.


내가 관악산에 온 이후 가장 대기가 맑은 듯 하다.

등뒤로 내리쬐는 햇살도 투명하고 따스하다.


나무가지들은 모두 봉긋히 부풀었다.


기수.


대장.


아스라히 펼쳐진 서울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다.


오늘은 아무래도 정상은 갈 수 없을 듯.


바람이 잠든 양지쪽을 찾아서.


등산로를 버리고 인적이 없는 곳으로 향하였다.





큰 바위아래 오목한 곳에 자리를 잡고.


바위에 붙은 소나무가 분재를 키운 듯 하였다.


서울의 하늘이 이렇게 맑은 날이 일년중 몇 일이 될까?


나는 좋아서 코가 벌렁벌렁.


말간 바위뒤로 보이는 파란 하늘과 흰구름.


ㅈ저 멀리 연주대.


이 말간 소나무와 바위에서 일주일의 에너지를 얻고 가리라.



대장친구는 찌개를 끓여놓고는 속이 아파 먹지도 못한다.


내가 맛있게 끓여 줄테니 ...


또 앉아서 졸고 있다.


암벽사이에 서있는 나무들.



이제 그만 내려 가자.


다시 관음사 뒷길로 하산.


관음사 부처님께 인사도 못 올리고 담장너머로 일별을 하고.


산행 후 뒷풀이 없는 날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고 민재가 서운해 하였다.

덕분에 나는 일찍 집에 돌아올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오늘 함께 산행한 친구들아. 오늘 호젓한 산행 참 좋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