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1.일.
요즘은 계속 장거리 산행이다.
지난주에도 춘천 구봉산을 다녀왔기에 이번에는 가까운 산행을 하기를 바랬다.
장거리 산행은 오가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에 피곤하였다.
그래도 친구들과 함께 하는 산행이 좋아 늦게야 꼬리를 잡았다.
늦지않으려고 분주히 산행준비를 하여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그런데....아뿔사....귀에 이어폰을 꽂고 잠깐 딴 생각을 하는 사이에
환승을 해야 할 을지로 3가역을 지나쳐 버렸다.
첫단추부터 잘 못 채운 느낌이 들더니 종일 어긋난 하루가 될 줄이야....
간신히 10시 2분에 불광역 서부주차장에 도착하였더니
친구들이 줄을 지어 광탄행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채 숨을 고를 시간도 없이 버스가 도착.
하마트면 버스를 놓칠 뻔 하였다. (40분 간격의 배차시간)
버스안은 다른 손님은 아무도 없고 이상하게도 등산객 우리뿐이었다.
마치 우리가 전세된 버스같다고 좋아라....하였는데.....
이 버스(30번버스)는 우리가 가야할 보광사로 가는 버스가 아니고 파주시내오 돌아서 가는 버스였다.
종점에서 내려 보광사행 버스를 탓는데....하마트면 다시 서울로 갈 번 하였다.
우르르 다시 하차하여 언제 도착할 지 모르는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하였다.
그래도, 친구들이 함께 기다리니 지루한 줄 모르고 기다릴 수 있었다.
버스 승강장아래의 하천에는 이렇게 많은 스레기 더미가 널려 있엇다.
버스를 기다리는 지루함이 저 쓰레기들속에 묻혀 있는 듯....
요즘도 저렇게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사람들이 있다니....눈살이 찌푸려졌다.
갈대와 시든 잡초사이로 흐르는 실개천은 그래도 시골의 정취를 느끼게 해주었다.
기다리는 지루함을 매꾸기 위해 소주를 한잔씩 곁들였는데....
난희가 아침에 만들어 온 따끈한 돼지갈비를 안주삼아 손가락까지 쪽쪽 빨면서 먹었다.
드디어 우리가 애차게 기다리던 버스 도착 (333번).
한참을 더 달려서 도착한 곳이 보광사입구.
일주문에서 부터 벌써 고찰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일주문을 지나자 봉수대처럼 쌓아놓은 돌탑들.
삼한사온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오늘은 모처럼 포근한 날씨다.
엷은 흰구름이 흐르는 파란 하늘이 펼쳐진 아래의 고령산의 능선이 참으로 포근해 보였다.
갈길이 바븐 친구들은 보광사에 들릴 생각은 않고 곧장 산으로 올랐다.
가지 못한 길이 더 아름답다는 말이 있듯이 나는 가지 못한 보광사 가는 길을 아련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원점 산행이니 하산길에 곡 들리리라 마음먹으며 어귀에 있는 샘물로 목을 축이고 친구들의 뒤를 따랐다.
사찰이 들어앉은 자세가 범상치 않아 자꾸만 눈이 갔다.
내가 걸음이 빠른 사람이라면....누구 한 사람 동행이 있다면 잠깐 절에 들어갔다가 가자고 할텐데....
그리운 님을 곁에 두고 떠나는 사람이 심정이 이럴까?....
산으로 오르는 왼쪽으로는 이렇게 큰 불상이 서 있었다.
산길은 계속 깔끄막이다.
잎을 다 떨군 계곡도 제법 깊은 듯 하엿다.
ㅂ비탈을 돌아서니.....
문득 넓직하고 햇살 포근한 장소가 나타나 목이라도 축이고 가자하고 자리를 폈는데....
그만 그 자리에서 점심을 먹자고 한다.
난희표 물김치. 혜자표 잡채와 부침개....
아. 이 친구들은 이른 시간에 언제 일어나 이런 맛깔스러운 음식을 준비하엿을까?....
두 친구들의 깔끔한 음식솜씨는 한식집을 차려도 되겠다.
용성표 게무침에 밥을 비벼....
세덕표 비닐천막이 있어 추위도 모르고...
ㅈ저편에는 헤숙표 대구탕과 호국표 김치찌게를 끓이고...
집에서 보다 더 맛있는 점심상차림이다.
일행을 남겨두고....
몇 명의 친구들은 산행을 시작하엿다.
방금 포식한 배는 무겁고 등산길은 가파르고....
산길은 경사 70도를 유지하면서 계속 내 엉덩이를 뒤로 잡아 당겻다.
야생동물 보호 안내판.
새이름을 외우고 싶은데....
경사길 중간중간에 이렇게 숨을 고를 공간이 있어서 한 숨 돌리고.
또 한 고비 오르니 넓직한 장소가 나타났다.
헬기장인 모양인데 어찌나 넓고 오붓한지....이곳에서 점심을 먹엇다면 좋을 것을....하면서 아위워 하였다.
헬기장에서 바라보니 건너편은 군부대가 잇는 듯 하엿다.
다시 정상을 향하여 오르고.
대부분 상수리나무가 주종이었는데 정상 근처에는 멋진 자태의 소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다.
그 소나무에서 바라보니 군부대의 모습이 환하게 보였다.
나중에야 이곳에서는 사진촬영이 금지라는 걸 알았다.
고령산을 양주에서는 개명산이라고 하는 듯.
고령산 정상은 앵무봉이라고 하는 듯.
해발 622미터니 제법 높은 산이다.
정상의 정자에는 태평소를 연습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ㅈ;ㅂ에서 연습하기 어려우니 이곳에서 연습을 하는 모양이지만
자연의 소리를 듣고 싶은 등산객에게 그다지 유쾌한 소리는 아니엇다.
앵무봉에서 유민재.
김창경.
나도.
정상에서 점을 찍고 하산길은 눈이 잇어 아이젠을 착용하고 내려와야 햇다.
혼자 산행을 나온 사람인지 소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 보는 사람의 모습이 웬지 쓸쓸하다.
이곳에도 한 사람.
새해 소망을 담아 나도 돌탑위에 조그만 돌을 하나 더 얹고 왔다.
나무사이로 호수도 있었다.
시간이 있다면 저 곳도 가 보고 싶은데....
친구들이 기다리는 보광사로 가는 길이 2킬로 미터 남았다.
열매인지 꽃인지 ....
지난 무성한 여름을 그대로 이렇게 고스란히 남긴 이 나무는 무슨 나무인지.....
발밑의 바스락거리는 낙엽소리도 듣고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며 내려오는 하산길은 포근하엿다.
햇살 바른 양지족에는 펜션인지 살림집인지 몇채의 집이 있어
우리도 늙으면 이런곳에 와서 채마밭에 채소 가꾸며 살고 싶다고 말하면서 내려왔는데
보광사에 남은 친구들은 추워서 그 자리에서 철수하여 농장에 가버리고 없다고 하엿다.
또다시 이산가족이 되어 보광사 입구에서 구파발행 버스를 기다려야만 하였다
아침 첫단추가 잘 못 채워진다 했더니...
비록 작별 인사는 나누지 못하였지만 친구들이 잇기에 오늘도 즐거운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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