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9.일.
올해는 유난히 단풍이 빛깔이 곱다.
단풍구경에 취해 이번 가을을 어떻게 보냈는지도 모르게 분주하게 보냈다.
마지막 단풍을 보고 싶은 마음에 관악산을 찾았다.
잠실대교는 마라톤 행사관계로 버스 통행이 중지되어
부득히 걸어서 강변역에 가서 전철을 탔더니 5분 지각하였다.
걱정하며 낙성대역 4번 출구로 올라가니 반가운 얼굴들.
아직 도착하지 않은 친구들이 있단다.
10분 정도는 어쩌다보면 늦을 수 있지만 30분 지각은 정말 너무 심하다.
지각한 처음 보는 친구가 나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나는 거절하였다.
약속도 지키지 않는 친구와는 인사하고 싶지 않다고....
에구구....언제 나는 철이 들려나....속으로만 앓지... 그걸 표현을 하다니....
곧 내 좁은 소견이 부끄러웠지만 엎지러진 물일걸....
슬슬 그 친구에게 미안스러웠다.
이렇게 곧 후회할껄 왜 순간적으로 못참고 내색을 하였을까?
성숙하지 못한 성격탓이다....자책을 하면서....
낙성대역에서 버스를 타고 공애앞에 내리니 때마침 화르르 떨어지는 낙엽들.
곱게 채색된 단풍을 기대하고 왔는데.....
학교 교정은 저토록 단풍이 절정인데.....그냥 교정에서 놀껄.....
시선을 자꾸 아래로 보내면서 오르니 눈앞에 넓은 공터가 나타났다.
아침밥도 못 먹고 온 정환이는 벌써 배고프다고 밥먹자고 한다.
집에서 가져온 단감을 꺼내고 우선 다독이고.
ㄴ늦게 출발했으니 어서 서두르자....
ㅎㅎ이 친구가 늦게 도착한 친구....친구야 성질 부려서 미안해....
어느새 잎들을 떨구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들.
오늘의 산행대장 남곤이.
사브작 사브작이라는 말은 어디로 보내고 완전 암벽 등산이다.
관악산에 악이란 단어가 들어간 이유를 알겟다.
이렇게 온통 공룡뼈같은 바위로 이루어진 산이라니....
앞 서 오르는 등산객을 바라보며....
나는 슬그머니 겁이 나기 시작했다.
나이드니 모험보다는 안주하고 싶은 생각뿐.
남친들은 거침없이 바위를 오르지만....
나는 슬그머니 우회로로 들어섰다.
만약 사고라도 난다면....
남곤이는 이만큼 올랐으니 그냥 전진하라고 하였지만....
나는 안전한 게 더 좋아서 혼자서 내려가니...
바위산은 성취감은 있지만.....
겁쟁이 나는 무서워서 싫어.....
저 멀리 여자의 엉덩이를 엎어 놓은 듯한 바위도 보이고....
온통 바위산이다.
이 구역만 지나면 완만하겠지....
생각하면 또 바위들....
마주보고 잇는 바위는 연인일까? 부부일가?
가을햇살 내리는 곳에 등산객이 앉아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보인다.
바위에 부리를 내리고 있는 소나무들은 모두다 분재처럼 멋있다.
이곳도 바위....
철쭉은 벌써 겨울준비에 들어갔다.
가지만 남은 나무들이 짐승의 부드러운 털처럼 보인다.
또 배고프다고 하는 정환이를 달래서....
배부르면 산에 못 올라간다....하고 남곤이의 설득에....
그래....나도 맞장구치고....
드디어 바람이 잠든 골짜기에 점심을 차렸다.
푸짐한 점심.
뒤풀이에 올 친구들과 시간을 맞추기 위해 출발.
또 바위다.
남곤이는 바위산이 적성에 맞는 모양이다.
나는 또 엉금엉금 네발로 기고.
저 위는 지도바위란다.
나를 보고 지도 바위로 올라가라고 하였지만....나는 무서워서....
하산길도 계속 바위길이다.
발가락도 아프고....
언제 이 바위길이 끝이 나려나....
마지막 단체사진 한장 찍고.
마당바위로 해서 하산.
하마바위를 뒤로 하고.....
마을로 내려오니 이곳에는 단풍이 한창이었다.
친구들에게 성질도 부리고 다리아프다고 엄살도 부렸지만....
왕국도 없는 공주병을 앓고 있는 나를 다독여준 친구들아 고마워.
건강 잘 챙겨서 겨울 산행도 즐거운 마음으로 같이 다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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