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4.28.일.
진달래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김소월
(펀글)
* * * *
한국인이면 누구나 한 두귀절 외울 수 있는 김소월의 진달래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거의 100년 전의 한국의 젊은시인의 정서가
아직도 우리 가슴을 절절히 적셔주는 가닭은
아마도 7.5조의 운율이 시속에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꽃에 관심이 없는 무뚝둑한 남정네라도
개나리와 진달래꽃 이름은 알고 있는 까닭은
그만큼 우리 민족의 정서에 들어맞는 꽃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쯤 온 산을 붉게 물들일 진달래를 만나고 싶어
친구들과 함께 북한산 족두리봉으로 향하였다.
평소의 입산코스와는 달리 오늘은 불광역 9번 출구로 시작하여
곧바로 족두리봉으로 향하였다.
북한산이 화강암으로 된 산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초입부터 단단한 화강암으로 된 산인줄은 몰랐다.
처음 선택한 코스였기에 더욱 기대감으로 가슴 설레였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면 누가 가꾸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때를 맞춰 피어나는 진달래는 봄의 전령사이다.
길섶에 피어있는 하롱하롱 피어있는 그 연연한 꽃잎.
유난히 짙은 것도 흰빛에 가까운 것도 모두 나름대로 아름답다.
이렇게 때가 되면 말없이 피어나
자신의 몫을 다하고 떠나가는 진달래처럼
우리 인생도 이 세상에서 모두들 나름의 삶을 살고 가는 것이다.
주어진 내 삶의 여정을 저 진달래처럼 아름답게 꽃피우고 싶다.
맑고 향기롭게 살다 가고 싶다.
연한 녹색으로 막 솟아나기 시작한 새순과 연분홍 진달래로 물든 산길.
무뚝둑한 남자도 꽃의 아름다움에는 마음이 가는 모양이다.
등산로길이 온통 꽃길이다.
영숙이표 골뱅이 무침.
봄이 떠나가는 것이 아쉬운 듯 물위에 떨어져 있는 노란 개나리 꽃잎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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