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5.토.흐림.
결혼 전 해외 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시절에
참으로 부지런히 전국을 돌아 다녔다.
특히 가장 번질나게 다녔던 곳은 전라도 였는데
친구들이 전라도에 애인이라도 숨겨 놓았나?...할 정도로 나는,
순하디 순한 산들이 엎드린 듯 누워 있는 전라도 땅이 좋았다.
발전이 느린만큼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붉은 흙길이 좋았다.
토요일 비 예보에 걱정이 많았는데, 새벽길 집 나설적
살짝 땅을 적신 가을비는 오히려 단풍빛을 더욱 영롱하게 하였고,
우리가 그곳에 도착하였을 때에는 맑은 하늘에 가을 햇살이 눈부셨다.
숲길은 촉촉히 젖어 낙엽냄새가 향긋하고 발밑의 촉감도 부드러워
일부러 낙엽을 밝으면서 산길을 올라갔다.
가을 가뭄이 심하여 단풍빛이 제대로 물들지 않고
말라버린 나무들이 많아 안타까웠지만,
가지사이로 언뜻 언뜻 보이는 갈색과 주황과 노랑과 연두빛.
그 조화로운 색상을 어느 화가가 캔버스로 옮길 수 있을까?
발길을 멈추고 감탄을 터트렸다.
자연이 주는 이 빛깔들은
나의 지치고 아프고 힘들고 외로웠던 마음을
포근히 감싸주고 다독여 주는 듯 하였다.
이게 바로 자연의 치유력이로구나.....
마침 이곳 지방의 단풍제와 겹쳐 많은 인파로 붐벼 약간 소란스러웠으나
다행히 우리 일행들은 일찍 출발하여 순조롭게 일정을 마칠 수 있었다.
매번 화니님과 운영자님들의 수고로움으로
편안하게 가을 여행을 하게 되었음에 깊이 감사드리며,
그날 함께 하였던 모든 분들에게도 반가움과 감사함을 보낸다.
주차장에 도착하여 올려다 본 구름이 벗어나는 산봉우리.
일주문을 지나.
백양사로 오르는 우리 일행들.
축제 기간이라 이렇게 떡을 만들어 하나씩...나도 하나 입에 넣으니 옛날 어린 시절 집에서 해먹던 바로 그맛이었다.
잎은 다 떨구고....
기와 지붕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붉은 감.
주소와 이름만 기재하면 무료로 나누어 주는 방향제.
막걸리....
공짜라면 잿물도 마신다더니....나도 어느새 늙었나 보다 길에서 이런 막걸리도 넙죽 다 얻어 마시다니....
엽서 전시회.
어린 시절 나도 이런 그림을 그렸었지....
거리의 화가.
길건너 가는 사람들 모두 다 정다워 보였다.
조그만 호수 건너편 사람들도 고즈넉한 풍경처럼 보이고.
낙엽위에 펼쳐진 시화들.
열중하는 고문님.
물위에 반영된 모습이 더욱 아름답다.
반영된 세상이 더 아름다운 것은 현실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선 것이기 때문일까?
가까이 다가서면 물빛도 흐리고 많은 인파로 혼잡하고....
자연히 주는 아름다운 이 빛깔.....
눈부시다고 해야할까? 황홀하다고 해야할까?....적당한 단어를 찾지 못하겠다.
단풍사이로 보이는 우둑 선 하얀 바위산.
세월이 만든 계곡.
휴식중인 우리 꽃방님들.
피안의 빛처럼 자꾸만 내 시선을 끌어당기는 저 연두빛.
나무 가지끝에 매단 연등도 꿈길처럼 아련하다.
주황과 노랑과 연두의 물감을 흩부려 놓은 듯한 자연의 작품들.
가장 가가운 약사암으로 향하였다.
사슴처럼 이쁜 눈을 가진 마음님과 함께.
눈길을 자주 멈추게 하는 단풍빛깔들.
지치고 외롭고 아픈 내 마음을 편안히 보듬어 주고 매만져 주는 듯 하였다.
꽃방님들도 단풍과 하나가 되어.
오르고 내린다.
목적지 약사암.
아직 다리에 자신이 없어 이곳까지만 오르기로.
축대아래의 장독대.
굽어 보이는 백양사.
단풍 한 줄기 넣어서 다시 잡아본 백양사.
좀 더 좋은 카메라가 있었으면....
꽃방의 활력소 비타민님과 함께.
좀 더 크게....
저기가....
옹색한 자리에 도시락을 펼치자 뒤에서 부르는 소리.
잽싸게 뒤어가니 이렇게 먹음직한 성찬을....
아침에 챙겨 나오기도 바빴을텐데 언제 이렇게 많은 먹거리를....
자인님, 옥잠화님.뻐츄기님 고맙습니다.
그래도 영천굴까지는 갔다가 와야지....
영천굴 오르는 길에 만난 단풍.
한바탕의 꿈처럼 아름다운 시간이어라.
목을 축인 영천굴의 약수.
전설이 깃들었을 것 같은 바위.
나의 나무 스승인 옥주 아제님이 가르쳐 준 차나무와 꽃.
내 눈길은 차나무보다 붉은 단풍에 머무르는데....
어느새 옥주 아재님도 포커스를 맞추고 있네.
역광으로 찍으면 더 곱다고 하였는데....
발 아래에는 꽃을 피운 차나무가....
차가 이렇게 늦은 가을에 꽃을 피우는가?
마치 하얀 동백같구나.
맑은 가을 하늘을 이고.
나무들은 생의 절정에 선다.
다시 백양사로.
요사채 사이로 보이는 하얀 산봉우리.
나무가지에 걸린 등과 리번들이 이채롭다.
아, 이 나무가 보리수였구나.
처마의 곡선과 장엄한 산봉우리의 조화로움.
야단법석인 대웅전.
야단법석이 불교용어라고 하였는데....
그래도 대웅전앞에서 유행가를 부르는 것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관중석에 앉아 있는 스님들은 이 야단법석이 좋을까?
스님들의 뒷모습이 나는 더 좋았다.
대웅전뒤의 탑과 산봉우리.
다시 내려 오는 길.
며칠 후면 이 단풍도 한바탕의 꿈처럼 여겨질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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