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방

푸르름이 짙어가는 5월의 수락산.

푸른비3 2011. 5. 24. 11:09

2011.5.22.일 맑음.

금요일 오후부터 내리는 비.

답답한 마음에 집앞 한강 공원 산책을 나섰다가

초록 잔디밭에 하얗게 덜어진 꽃잎을 보고 아~!하고

가슴이 무너지듯 탄식이 터져 나왔다.

 

며칠 나와보지 않은 사이에 이렇게 하얀 꽃들이(인동초인지?)

저렇게 흐드러지게 떨어지는 것도 모르고 살았구나.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처럼 직업도 없는 내가 무에 그리 바쁜지

저렇게 활짝 피었던 봄꽃도 못보고 지나치고 있구나....

 

이틀동안 소록소록 내리는 보슬비에 내 마음도 다 젖는듯하였는데

일요일 아침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니 하늘이 번~하다.

수락산 산행공지가 올랐기에 제일 먼저 꼬리를 달았는데,

막상 오늘 사정이 있다고 말하고 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녁에 꿈자리가 너무나 어지러웠기 때문에 오늘은 그냥

집에서 아라와 지내라는 신호인가 보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미사를 나서니 사방에서 들리는 새소리.

비에 씻긴 말간 잎새에 부딪히는 햇살이 눈부시다.

어쩌나.....오늘 산행을 가지 않으면 종일 창밖만 내다보며 아쉬워할텐데....

 

자연히 기복신앙이 발동하여

"하느님. 저 오늘 산에 곡 가고 싶어요.

저를 위험에서 꼭 지켜 주세요!" 기도하고 집으로 돌아와

산행할 준비를 하니 곁에서 아라를 눈물을 글썽이며 만류한다.

"아니야. 엄마, 오늘 조심할께.

위험한 곳 가지 않고 자주 기도할께. 걱정마." 하고 집을 나섰다.

 

지난해 서울로 이사하여 마음 붙이지 못하고 있는 나를

동생부부가 이끌어 처음 등산한 곳이 바로 이 수락산이었다.

생전 처음 마주친 커다란 화강암 바위 앞에서

서울에는 이렇게 멋진 자태의 산들이 많구나....속으로 놀랐었다.

 

점점 짙어가는 초록의 숲사이로 보이는 굳건한 바위들을 바라보니

역시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어 하는 나를 위해 오늘은 암벽타기를 하지 않고 우회로만 택하였다.

암벽타기의 스릴은 없지만 발밑의 부드러운 흙의 촉감.

지난해 떨어져 쌓인 낙엽들이 폭신폭신 기분 좋은 촉감이었다.

 

우회로를 택하여 걸으니 일요일이지만 제법 한가로운 산책길이었다.

마른 나무 덤불사이로 나타난 비밀의 정원같은 분홍빛 병꽃의 화원.

아, 찾아주는 사람없어도 이렇게 꽃들은 절기를 맞아

말없이 피었다가 사리지는구나.

꽃들은 비교하지 않으며 자신의 아름다움을 맘껏 피우고 있구나.

오늘도 자연에서 배우고 집으로 돌아가는 이 기쁨.

하느님, 아름다운 자연을 저희에게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제 내린비로 초록은 더욱 해맑은 얼굴이다.

 

혜자야 뭣 찾노?

 

어울리는 한쌍이다. 숙희는 행복에 겨워 눈도 감았네....ㅎㅎ

 

민재야. 머 먹노?

 

산행대장님의 안전당부 인사.

 

수락산은 암벽이 많은 산이니 더욱 조심해야지.....

 

인간세상이 다 부질없어 보이는구나.

 

암벽만 보면 오르고 싶은 본능.

 

몸짱 산행대장과 용성이.

 

건너 보이는 저 산은 도봉산?

 

개그기질이 넘치는 수완이의 멋진 포즈.

 

이번에 다이어트 성공한 세덕.

 

이리와 목 좀 축이고 올라가자.

 

송홧가루 폴폴....

 

건너다 보이는 봉우리마다 멋진 바위들.

 

산행대장.

 

이정표.

 

우연히 마주친 옛친구를 만나 즐거워하는 혜자.

 

힘들지만 저위 보이는 정자까지 계속 전진.

 

나 예버~!하고 웃는 헤자.

 

바위마다 인간들이 빼꼭.

 

 

멋진 삼총사.

 

맴버 교체.

 

우리는 우회로로.

 

저 우람한 바위는 무슨 바위?

 

친구들의 뒷모습만 보고 나는 옆의 우회로로.

 

사뿐히 걷는 친구들이 부러워.

 

에고고....무서버라.

 

평지 걷듯이 걷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짠~! 나 찍어봐라.

 

우리 삼총사도 찍어봐.

 

수완이는 보기보다 나긋하게 앞길을 잘 인도해 주었다. 고마워.

 

화곡동 아줌마는 보기보다 어지나 날렵한지.....

 

어느 산악회 회원들은 도중 골짜기의 쓰레기를 수거하면서 산행을 하여 기특하였다.

 

먹는 즐거움.

 

먹는 즐거움이  없으면 산행의 즐거움도 반감되리라.

 

초록사이의 분홍빛 병꽃..

 

분홍빛이 아름다워 찍었는데 이렇게 흐리니....

 

우회로에서 올려다 본 암릉.

 

마른 덤불사이에 가득 피어난 병꽃의 무리. 마치 비밀의 화원에 들어 선 듯 하였다.

 

 

 

 

너도 올라와.

 

아냐. 난 오늘 바위에는 아무데도 오르지 않을테야.

 

자. 한마음 홧팅~!

 

석림사로 하산.

 

에구. 또 먹는구나.

 

ㅎㅎ 난 먹는 재미로 산에 오는데....

 

수완이의 재롱에 모두 ㅎㅎㅎ

 

계곡에서 조금 쉬었다 가자.

 

하산길은 계곡의 물이 맑고 너른 바위가 많아 군데 군데 쉬어 가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