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나라사랑 마산사랑 편지쓰기

푸른비3 2008. 8. 12. 20:12

희제에게.

 

보고픈 희재야.

 

계절의 순환은 참으로 속일 수 없는 모양이다.

한낮에는 아직 한증막처럼 무덥지만

해가 지면 불어오는 바람속에 가을이 묻어 있는 걸 느낀다.

오늘 새벽에도 자다가 이불을 당겨 덮을 정도로 서늘하였다.

 

파란 하늘에 뭉게 뭉게 피어 오르는 흰구름이

지나간 우리들의 학창시절을 그립게 하는구나.

 

무학산의 자락에 포근히 안겨있는 우리 교정은

꿈많은 소녀들의 아늑한 요람이었지?

 

공부를 하다가 고개를 들면,

마치 고래 한마리가 헤엄치고 있는 듯한 형상을 한 돝섬이

꿈꾸는 듯 누워있는 호수같은 바다가 눈에 들어왔지?

 

봄이면 언덕배기에 노란 유채꽃이 한들거리고,

교정으로 오르는 길의 흩날리는 벚꽃잎 꽃비를 맞고 싶어

일도없이 몇번이나 그길을 오르락 거렸지?

 

매주 금요일마다 수업이 끝나면 무학산 등반 하였던 것 기억나니?

그때는 산에 오르는 것이 힘들어 피하고 싶었지만,

작은 개울을 지나 학봉에서 바라보는 마산 앞 바다는

이은상의 <가고파>시를 절로 흥얼거리게 하였었지?

 

학교뒷편의 농장은 이원수의 <고향의 봄>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하였었단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던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입시의 중압강에서 벗어나고 싶은 그해 여름,

우리는 교복을 입은채 어시장 선착장에서

무작정 거제 가는 배를 타고 떠난 날 기억하니?

막상 배가 멈춘 그곳에 내리자 갈곳도 없고

뙤약볕만 내리쬐어 �기다 시피 되돌아 왔었지?

 

우리가 즐겨 소풍을 갔던 장소

가포의 그 높은 언덕길 생각나니?

그때는 그토록 높아만 보였던 그 언덕이

요즘은 그냥 밋밋하게만 보이니

그동안 내 눈높이가 높아진 탓일까?

 

우리가 산책하였던 가포의 해변길이

이제는 매립되어 우리의 낭만도 함께

뭍혀 버리는 듯해 아쉽기만 하더구나.

변하지 않는 것이 어디 있으랴....

 

대신 그위로 아름다운 마창대교가

세워졌다는 소식 너도 들었지?

그 마창 대교 개통식 전날

마창대교 걷기 행사에 나도 참석하였단다.

다리위에서 바라보는 마산 시내가

나폴리보다 더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더라.

 

너가 서울로 이사간 후

서로 연연해 하던 어느 가을날,

김천 직지사에서 짧은 해후를 하고

헤어져 돌아오는 버스속에서 바라본 둥근달이

어쩜 그렇게도 서러웠을까?

내가 그 달 바라보며 눈물 흘렸듯이

아마 너도 눈물 지으며 떠나 갔을꺼야.

 

희재야,

너희 아들 이달 말,

뉴욕으로 유학떠난다고 하였지?

유학 보내놓고 빈듯한 가슴도 채울겸

올 가을에는 마산에 한번 다녀 가거라.

 

니가 올때쯤이면 돝섬에서 국화 축제도 열리겠구나.

아마 어시장에 전어 축제도 열리겠네.

 

옛날 우리가 걸었던 추산공원도 걸어보고

마창 대교도 달려 보게 꼭 내려 오너라.

해마다 한번 내려갈께~

해 놓고 약속 지키지 않은지가 몇해째냐?

올해는 그 약속이 지켜지기를 기도할께.

 

안녕.

건강하거라, 내 친구야.

 

   2008,8,12.

 친구 순이가.

 

 

 

 호수처럼 잔잔한 수면의 마산 앞바다.

 

 가포에서 창원으로 연결된 마창대교.

 

 마산 어시장에서 바라본 마창대교.

 

 어시장 주면의 등대.

 

 대교앞의 마산 돝섬.

 

 어시장 선착장 풍경.

 

 밤이면 장어구이 시장터로 변하는 어시장 해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