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동유럽5국(4-브루노에서의 프로포즈)

푸른비3 2005. 8. 7. 02:07

깊이 잠 못드는 병은 어쩔 수 없어, 여행지마다 아침이면 더 이상 침대위에

누워있기 힘들어 아예 산책을 나섰다.

차창으로만 보았던 누렇게 일렁이는 밀밭길을 걸어보고 싶었다.

멀리서 보면 밀만 가득한것 같았는데 가까이 다가가니 밀반 잡초반이었다.

워낙 땅이 넓으니 힘들여 잡초를 뽑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농민들의 생활모습은 여유있고 넉넉해 보였다.

 

국도인 모양인데 웬 차들이 그렇게 속도를 내어 빨리 달리는지 도로가를

걷기가 무서울 정도였다.

아직 아침이슬이 걷히기전이라 발끝에 물방울이 매달렸다.

풀섶에 있는 하얀 구절초는 너무나 깨끗해 보였다.

노란 줄무늬를 한 커다란 달팽이들이 풀섶에 있는 모습도 보였다.

 

길가의 집들은 모두 흰커튼을 늘여놓았고, 창틀에는 빨간색의 베고니아를

늘여트려 그림속의 집 같았다.

부지런한 여인이 함석바케쓰에 떨어진 사과를 줏어담고 있었다.

내가 하이! 하고 인사를 건네자 그녀도 맑은 미소를 보내주었다.

얼마후 뭔가 쿵하고 둔탁한 소리가 들려 쳐다보니 도로를 가로 지르던

고양이가 달리는 차에 치여 길가로 나가떨어져 그대로 몸을 웅크리더니

죽는것 같았다.

못 볼것을 보아 마음이 심란하였지만 곧 성호를 그어 영원한 안식을 빌었다.

 

더 이상 걷고 싶지 않아 그 자리에서 뒤돌아 걸었는데

건너편에서 달리던 차가 멈추더니 나에게 타라고 손짓을 하였다.

브래트 피트를 닮은 청년이었다.

순간 당황하여 두손을 엇갈리면서 노우 하였더니

몇 미터 슬슬 달리더니 유턴을 하여 다시 내 가까이 다가왔다.

깜짝 놀라 길섶에서 비켜섰더니 그는 손을 입으로 가져가 키스를

나에게 보내고 떠나갔다.

 

세상에~!

아침에 쓰고 나선 연두빛 모자에 가려 내 주름진 얼굴을 보지 못하였나?

그러나 기분은 묘하고 설레였다.

그의 우아한 키스가 내 죽은 세포를 하나씩 깨우는 것 같았다.

만약 내가 그를 따라 갔다면.....?

엉뚱한 상상을 하며 황홀한 기분으로 호텔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