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간을 날아왔지만 시차때문에 모스코바는 저녁 5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고
백야현상으로 아직 해는 하늘 가운데에 있는 모양이었다.
처음 발딛는 모스코바이고, 프라하행 비행시간까지는 아직 1시간넘게 남아 있었지만
우리는 한발자욱도 공항을 벗어날 수 없는 경유자일뿐이었다.
대합실은 좁고 앉을 자리도 제대로 없어 피난민처럼 바닥에 그냥 앉아서 시간이
되기를 기다려야만 하였다.
면세점에는 물건이 많았지만 진열과 조명이 잘 되지 않아 명품도 명품같아 보이지 않았고
아직 서비스 정신도 몸에 베여있지 않은 것 같았다.
냉방이 거의 되지 않는 2층 맥주집으로 올라가 자리에 앉았지만, 주문을 받으려 올 생각도
하지 않아 우리가 카운터에 가서 주문을 해서 마셔야 했다.
현지시간 19시30분에 헝가리의 수도 프라하에 도착하여 그곳 가이드를 만나
우리가 투숙한 호텔은 트럭운전사들의 숙소같은 근교의ATOI호텔이었다.
거의 폐업 직전의 호텔같았다.
관광객은 거의 우리뿐인것 같았다.
키를 받아 2층으로 걸어 올라갔는데 복도의 불도 모두 꺼져 있어
으시시한 귀곡 산장 같았다.
인솔자가 다시 내려가서 불을 켜 달라고 하여 겨우 방번호를 확인하였다.
혼자 여행하면 항상 따르는 고민이 누구랑 함께 룸메이트가 되는가 ? 하는 것이다.
이번 나의 룸메이트는 광주의 36살 당당하고 자신있게 사는 아가씨였다.
얼굴도 예쁘장하고 성격이 활달하고 쾌활하여 나와 대조를 이루었다.
처음부터 날 언니 언니~하며 잘 따라 주었다.
짐만 숙소에 넣어놓고 우리는 프라하의 야경을 구경하러 가이드를 따라 나섰다.
그런데 그 야경관광은 일정에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서 일인당 30유로를 내어서
관광을 해야했는데 야경 구경치고는 참 비싼 구경이었다.
몰다우강위에 걸쳐있는 아름다운 카를교와 아기자기한 많은 다리들.
그다리위를 밝히는 조명에 찬사를 보내고 성비트교회앞에서 뜻밖에
성지순례를 위해 먼저 떠난 명조님을 만나게 될 줄이야.
반가움에 소리를 지르며 우리는 부둥켜 안았다.
그러나,서로가 어긋난 길이기에 손을 흔들며 곧 작별을 해야했다.
올망졸망한 골목길을 돌아 피자집에 들어가 맥주와 피자를 시켰는데
그곳 사람들은 더위도 타지 않는지, 그 더위속에서도 에어컨은 커녕
선풍기도 한대 돌아가지 않았다.
그곳 날씨도 이상 기후탓으로 그날 37도를 넘었다고 하였는데도....
맥주마시는 것도 귀찮아 그냥 빨리 돌아가 샤워하고 자고 싶었다.
잠자리가 바뀌면 잠 못 이루는 나는 여행하기가 힘든 체질이다.
비행기안에서도 거의 뜬눈으로 보냈는데도 잠이 오지 않았다.
하기야 한국시간으로 벌써 새벽이니 내가 일어날 시간 아닌가?
모닝콜을 받기전에 일어나 산책을 나섰다.
지난밤의 열기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가을날씨처럼 싸늘하였다.
넓은 들판에 밀이 누렇게 익어가고 있었고
길섶에는 개망초와 엉겅퀴가 지천으로 피어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담배를 손에 잡은 아가씨들이 그 허허벌판같은 곳에
가끔씩 보여 이상하다 하였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 아가씨들은
창녀들이었다.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가씨들이었다.
키큰 플라타너스가 줄지어 바람에 잎사귀를 반짝이는 모습이 아름다운 새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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