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노를 출발하여 아우슈비츠로 향하는 들판은 넓고 평화스러워 보였다.
구름이 잔뜩 덮혀있더니 어느새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낮은 구릉과 숲이 끝없이 이어지더니 체코와 폴랜드의 국경에 도착하였다.
이곳 유럽 동맹국민은 그냥 패스포드만 보고 통과하는 것 같았지만
동양에서 찾아온 우리들은 통과가 쉽지 않았다.
차에 올라탄 군인이 여권의 사진과 하나하나 대조하더니 여권을 모아
다시 사무실로 가져가 한참이나 기다린 후에야 통과가 허락되었다.
가로수에 달린 붉은 꽃인지 열매인지, 우리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나무가 아름다웠다.
아우슈비츠 입구에서 미팅을 한 현지 가이드에게 나무의 이름을 물었더니
이곳에서는 야젠비크 나무라고 불리는데 그 열매로 액기스를 만들어 이곳 사람들의
만병 통치약으로 복용한다고 하였다.
가까이 다가가 보았더니 붉은 꽃이 아닌 열매였다.
우리 나라의 매실처럼 그들에게는 친근한 나무인 것 같았다.
폴랜드 현지식 점심을 주문하였다.
식탁마다 꽃들이 장식되어 잇었는데 노란 국화의 색깔이 선명하였다.
이곳도 전기 사정이 좋지 않은지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보기 어려웠다.
우리의 쌀대신 이곳은 감자 삶은것이 주식인 모양이다.
튀겨진 닭고기 곁에 놓인 감자의 색깔과 짙은 노란색이었는데 맛있었다.
국경을 접한 나라는 서로가 껄그러운 상태인가 보다.
우리나 일본처럼 독일과 폴랜드의 사이도 멀고도 가까운 사이였을까?
독일은 폴랜드의 유태인 밀접지역인 이곳 아우슈비츠에서
왜그렇게 잔인한 유태인 말살 정책을 펼쳤을까?
숱한 영화와 소설속의 아우슈비츠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다.
키 큰 나무들은 그때부터 지금까지의 역사를 말없이 지켜보고 서 있었다.
많은 방문객으로 복잡하고 서양인 특유의 냄새때문에 멀미를 할 것 같았다.
나는 다리도 쉴겸 일행들이 나올때 까지 그냥 돌계단에 앉아 기다렸다.
서울에서 온 세명의 베낭 여대생들과 다리도 쉴겸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곳을 독일인은 방문하지 않느냐고 하였더니,
일본과 독일인의 다른 점이 바로 그기에 있다고 한 여학생이 말하였다.
많은 독일인이 이곳을 찾고 그들의 과거를 눈물 흘리면서 반성을 한다고 하였다.
일본인은 아직 한번도 진심으로 반성을 하지 않는다고 열을 올렷다.
똑똑하고 야무진 우리 여대생을 바라보니 든든한 우리의 미래를 보는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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