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바보 비용 지출

푸른비3 2025. 3. 5. 22:43

2025. 3. 6. 수.

 

복지관 일어 수업시간 중에

마산의 법무사 사무실에서 전화가 왔다.

"잠깐만요. 밖에 나가서 받을게요."

 

어제 빠른 등기로 인감증명서를 보냈는데

일이 잘 마무리되었다는 전화이겠구나

짐작하며 반가운 마음으로

"여보세요~!"

"사모님. 왜 인감증명서 신청을 아드님 이름으로 했어요?"

"어머....아닌데요. 분명히 딸이름으로

새로 등록하여 인감증명서 발급받아서 보냈어요."

 

문득 어제 동네 주민센터로 가서

새로 등록한 딸의 도장이 색깔이

조금 다르다는 생각을 하였지만,

요즘은 내 기억력을 믿을 수 없었기에

내가 잘못 인지하였나 보다...생각하였다.

 

그런데 법무사 사무소에서

새로 발급받은 인감증명서를 확인하니

딸의 이름이 아니고 아들의 이름이란다.

나는 내 기억력을 못믿는다고 하여도

어찌 젊은 아들과 딸이 자기의 도장을

구별하지 못한다 말인가?

 

믿을 수 없는 상황 앞에서 나는 그냥

내 머리를 쥐어박고

쥐구멍에라도 숨어버리고 싶었다.

 

올해 초 마산에 있는 조그만 점포를

관리하기 어려워 시세보다 싸게 매도하였는데,

오래전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아들과 딸과 함께 3인 공동 명의로 상속을 하였고,

이번에 매도하기 위해서 3사람의 인감증명이 필요하였다.

 

며칠 전 처음으로 동주민센터에 가서

인감증명서를 신청하여 보냈는데

딸의 인감 도장이 등록된 도장과 다르다고 하여

어제 아들이 보내온 도장으로

바쁘게 새로 등록하여 보냈다.

 

설마 그 도장이 아들의 도장일 것이라고는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였다.

믿기지 않는 상황에 자꾸만 헛웃음만 나왔다.

 

어제 새로 신학기를 맞은 딸은

시간이 없다고 불평하여

내가 미리 주민센터에 가서 기다려서 

어렵게 만들어 급하게 우체국으로 달려가

빠른 등기로 보냈는데 모든 게 엉망이 되었다.

 

법무사 사무실 여직원에게도 미안하였고

매도인에게 너무나 부끄럽고

죄송하다는 문자를 보냈더니,

누구나 실수를 하는 법이라고 하였지만

자괴감으로 너무나 괴로웠다.

 

딸에게 다시 인감증명을 등록하여야 한다는

상황을 문자로 보냈더니,
무슨 뜻인지 이해를 못하는 것 같았다.

'아니....나만 잘못인가?

나는 늙어서 그렇다고 쳐도

너희들은 젊은데도 자기 도장도 챙기지 못하는가?'

 

내가 다시 상황을 설명하고,

나 스스로 부끄러워 죽고 싶다고

문자를 보냈더니,

'ㅎㅎ <바보 비용 지출>이라고 생각하세요.

ㅎㅎ 그래 맞다.  바보 비용 지출이야. 하하하.

 

나중에야 나는 요즘 젊은 세대들은

거의 도장을 쓰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을 패스워드와 자필 싸인으로 대신하니

도장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치밀하지 못한 성격으로

그런 중요한 문서를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좀 더 확인하고

정확하게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 되어야겟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스스로 위로하기로 하였다.

결국 우리 가족 모두  <바보비용지출>을 단단히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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