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설날을 앞두고

푸른비3 2025. 1. 27. 13:14

해마다 명절이 다가 오면 아들 가족이 서울로 왔다.

아들과 며느리가 맞벌이하므로 우리가 마산으로 가지 않으면

좀처럼  만날 수 없는데, 명절에는 며칠동안 휴가가 생기므로

아들은 가족들을 데리고 늘 서울로 역귀성하는 편이었다.

 

이번에는 아들이 사정이 생겨 올 수 없으니 우리를 내려오라고 하였다.

그래. 너희들이 바쁘면 이번에는 우리가 내려 갈게....약속했지만,

긴 시간을 도로에서 시달릴 것 생각하니 슬그머니 마음이 변하였다.

그냥 서울에서 차례 간단히 지내고 위령미사를 드리겠다고 하였다.

 

아들은 처음에는 서운해 하더니, 어머니가 원하는대로 하시라고 하였다.

사실 아들은 2월 초순에 우리 가족 해외여행을 예약해 놓았다.

아들 가족과 한번도 해외여행을 하지 못하였기에 은근히 기대도 되었고,

마산사는 사돈도 함께 하기로 하였다니 약간 긴장도 되었다.

 

평소에는 아들은 명절 연휴 전 날 회사 일이 끝나면 가족들을 싣고

운전을 하여 밤늦은 시간(주로 밤 12시)에 서울 집에 도착하였다.

초저녁 잠이 많은 나는 한 숨 자고 일어나는 시각에 도착하였다.

집이 좁은 나는 아들 가족에게 안방을 내주고 거실에서 지내야했다.

 

딸과 둘이 단촐하게 살던 우리집이 갑자기 대가족을 맞아 북적였다.

혹시 방해가 될까 마음대로 화장실도 드나들지 못하고 불도 켜지 못하였다.

내가 불편을 감수하는 것보다 아들 가족이 더 불편할 것 같아 마음 쓰였다.

넓은 집에서 지내다 안방 한 칸에서 4식구가 자려니 얼마나 불편할까?

 

무엇보다도 좁은 집에서 꼬부리고 자는 며느리에게 미안하였다.

다행히 며느리는 원만한 성격이라 불편한 기색없이 잘 자고 잘 먹었다.

모처럼 서울에 왔으니 맛집도 찾아가고 아이들 데리고 박물관, 놀이동산 등

서울 구경도 할 겸 주로 3박 4일을 좁은 집에서 지내다가 내려갔다.

 

손자들이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는 아무리 주의를 시켜도 쿵쿵 뛰어다니고 하여

아랫집에서 항의가 들어올까....하고 가슴이 조마조마하였다.

힘들어 정리를 해 놓아도 손자들이 오면 완전 무질서의 방이 되었다.

손자들이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는 우스개 말이 현실이 되었다.

 

성당에서 합동 위령미사를 드리지만 나는 습관대로 집에서도 차례를 지냈는데,

지난 설명절부터는 아들이 차례상에 간단하게 차를 올리는게 좋겠다고 하여

손 많이 가는 제사 음식 장만을 하지 않으니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생선과 나물, 전 등을 만들어 놓아도 손자도 아들도 손을 대지 않았는데....

 

올 설에도 차례상에 아들이 보낸 과일과 차를 올릴 생각이다.

그래도 명절이니 약밥과 조기구이. 소불고기. 꼬치전은 만들 생각이다.

손자들이 오지 않는다고 하니 서운하기는 하지만 조용한 명절을 보낼 수 있겠다.

늦잠도 자고 게으름도 실컷 부리고 전철타고 가까운 곳 여행도 다닐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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