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서울시향 코파친스카야의 쇼스타코비치
2023. 3. 10. 금. 오후 8시
롯데코서트홀.
며칠 전 대한민국 실내악 페스티벌 (3월 7일. 롯데콘서트홀)
연주회에서 들었던 쇼스타코비치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서울시향의 연주로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겨서
평소 정보를 검색하지 않고 그냥 연주회장을 찾았던 내가
이번에는 미리 작품을 검색하여 음원을 들어보고 갔다.
집을 나서니 완연한 봄날씨였다.
차창으로 보이는 강가의 수양버드나무도
어느새 가지끝이 푸르스름 봄기운이 가득하였다.
연주회장에 도착하니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많은 청중들로 가득하여
역시 서울시향의 명성을 실감하게 하였다.
오늘 연주는 몰도바 출신의 코파친스카야의 바이올린 연주와
독일 출신 잉고 메츠마허의 지휘로 서울시향의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인데 사실 나에게는 이름을 발음하기도 어려운
생소한 바이올리니스트와 지휘자였다.
(나이드니 왜 이렇게 외국인 이름을 외우기 어려운지 모르겠다,ㅎㅎ)
내가 앉은 좌석은 2층의 오른쪽 날개 자리였다.
(주머니가 가벼우니 좋은 자리는 언감생심
사실 이 티켓도 나와 함께 공감하고 싶다고 친구 홍도가 구매)
처음에는 이렇게 구석진 자리에서 제대로 음악 감상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눈을 감고 귀만 열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연주자들이 입장하여 자리를 잡고 보니 나름대로 좋은 자리였다.
마치 전지전능한 자의 시선으로 내려다 볼 수 있는 것 같았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니 그동안 제대로 보지 못하였던
악기 편성을 상세하게 내려다 볼 수 있어 퍽 재미있었다.
내가 앉은 좌석에서는 관악기, 타악기가 가까워서 눈여겨 보니,
플륫.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 호른. 튜바 등의 관악기와
팀파니. 탐탐 (동라-커다란 징처럼 생긴 타악기) 등의 타악기.
첼레스타. 자이로폰. 하프 등의 악기가 눈에 들어왔다.
오케스트라에서 타익기가 가장 편한 악기라고 생각하였던 내가,
오늘은 팀파니 연주자를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순간순간을 긴장하며 악보를 들여다 보며 연주를 하였다.
팀파니를 치는 채의 종류가 그렇게 많은 줄 오늘에야 알았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관악기의 역할이 특히 관심을 끌었는데
클라리넷의 퉁기는 듯한 소리를 내는 연주기법과
또 커다란 덩치의 튜바를 여성 연주자가 2개의 튜바를 곁에 놓고
곡에 따라 각기 다른 튜바를 사용하는 것도 오늘 처음 보았다.
1부는 쇼스타코비치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 1번.
코파친스카야는 미술, 연극 등 여러 장르와 협업하여
현재 클래식 음악계에서 가장 독창적인 바이올리니스트라고 하였다.
이번에 처음 한국을 방문하여 서울시향과 협연한다고 하였는데,
환경운동가이기도 한 그녀는 비행기 대신 배로 이동한다고 하였는데
이번에는 무엇을 이용하여 내한하였을까?....궁금하였다.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 Op 77은
난해한 대곡으로 솔로 카덴짜가 있어 많은 긴장감이 있고,
3악장 파싸칼리아에서 극대화 되기 때문에 쉽게 도전을 못하는 곡이라고 하였다.
4개의 악장으로, 표제를 가진 모음곡과 같은 형식으로
20세기 작곡된 최고의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불후의 명곡으로 불린다.
1악장 도입부는 서정적인 침울한 색채의 분위기로 시작하여
2악장은 해학적이고 화려한 행진곡풍
3악장의 파사칼리아. 카덴짜의 화려한 바이올린의 기교가 필요하며,
이어서 연주되는 4악장은 론도 형식으로 빠르고 힘찬 합주로 끝나는
곡이라고 하였다. (집에서 미리 검색해 간 노트에 의하면)
쇼스타코비치는 소련 공산당 기관지 프라우다지로부터
형식주의라고 맹비난을 받은 후 그의 작품은 34년간 공연이 금지되었다.
그런 환경에서 작곡한 곡이었기에 침울한 분위기의 곡이 아니었을까?
공산당의 핍팍과 비판속에서 작곡한 그를 생각하며
12음 기법을 사용하여 난해한 그의 곡을 그냥 몸으로 느껴 보았다.
협연한 코파친스카야는 뒷모습만 볼 수 있어 아쉬웠지만
때로는 열정적으로 때로는 유연하고 우아하게 연주하였는데
세계적인 명성의 바이올리니스트이니, 내가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연주가 끝나니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았으니 대단한 연주였을 것이다.
2부의 브루크너의 교향곡 5번.
안톤 브르크너(1824~1896)는 낭만주의 음악가로
작곡자가에 의해 이 곡의 부제로 환상곡이라고 붙였다고 한다.
대위법에 입각한 장식을 최대한 없앤 순수하고 정제된 음악으로
절제된 트레몰로와 간결한 오스티나토를 사용한 4악장의 곡이다.
브루크너도 이곡을 작곡할 당시 생활고를 겪었다고 하였다.
느린 서주로 시작하여 현악부의 피치카토의 활기찬 연주와
오보에의 은은하고 쓸쓸한 음색. 민요풍의 선율 등이 조화로와
집에서 음원으로 들을때와는 달리 너무나 역동적으로 들렸다.
(개인적으로 기대하였던 쇼스타코비치의 곡보다 더 좋았다)
몸 전체로 스며들듯 빠져드는 브루크너의 교향곡은
아마도 잉고 메츠마허의 지휘 때문이 아닌가....생각된다.
마치 나도 서울 시향의 단원이 되어 내몸 전체로 연주를 하는 것 같았다.
악보가 없어도 나는 지휘자의 손짓으로 연주에 참여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지휘로 서울시향의 연주는 더욱 빛나는 듯 하였다.
브루크너를 듣는 동안 내 몸은 세포 하나하나가 살아나는듯 하였다.
점점 얼굴도 상기되어 마치 몸 전체가 하늘로 붕 떠 오르는 듯 하였다.
곡의 피날레와 함께 마침내 열반에 드는 느낌이 이런 것일까?
카타르시스된 기분으로 쉽게 연주회장을 떠날 수 없었다.
작곡자와 지휘자. 서울시향에 감사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협연한 코파친스카야가 연주회가 끝나고 악장과 악수하는 모습.
브루크너 교향곡이 끝난 후 지휘자 잉고 메츠마허.
팀파니의 채가 한 가득.
2개의 하프와 첼레스타.
2개의 튜바.
멋진 연주해준 서울시향단원들.
* * *
아래는 롯데콘서트 홈페이지에서 펴온 글.
엄격하고 심오한 대위법의 정수
힘겨운 시기에 브루크너는 음악 본연의 요소들에 심취하면서 대위법 연구에 더욱 몰두하였다. 마침내 빈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하게 되면서 대위법에 대한 관심을 더욱 깊어졌다. 그는 교향곡의 정수를 대위법이라고 보고, 이를 구현한 작품을 쓰기로 했다. 이렇게 완성된 교향곡 5번은 금욕적일 정도로 순수하고 정제된 음악세계를 보여준다. 장식을 최대한 배제한 간결한 선율은 장엄한 느낌을 연출한다. 이 작품에서 브루크너가 선보이는 이 정제된 선율은, 그가 슈베르트와 바그너의 영향에서 벗어났음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증거이다. 또한 절제된 트레몰로와 간결한 오스티나토로 보다 명료한 텍스처를 구성하였다. 이 명료한 텍스처는 엄격한 리듬의 화성진행을 통해 더욱 장엄하고 숭고한 느낌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브루크너의 이 숭고한 대위법은 1936년이 될 때까지 제대로 연주되지 못했다. 1894년에 이루어진 초연에서 지휘를 맡은 프란츠 샬크는 브루크너의 원곡을 상당 부분 삭제, 수정하였다. 병으로 이 연주에 참석하지 못했던 브루크너는 자신의 제자가 작품을 수정한 것을 알지 못했다. 그리하여 수차례의 개정으로 악명 높은 브루크너가 유일하게 개정하지 않은 이 교향곡 5번은 브루크너의 사후 수십 년 뒤에야 제대로 알려지게 되었다.
작품구성
1악장 아다지오 – 알레그로(Adagio – Allegro)브루크너의 교향곡 중 유일하게 느린 서주로 악장이 시작된다. 첼로와 더블베이스가 피치카토로 중심 모티브를 연주하면서 시작되는데, 이 피치카토 모티브가 전체 악장의 중심이 되기 때문에 이 교향곡을 ‘피치카토 교향곡’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B♭음에서 E음으로 순차적으로 하행했다가 다시 상행하는 이 모티브는 순환베이스 모티브로 기능한다. 이 모티브는 곧이어 4성부 대위법으로 발전되고, 발전부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변주된다. 이 신비로운 도입부는 갑작스러운 팡파르로 중단되고, 금관이 코랄풍의 선율을 연주하면서 제시부로 이어진다. 순환베이스 모티브와 팡파르 모티브, 코랄풍 선율은 제시부의 행진곡 주제와 어우러져 절정을 향해 고조되고 결국 마지막 부분에서 하나의 음악적 요소로 통합되면서 악장을 마무리한다.
2악장 아다지오(Adagio: Sehr langsam)현악성부가 피치카토를 연주하며 악장이 시작된다. 현의 피치카토 위에서 오보에가 우수어린 선율을 연주한다. 현의 날카로운 음색과 오보에의 쓸쓸한 음색의 대비는 아름답고 풍성한 2주제에서 제시하는 활기차고 아름다운 음색으로 해소된다.
3악장 스케르초(Scherzo: Molto vivace)2악장의 주제선율과 동일한 선율로 3악장이 시작된다. 브루크너 특유의 민요풍 선율이 재치 있는 스케르초 양식과 어우러져 색다른 느낌을 연출한다.
4악장 피날레: 아다지오 - 알레그로 모데라토(Finale: Adagio - Allegro Moderato)1악장과 유사한 느낌으로, 순환베이스 모티브 위에서 클라리넷이 짧은 음형을 연주하면서 시작된다. 곧이어 클라리넷이 강렬하게 푸가 모티브를 제시하지만, 현악 성부는 1악장의 행진곡 주제를 연주하면서 이에 동조하지 않는다. 다시 한 번 클라리넷이 푸가 모티브를 연주하면, 오보에는 2악장의 주제를 연주한다. 마지막으로 클라리넷이 다시 푸가 주제를 연주하자 마침내 첼로와 더블베이스가 이 주제를 받아 장대한 푸가를 펼쳐나간다. 앞의 악장들에서 사용된 주제를 인용한 뒤 본격적으로 4악장의 진행을 펼쳐나가는 방식은 베토벤의 교향곡 9번 4악장과 유사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모든 악장이 1악장의 모티브에서 비롯된 주제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르네상스적인 기법을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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