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동 오보에 독주회
2023. 3. 26. 일.2:00 pm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일요일 오후 2시의 음악회는 나에게 애매한 시간.
오보이스트 유예동은 고향 친구 지인의 아들인데,
친구를 대신하여 꽃다발을 사서 축하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오보에 독주회는 쉽게 만나기 어려운 연주회이라
덥썩 승낙을 하였는데,
막상 집을 나서려니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지랖 넓게도 아까운 연주회라는 생각에 지인들을
초대하였으니 귀찮아도 일찍 도착해야만 하였다.
전철역 가는 둑방길에는 벌써 벚꽃이 피기 시작하였다.
리사이틀홀 앞에서 만난 유예동 어머니는 푸근한 인상의 여인이었다.
오늘 연주회 초대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따님을 훌륭하게 키우셔서 참 보람있겠습니다." 덕담을 하였다.
무대가 열리자 등장한 사람은 건장한 청년이었다.
앗? 실수..... 친구는 분명히 딸이라고 하였는데?
오보에를 든 옆얼굴의 선이 동그스름하여 착각하였던 모양이다.
첫곡은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오보에 소나타 작품번호 1031.
1악장은 퍽 낭만적이고 달콤하고 우아한 선률이었다.
특히 2악장의 시칠리아노는 귀에 익은 곡이었다.
이어진 곡은 바흐의 둘째 아들 카알 필립 엘마누엘이 작곡한
오보에 소나타 G 단조. 작품번회 135.
조금 빠른 리듬이었지만 선률은 첫 곡과 같이 우아하였다.
세번 째 곡은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오보에 소나타 작품번호 1020.
3악장 모두 알레그로로 빠른 곡이었지만
바흐의 곡이 이렇게 낭만적이었나 생각될 정도로 달콤하였다.
휴식 시간이 끝난 후에 연주한 마들린 드링의
플루트. 오보에 피아노를 위한 삼중주.
플루트에는 현재 한국플루트협회 이사인 신승환이 협연하였다.
마들린 드링은 영국의 배우, 만화가. 바이올리니스트, 피아니스트.
가수이며 작곡자로 모든 예술가로서의 재능을 지닌 분으로
이 곡은 남편 로저 로드를 위해 작곡하였다고 하였다.
1악장은 플루트와 오보에의 주고 받는 선률은 리드미컬하면서도 애절하였다.
2악장은 마치 두 악기가 정다운 대화를 나누는 듯 하였고,
3악장은 카덴차와 앙상블로 활기찬 곡으로 마무리 하였다.
마지막 곡은 헝가리 태생의 작곡자이자 지휘자 안탈 도라티의 곡으로
1악장. 렌토 루바토. 2악장 몰토 비바체로 구성된 곡으로
몹시 연주하기 어려운 곡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감상하였다.
오보이스트 유예동과 플루티스트 신승환 두 사람의 연주를 들으니
문득 클로드 드뷔시가 작곡한 <목신의 오후>가 떠 올랐다.
그리스 신화의 목신 판의 피리 연주가 이렇게 황홀하였을까?
연주회장까지 오는 과정이 게으른 나에게는 늘 번거롭게 여겨졌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이런 기회를 누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누릴 수 있을 때 부지런히 연주회장을 찾으리라 생각하였다.
오보이스트 유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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