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생명의 신비, 삶의 기쁨.

푸른비3 2023. 2. 24. 13:38

아침에 베란다에 빨래를 널으려다

나도 모르게

"앗~!" 하고 탄성이 터졌다.

 

지난해 이른 봄

꽃집 노란 수선화가 꽃샘 바람에

오소소....떨고 있기에 두 분을 사서

하나는 이웃집에게 새 봄 선물이라고 주고

하나는 우리 집 거실에 놓았더니

그 조그만 꽃으로  온 집안이 화사하였다.

 

그 후 여리디 여린 꽃망울은 하나 둘 시들었다.

꽃을 피우는 시기가 너무 짧아 아쉬워하며

베란다 한 모퉁이에 놓아두고 잊어버렸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추위가 혹독하여

베란다에 놓아 둔 산서베리아 등 몇 개의 화분이

추위를 이겨내지 못하고 죽어 화분을 정리하며서,

한쪽 모퉁이에 말갛게 솟아오른 알뿌리가 있기에

무엇일까?....하고 화분에 옮겨 심었더니

며칠 전부터 푸른 잎이 쑥쑥 솟아나고 있었다.

(새 잎이 솟아나는 것을 보고서도 무엇인지 짐작도 안 갔다)

 

빨래를 널다 무심코 내려다 본 눈길에

샛노랗고 여린 꽃망울을 터트린 수선화.

"아,  너였구나.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나는 너를 잊었는데 너는 이렇게 잊지 않고

충실하게 잎을 틔우고 꽃을 피웠구나."

나는 무릎을 꿇고 수선화에게 인사를 하였다.

 

입춘을 지난 후 마음은 벌써 봄인데

봄은 더디게 온다고 불평을 하였는데

어느새 봄은  내 곁에 와 있었다.

 

수선화를 들여다보며

새 새명의 신비를 느꼈고

내가 살아있음에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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