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보이시스 콘서트
2022. 9. 16. 금. 오후 7시 30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지난 겨울 2차례의 수술을 받은 후
건강 염려증이 생겼다.
친구가 가을 여행을 권하여도
선뜻 집 나서는 것이 두렵다.
유치원 활동보조를 하고 있는데
친구 홍도의 전화가 왔다.
놓치기 아까운 연주회니까
꼭 오라고 하였다.
몸이 피곤하여 집에 가서 쉬어야겠다는 생각이었지만,
나를 불려 주는 친구가 고마워.... 가겠다고 하였다.
집을 나서는 순간 비가 한 두방울 떨어지더니
소나기가 되어 등까지 흠뻑 젖어 버렸다.
이번 연주회 프로그램은
1부는 한국 가곡
2부는 오페라의 아리아와 이중창이었다.
스스로 '마이크 잡스' 라고 소개하는
유정현님의 사회로 막이 올랐다.
김효근 작곡의 <눈>을 시작으로
한강 아리랑.물한리 만추.
꽃구름속에. 사랑가. 그리운 금강산.
산아. 신아리랑.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로 이어졌다.
김효근 작곡의 <눈>은
평소에 내가 좋아하였던 곡이었는데
이번에는 바리톤 이치훈님이 불렸다.
테너. 소프라노의 노래로 귀에 익은 곡인데
바리톤으로도
겨울산의 그 고요함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눈을 감고 가락에 귀를 기울이니
마치 내가 눈덮힌 겨울산의 숲속길을 걷는 듯 하였다.
눈덮힌 산속을 작은 새가 날아가고
아침 햇살에 반사된 눈의 풍경에 눈이 부셨다.
이치훈님은 테너 이정원님의 제자로
일찌기 세계적인 성악가의 길을 들어선 분으로
장래가 촉망되는 성약가라고 소개하였는데
과연 무게감이 느껴지는 목소리의 소유자였다.
이정원님의 '물한리 만추'는
이번에 처음 들은 곡이었는데,
가사의 전달이 잘 되는
테너의 영역인데도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물한리 골짜기의 맑은 물이 콸콸 쏟아지는 듯
상쾌하면서도 아름다운 곡이었다.
가장 잘 알려진 바리톤 고성현의
'산아'는 역시 세계적인 명성의 소유자답게
부드러우면서도 감칠 맛 나는 노래가
내 귀에 속속 들어왔다.
개인적으로 '시간에 기대어'를
좋아하였는데 '산아'도 좋아질 것 같았다.
소프라노 조선형의 '그리운 금강산'을 들으니
불현듯 지나간 과거 젊은 시절의 광경이 떠올랐다.
내가 살았던 마산에는
연주회가 그다지 없었는데
국화가 소담스레 피는 가을이면
<가곡의 밤> 음악회가 열리곤 하였다.
'고향의 노래'. '국화 옆에서', '아, 가을인가.... '등
가을의 노래를 들으며
가을의 낭만속에 푹 잠기는 시간이 되었다.
'신아리랑'의 김영미의
서정적이며 절제된 목소리 덕분에
나를 청춘시절로 돌아가게 하는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김지현. 김지민. 조선형 등의
화려한 소프라노 노래들도
나에게 에너지와 열정을 안겨주는 듯 하였다.
2부의 비제. 베르디. 푸치니의
오페라 아리아와 이중창에서
출연진들은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는 듯 하였는데,
사실 나에게는 조금 어려워서
우리나라 가곡만큼 감동을 주지는 못하였다.
이번 그랜드 보이시스 콘서트는
박지운이 지휘하는
뉴서울필하모닉모케스트라가
연주를 맡았는데 역시 훌륭하였다.
이번 연주회는
태풍과 추석의 뒷처리로 힘들었던 나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음악회가 되었다.
피곤하다고 손사레를 친 나를
격려하고 초대해준 친구 홍도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사회를 맡은 유정현님과 음악동호회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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