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나의 만년필

푸른비3 2022. 2. 17. 12:56

나의 만년필

박완서 산문집 2

문학동네 ( 2015. 1.20. 1판 1쇄  2020. 11.11 1판5쇄)

(2022. 2. 11~16)

 

박완서의 산문집 1. <쑥스러운 고백>에 이어

산문집 2. <나의 만년필>을 읽었다.

이 책은 1977년 출간된 <혼자 부르는 합창> (진문출판사)을

재편집하였다고 일러두기에 적혀 있었다.

 

이 책의 구성은 

1부 게으름뱅이의 변

2부 따습고 부드러운 약손이 되어

3부아물지 않은 상흔

4부 연탄과 그믐달  ....이렇게 나눠져 있었다.

 

1977년이라면 70년에 작가는 문단에 등단하여 새로운 시선으로

문학활동을 시작할 때였고, 나는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20대였다.

이 책을 출판할 당시에는 이런 글이 발표되었는지도 몰랐다.

그 당시의 사회적인 상황은 내 기억속에 남아 있는 것도 없었다.

 

작가는 그 당시 5남매의 어머니로서 자녀들 뒷바라지에도 바쁜

시기였겠지만 당시의 사회 전반을 예리한 눈으로  바라보고

깨어있는 사고로 따끔한 일침을 놓는 주부라는 생각을 하게 하였다. 

부끄럽게도 나는 의식없이 내 살기에도 바쁜 여자로 살아왔다.

 

저울질 교육.  세모의 감회에 젖어. 게으름뱅이의 변. 등에서

우리의 식민지시절부터 익숙해진 구태의연한 사고방식.

객관식의 잦은 시험과 경쟁심을 고취하는 교육에 대하여

낙후된 학교 시설. 부실 날림의 건물에 대한 글을 써 놓았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여성은 남성의 적인가. 여가와 여자.

중년 여인의 이십대. 아물지 않은 상흔 등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여성을 대하는 남성의 시선에 대하여

일침을 가하는 글들을 참으로 설득력있게 써 놓았다.

 

이 산문집의 제목이 된 나의 만년필에서는

시인 이영도님의 영결식에 부친 글로써 생전에 면식도 없던 작가에게

전화를 만나기를 청하여 "좋은 글 써 줘요." 하면서 작가에게 내민

만년필 선물에 대한 글과 함께 아쉬운 마음을 절절하게 표현하였다.

 

늦은 나이에 등단하여 625전쟁 후의 우리의 시대 상황과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 개성의 풍경과 그 당시의 서울 주변의 풍경을

그림으로 그린듯이 세밀하게 묘사하는 소설가라고만 생각하였던

작가 박완서의 시대를 앞서가는 사고를 알 수 있는 글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이 책에도 내가 노트하고 싶은 내용들이 많아 몇 줄은 옮겨 보았다.

 

구석기시대에서 신석기시대로 바뀌는 과정, 무문토기에서

채색토기로 바뀌는 과정 그런 게 좋은 것이다. 깨뜨려서 쓰던 석기를

최초로 갈기 시작한 혁명적인 윈시인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나는 매번 흥분한다. 그와 연애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이 그가 좋다.

질박한 윈시 무문토기에 최초로 치졸한 빗살무늬를 새긴 원시인을

상상하는 것도 즐겁다, (52)

 

이 예술적 충동으로 고민한 최초의 인간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었을까.

단조롭고 동일한 직업의 반복에 미친 듯한 권태를 느끼면서 내부에서

간질간질 어떤 충동이 싹트고, 마침내 영감이 번득이며, 떨리는 손으로

토기의 표면에 빗살무늬를 새겨넣으면서 맛본 환희, 인간 최초의

예술적 희열은 어떠한 것이었을까. (53)

 

남자들은 이렇게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나 끊임없이 여자의 교육,

여자의 능력을 무화시키려든다.  여자의 가치를 될 수 있는대로 참담하게

무화시킨 남자일수록 남자다워 보이기까지 한다. 성공을 위해, 야망을 위해,

여자의 희생을 딛고 선 남자는 그것을 달성하고 난 후에도 다시 성공한

남자로서의 위신과 권세를 돋보이기 위해 계속해서 여자의 희생을 딛고 선다.

마치 여자가 만만한 발판인 줄 안다. (99)

 

남자들이여, 부디 딛고 선 여자로부터 그대의 억센 발을 거두라. 

그리고 여자가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라. (101)

 

한 인간으로소의 존재가치를 살릴 각오가 없는 여자에게 투자되는

교육비란 결국 좀 더 조건이 좋은 집안의 현모양처 감으로 선택받기

위한 겉치장에 불과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슬그머니

아까운 생각이 나길래.... (127)

 

어떤 개인의 기행이 개인적인 기행 이상의 문제성을 지니고

우리 공동의 관심사가 되려면 적어도 그 기행의 밑바닥엔 

우리 공통의 고뇌와 상관된 고뇌가 깔려 있어야 할 게 아닌가.(296)

 

관용차는 공무원이 국민으로부터 얻어 탄 차입니다.

국민이 능력 있는 일군을 보다 능률적으로 부려먹기 위해

자기는 못 타면서 빌려준 겁니다. (312)

 

오늘의 인플레는 세계적인 추세요, 결코 우리 정부의 무능도 불명예도 아닙니다.

국민이 바르게 알게 하시고, 난국을 극복할 길을 같이 의논해주시고,

협조를 호소하시고 어려움에 앞장서십시오.(323)

 

 

 

 

'독후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필로 쓰기  (0) 2022.03.16
은주의 영화 (공선옥 소설집)  (0) 2022.03.07
쑥스러운 고백  (0) 2022.02.11
골목 인문학  (1) 2022.02.08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0) 2022.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