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인문학
-그 골목이 품고 있는 삶의 온도
임형남. 노은주 지음.
인물과 사상사 (2019. 9.5. 초판 3쇄 펴냄)
(2022. 2.5~2.8)
끝나지 않는 코로나 팬데믹속에 이번 설 연휴가 길었다.
하루에도 만 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이라
민족 고유의 대명절이지만 명절 기분이 들지 않았다.
마산에 사는 아들 가족도 못 온다고 하니 더욱 우울했다.
설이라 해도 며느리, 손자도 못 본다는 생각을 하니
명절 음식도 하고 싶지 않았고 청소도 하고 싶지 않았다.
사실 요즘은 며느리도 손님이라 미리 냉장고 정리도 하고
부엌 청소도 하고 하였는데 이번에는 그냥 손놓고 놀았다.
설 전 일요일 몹시 추운 아침이었지만 친구들이
우리 집에서 가까운 대모산 등산을 한다고 하여
나도 잠깐 다녀오리라 생각하여 대모산 정상에 올랐다가
하산하는 도중 낙엽에 미끌어져 그만 다리를 다쳐 버렸다.
응급 병원에서 10바늘이나 꿰매는 수술을 받고 입원하였으니,
내가 벌을 받는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다행히 골절은 당하지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집에서 근신하면서 읽은 책이 바로 이 <골목 인문학>이었다.
표지에 그려진 골목의 풍경이 낯이 익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내가 2번이나 다녀왔던 프라하 성 안의 알록달록한 황금소로였다.
2018년 여름 이곳에서 같이 동행하였던 친구를 잊어버리고
나 혼자 안타까운 마음으로 헤매고 다녔던 바로 그 골목이었다.
이 책의 지은이는 임형남. 노은주 부부는 건축학과 동문으로,
가장 편리하고 인간답고, 자연과 어우러진 집을 궁리하기 위해
틈만 나면 옛집을 찾아가고, 골목을 거닐고 도시를 산책하며,
그 여정에서 집이 지어지고, 글과 그림이 모여 이 책으로 역었다고 했다.
책의 앞 날개에 저자의 사진이 없어 어떤 사람일까 궁금하였는데,
TV(사랑의 리퀘스트?) 에서 소외가족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해 주었던
베토벤 머리를 연상시키는 건축 소장님이 문득 머리에 떠올랐는데,
역시 내가 예측하였던 바로 그 소장님과 그의 아내의 공동작업이었다.
책의 구성은
제 1부 골목에 삶을 두고 왔다.
제 2부 풍경을 굽이굽이 담다
제 3부 기억을 오롯이 품다.... 로 나누어져 있었다.
책머리에서.... 골목은 집으로 이어지는 그냥 경로가 아닌,
소통이 이루어지고 교류가 이루어지는 장소이므로
그곳엔 시간이 담기고 사람 이야기가 담긴다고 하였다.
각자 길을 찾아가며 느끼고 배우고 그러다가 목적지에 도달한다고 하였다.
서울 통의동 골목을 비롯하여 군산, 목포, 속초, 영양, 창원, 담양,부산 등
국내의 정다운 골목 순례를 비롯하여 일본 도쿄, 교토의 아담한 골목,
중국 저장성, 후난성, 구이저우성의 오랜 세월의 흔적이 깃든 골목,
터키의 이스탄불, 체코 프라하의 이국적이 골목등을 소개 하였다.
지은이가 건축을 전공한 사람인가 의아해 할 정도로 글의 곳곳에서
서정성이 풍부한 글들이 많았고, 묘사력이 뛰어난 글들이 많았다.
더구나 소개된 골목을 스케치한 그림이 아름다워 문득문득 책갈피에서
연필과 수채물감으로 그린 그 고장의 그림을 보는 즐거움이 컸다.
내가 무심코 걸었던 성북동 골목. 북아현동 골목, 남산골 골목의
역사와 그곳을 스쳐간 사람들의 체취와 발자국을 느끼게 하였고,
일본 쿄토의 철학의 길, 중국 휴난성의 평황 고성은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였으며 내가 미처 몰랐던 것을 알게 해주는 글이었다.
아프다는 핑계를 되고 집에서 하는 일없이 뭉기적 거릴 시간에
이 책을 읽음으로써 마음 한 켠이 침체되는 순간을 이겨 낼 수 있었다.
골목을 그냥 집으로 이어지는 좁은 공간이라고 생각하였는데,
이제부터는 따뜻한 시선으로 천천히 걸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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