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로 쓰기
김훈 산문집
문학동네 (2019. 11.15 1판 9쇄)
(2022. 3. 8~3.13)
김훈은 연필로 글을 쓰는 작가라는 정보를 들었다.
편리한 컴퓨터의 자판을 사용하지 않고
볼펜이나 펜도 아닌 연필로 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연필로 쓰기>산문집에서 그 까닭을 알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책의 앞날개에
1948년 서울 출생.
2000년까지 여러 직장을 전전.
소설<공터에서>, 산문<라면을 끓이며> 외 여럿.
평소의 그의 명확하면서도 간결한 문체처럼
간단한 그의 프로필이 있었다.
소설<칼의 노래>를 읽으면서 그의 애독자가 되었고,
책 살 돈이 없고 구매하는 것에 짠순이이어서
주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와 읽는 편이지만,
<공무도하가>.<공터에서><남한산성>.<흑산>등
그의 소설이 내 책장에 있다.
이 책은 여느 책들의 '들어가기' 대신
'알림"으로 시작되었다.
"나는 여론을 일으키거나 거기에 붙어서 편을
끌어모으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다."로 시작하여
"이 책의 출간으로, 나의 적막이 훼손된다면
그것은 전혀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
2019년 봄
일산에서 미세먼지를 마시며 김훈쓰다"라고 쓰여 있다.
이 책의 구성은
1부 연필은 나의 삽이다.
2부 지우개는 나의 망설임이다.
3부 연필은 짧아지고 가루는 쌓인다.
끝내는 글 한강하구에서. 되어 있다.
일흔이 넘은 그는 현재 거주하는 일산 호수공원에서
유치원다니는 동네 아이가 자전거를 타다 넘어진 것을 보고
그 아이를 일으켜주고 아이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주었더니
그 아이가 제 엄마에게 "산신령 할아버지가 날 구해줬어" 라고 하였다.
그렇게 그는 이제 산신령 할아버지가 되어 있었다.ㅎㅎ
그의 글 중에 '밥과 똥'이라는 글이 있었는데
똥을 소재로 쓴 글을 읽어본 적이 없어 특이하였다.
모든 뚱 중에서 최상위 포식자의 똥이 가장 더럽고 구리다.하고 하였다.
그러면 자연히 인간의 똥이 가장 더럽고 구리다가 될 것이다.ㅎㅎ
서울 토박이인 그는 한국전쟁후의
서울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하였다.
시골에서 상경한 사람들이 무허가 판자촌에서 생활하였는데
그 당시 변소가 없어 월세를 내고 변소를 사용하였다고 하였다.
똥과 대지의 순환고리가 단절되어
곳곳에 똥이 쌓여 있었으며 똥바다를 이루기도 하였다.
야미똥. 똥차에 대한 이야기는 생경하였고,
야미똥 장수를 한 병수의 아버지에 대한 글은 아련한 슬픔이 되었다.
농촌 출신인 나에게는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의 그런 상황이 참 낯설었다.
농촌에서는 똥은 농사짓는 유용한 거름이었다.
변소 곁에 딸린 헛간에는 닭이 알을 낳는 둥지도 있었다.
쿰쿰한 냄새와 함께 포근함도 느낄 수 있는 변소였다.
'동거차도의 냉잇국'에서는 세월호에 대한 글이었다.
....인간이 첨단기술과 거대자본을 동원해서 만든 장치나 구조물은
제작과 운영에서 윤리성의 바탕을 상실했을 때 거대한 재앙이 되어서
인간을 향해 달려드는데, 이때 인간은 이 재앙에서 회피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다. (중략) 이것은 죽어 나자빠진 세훨호가
대한민국 국민에게 가르쳐주는 죽음과 통곡의 교훈이다.(92)
'내 마음의 이순신'에서는
<칼의 노래>에서 인간 이순신의 생애에 대하여 쓰는 과정에서
수집한 문헌과 기록. 이순신 자진이 남길 글을 정밀하기
읽게 되었다고 하면서 그 때 채 쓰지 못한 이순신의 인격의 내면과
리더십이 작동하는 모습을 복원해보려 한다고 하였다.
....그는 전쟁이 끝나던 날 죽었다. 그래서 정치는 백의종군 이후에
그의 생애에 더이상 손을 댈 수가 없었다. 그는 전쟁 후에 재편될
정치질서 속에서 자신이 처하게 될 입지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아마도 그에게는 그런 정치적 입지가 허락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죽음이 전사가 아니라 전사로 위장한 자살일 수도 있다는
추론과 정황도 역시 이 탈정치성에서 온다고 할 것이다.(138)
이 글은 나를 아프고 슬프게 하였다.
'아 100원'의 글은 배달 오토바이 라이더들에 대한 글이었다.
코로나 이후 더욱 급증한 배달 오토바이 라이더들.
우연히 사고를 목격한 라이더를 보면서 쓴 글이었다.
....나는 먹고사는 일의 무서움에 떨었다. 나는 삶 앞에서
까불지 말고 경건해져야 한다고 결심했다. 작심사흘이라고 해도,
그 순간에 나는 그렇게 결심했다. 나는 길바닥에 쏟아진 짬뽕 국물과
그것을 바라보는 라이더의 시선이 두려웠다.(168)
나는 곡예를 하듯이 운전하는 그들을 두려워하기만 하였지,
그들의 편에 서서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하였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는 요즘의 기후변화와 불평등의 사회에 대하여서도 글을 썼다.
....날씨가 정서의 매개물이고 심미의 대상이었던 시절은 끝난 모양이다.
지난 여름의 더위와 이번 겨울의 추위는 불평등이 구조적으로 고착된
사회에서 국가가 더위와 추위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관해서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더위와 추위는 불평등 사회의 최하층부를 강타했고,
쪽방, 옥탑방과 노동현장에서 사람들은 그저 하늘의 자비를 빌면서
견디는 수밖에 없었다.(169)
....가난했던 시절에 한국 사람들은 나라가 잘살게 되고
국민소득이 늘어나면 빈곤의 문제는 저절로 해결되는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소득이 늘어나자
빈곤은 구조화되었고 구조적 빈곤은 토착화되고 세습되어 간다.
가난은 다만 물질적 결핍이 아니다. 빈곤은 그 결핍을 포함한 소외,
차별, 박탈, 멸시이다. 이 구조는 이제 일상화되어서 아무도 거기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이것이 시장의 원리이며시장의 자율적 기능이
작동한 결과라고 설명하는 말들은 힘이 세다.(170)
그밖에 조선어학회사건을 다룬. 영화 <말모이>.
할매들이 몸으로 쓴 시. 이등중사 박재원의 구멍뚫린 수통,
경복궁이 성난 백성들에 의하여 방회된 사건. 박정희와 비틀즈. 등
내가 경험하거나 경험하지 못한 상황들을 참 잘 표현한 산문글이었다.
* * * *
저자
김훈 소설가
저자 김훈은 1948년 서울 출생으로 고려대 영문과를 중퇴했다. 한국일보, 시사저널, 국민일보, 한겨레신문에서 기자로 일했으며, 2004년 이래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장편소설 『빗살무늬토기의 추억』, 『칼의 노래 』, 『현의 노래』, 『개』, 『남한산성』, 『흑산』, 『공무도하』, 『내 젊은 날의 숲』, 『공터에서』, 소설집 『공무도하』, 산문집 『풍경과 상처』, 『자전거 여행 1, 2』, 『내가 읽은 책과 세상』, 『바다의 기별』, 『라면을 끓이며』, 『연필로 쓰기』 등을 펴냈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목차
알림 5
1부 연필은 나의 삽이다
호수공원의 산신령 15
밥과 똥 37
늙기와 죽기 66
꼰대는 말한다 77
동거차도의 냉잇국 _세월호 3주기 85
내 마음의 이순신 I 98
내 마음의 이순신 II 115
Love is touch Love is real 140
이승복과 리현수 154
아, 100원 163
2부 지우개는 나의 망설임이다
떡볶이를 먹으며 177
박정희와 비틀스 185
귀향 196
오이지를 먹으며 215
태극기 225
할매 말 손자 말 239
살아가는 사람들 _세월호 4주기 251
할매는 몸으로 시를 쓴다 _칠곡, 곡성, 양양, 순천 할매들의 글을 읽고 262
이등중사 박재권의 구멍 뚫린 수통 279
동부전선에서 _북한군 병사의 오줌줄기 292
서부전선에서 _제대해서 더 멋진 여친을 사귀자 300
눈을 치우며 305
대통령, 육군 중사, 육군 병장 318
3부 연필은 짧아지고 가루는 쌓인다
말의 더러움 331
별아 내 가슴에 340
꽃과 노을 350
공차기의 행복 357
생명의 막장 376
냉면을 먹으며 384
서울↔신의주 410
금강산↔두만강 423
새들이 왔다 433
고래를 기다리며 440
해마다 해가 간다 453
끝내는 글_ 한강 하구에서 462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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