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푸른비3 2022. 2. 4. 04:15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 옥중서간)

지은이 신영복

펴낸곳 돌베개 (1998.8.1. 초판 1쇄 2003.6.10 초판 25쇄 발행)

(2022.1.20~1.30)

 

 

우연히 이 책의 정보를 듣고 집근처의 자양한강도서관에서

대여신청을 하였더니, 이곳에는 없고 자양4동 도서관에서

교환도서로 신청을 하여 내손에 들어오게 된 이 책은 얼마나

믾은 사람의 손때로 표지가 변색하여 놀랍고도 꺼림칙하였다.

 

나는 알지도 못하였던 책인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구독하였구나

하는 생각으로 표지를 열어보았더니 1998년 초판 인쇄이었으며

2003년 초판 25쇄 발행이었으며, 초판 서문은 1988년이었다.

내 손에 들어온 이 책은 1998년 증보판이었다.

 

지은이 신영복 (1941~2016. 경남 밀양 생))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숙명여대 경제학과 강사를 거쳐 육군사관학교 경제학과 교관으로

근무하던 중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어 무기징역형 선고,

1988년 8.15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하여 성공회대학교에서 강의하였다.

 

그동안 내가 주로 읽었던 책들은 문학. 인문. 역사.여행에 대한 책이어서

사상. 철학. 정치에 관심이 없었던 탓에 이런 종류의 책은 처음이었다.

당연히 신영복이 어떤 사람인지도 알지 못하였고 통일혁명당 사건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하였으니 내가 얼마나 편협한 독서를 하였는가 실감했다.

 

이 책의 구성은

고성 밑에서 띄우는 글.(남한산성 육군교도소 1069.1~1970.9)

독방의 영토 (안양교도소 1970.9~1971.2)

한 포기 키 작은 풀로 서서 (대전교도소 1971, 2~1986.2)

나는 걷고 싶다 (전주교도소 1986.2~1988.8) 로 되어 있다.

 

이 책의 내용은 부모님과 동생. 형수님. 계수님에게 보낸 편지글을 모아

편집한 것으로 깨알같은 글씨로 촘촘히 쓴 엽서를 편집하여 출판한 책으로

곳곳에서 그가 직접 쓴 엽서를 볼 수 있었는데 삽화를 넣어 그린 엽서도 있어

그가 얼마나 시와 서에 재능이 많은 분인가 느낄 수 있었다.

 

 

옥중에서 보내는 편지이니 검열을 거쳐야 하는 글이었기에

정치적인 내용의 글은 없었고 부모님에 대한 걱정과 자신의 안부,

자연과 새. 고양이 등 생물과 함께 복여하는 재소자에 대한 애정,

그의 옥바라지를 한 형님. 형수님. 계수님에 대한 고마움의 글이었다.

 

한정된 지면에 쓴 편지글이었지만 그의 글은 맑은 공기를 마시는 듯,

때로는 무디고 오염된 나의 정신을 맑게 씻어주는 듯한 글들이 많았다.

이른 새벽 찬물을 정수리에 붓는 느낌의 글들이라고 해야 할까?

울컥하는 마음이 들어 한동안 눈을 감고 있어야 하는 내용이 많았다.

 

노트하고 싶은 내용의 글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

저는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결코 많은 책을 읽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일체의 실천이 배제된 조건하에서는 책을 읽는 시간보다 차라리 책을 덮고

읽은 바를 되새기듯 생각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질 필요가 있더 싶습니다.(85)

 

수인들은 징역의 도처에서 늘 벽을 만나고 있습니다.  가련한 자유의 시간인 

꿈속에서마저 벽을 만나고 마는 것입니다.  무수한 벽과 벽 사이. 

운신도 어려운 각진 공간에서 우리는 부단히 사고의 벽을 헐고자 합니다.

생각의 지붕을 벗고자 합니다.

 

팬지꽃이 그 작은 꽃봉지를 열어 벌써 여남은 개째의 꽃을 피워내고 있습니다.

한 줌도 채 못되는 흙 속의 어디에 그처럼 빛나는 꽃의 양식이 들어 있는지.....

흙 한 줌보다 훨씬 많은 것을 소우하고 있는 내가 과연 꽃 한 송이라고 피울 수 있는지,

5월의 창가에서 나는 팬지곷이 부끄럽습니다. (151)

 

푸른 과실이 햇빛을 마시고 제 속의 쓰고 신 물을 달고 향기로운 즙으로 만들듯이

저도 이가을에는 하루하루의 아픈 경험들을 양지바른 생각의 지붕에 널어,

소중한 겨울의 양식으로 갈무리하려고 합니다.( 163)

 

필재가 있는 사람의 글씨는 대체로 그 재능에 의존하기 때문에 일견 배어나긴 하되

재능이 도리어 함정이 되어 손꽅의 교(巧)를 벗어나기 어려운 데 비하여,

필재가 없는 사람의 글씨는 손꿑으로 스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쓰기 때문에

그 속에 혼신의 힘과 정성이 배여 있어서 '단련의 미'가 쟁쟁히 빛나게 됩니다.(202)

 

작은 실패가 있는 쪽이 없는 쪽보다 길게 보아 나은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작은 실패가 있음으로 해서 전체의 국면은 '완결'이 아니라 '미완'에 머물고

이 미완은 더 높은 단계를 향한 새로운 출발이 되어줍니다.  더구나 작은 실패는

사람을 겸손하게 하고 자신과 사물을 돌이켜 보게 해줍니다. (334)

 

눈이 내리면 눈 두끝의 매서운 추위는 죄다 우리가 입어야 하는데도

눈 한 번 찐하게 안 오나, 젊은 친구들 기다려쌓더니 얼마전 사흘 내리

눈 내리는 날 기어이 운동장 구석에 눈사람 하나 세웠습니다.

옥 뜰에 서 있는 눈사람, 연탄조각으로 가슴에 박은 글귀가 섬뜩합니다

"나는 걷고 싶다." (398)

 

 

많은 사람들의 손때가 묻은 책.

 

차례.

 

신영복이 직접 그림 글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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