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었다고 말했다-2018. 제 42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문학사상 출판사 (2018. 1. 15 1판 4쇄)
2021. 12. 7~ 12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였지만, 올 가을은 유난히 하늘도 맑고
단풍빛도 고와 짧은 가을을 집에서 책을 읽고 있기가 아까웠다.
12월 날씨가 추워지면 돌아다니지 않고 책을 읽어야지 .....하였지만,
하는 일 없어 하루는 어쩜 그렇게 빨리 지나가는지 깜짝깜짝 놀랄 지경이었다.
앞으로 내가 가고 싶은 곳 마음대로 갈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지난 봄 대상포진을 앓고 난 후부터는 더욱 건강에 자신이 없어졌다.
내가 건강한 다리로 갈 수 있을 때 자연을 마음껏 보리라 생각하며
올 가을에는 단풍구경을 지리산을 비롯하여 이곳저곳 많이도 돌아다녔다.
틈틈히 책도 읽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놓았지만,
마음먹고 책을 읽어야지 하고 앉으면 10분도 되지 않아 꾸벅꾸벅 졸았다.
심지어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책을 펴칠 정도로 책은 내게 수면제였다.
마음은 앞서 달려가고 있었지만 늘 몸이 따라 주지 않았다.
노안이 되고 부터는 에세이, 시집, 여행안내서, 그림. 역사책 등이 좋았다.
그동안 소설을 멀리 하였기에, 어떤 작가의 소설을 읽어야 할지 망설여졌다.
그러나 이상문학상 수상작은 내가 안심하고 선택 할 수 있는 작품들이었다.
최신 수상작을 읽고 싶었지만, 대출해 가고 2018년 수상작만 남아 있었다.
2018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은 손홍규의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와
자선 대표작 <정읍에서 울다> 문학적 자선전 <절망한 사람>.
우수상 수상작 구병모 <한 아이에게 온 마을이> 방현희 <내 마지막 공랭식 포르쉐>
정지아 <존재의 증명>. 정찬 <새의 시선>. 조해진 <파종하는 밤>이었다.
손홍규, 구병모. 방현희. 정지아. 정찬. 조해진 ....모두가 나에게는 생소하였다.
그만큼 내가 한국문단에 등을 돌리고 살아왔다는 증거라 생각하니 부끄러웠다.
젊은 시절에는 문학사상. 현대문학 등 월간지를 정기적으로 구독하였고
나름 한국의 문학지에 발표되는 소설을 대부분 읽는다고 자부하였는데....
손홍규의 <꿈을 ....>을 읽는데 언젠가 이런 스토리를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언제 이 작품을 읽었겠는가? 미심쩍어 하면서 <정읍에서 울다>.
방현희의 <내 마지막.....>을 읽으니 아, 분명히 읽었던 책이구나 확신이 들었다.
이런....내 기억력을 어떻게 누구에게 말 할 수 있을까?...스스로 한심하였다.
한 번 읽었던 책이지만 다시 읽으니 그때는 느끼지 못하였던 것들이 느껴졌고,
적절한 표현, 예리한 관찰, 세련되고 정제된 문장이 좋아 즐겁게 읽었다.
시대적 글쓰기의 가치를 충분히 지녔다는 심사평을 받았다는 작품들은
역시 이상문학상을 받을만한 작품들이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대상을 받은 손홍규의 <꿈을....>은 실패한 인간들의 상실감과 어두운 과거를
다루고 있으며 탄탄한 서사와 실험적인 문체의 힘을 이용하여
치매를 앓는 어머니와 그 어머니를 모시는 여동생. 식당일을 하는 아내.
공사현장에서 일을 하는 남편의 시선을 절묘하게 교차시키는 방식을 택하였다.
1.2. 3 세 편의 각자 다른 화자의 구성으로 엮은 이 중편 소설 중
나는 아내(순희)의 시각으로 서술한 2편이 가장 좋았다.
자신의 답답하고 서러운 사정을 하소연 할 사람을 찾아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찾아가는 그녀에게 많은 공감을 느꼈다.
<정읍에서....>에서도 치매에 걸린 아내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객지에 나가 사업에 실패한 아들을 위해 서낭당 밭을 팔기로 한 선암양반.
치매걸린 아내가 찾아달라고 하였던 정읍댁이 바로 주름지고 말라 비틀어진
아내 자신이었다는 내용을 담담하게 그려 낸 우수한 작품이었다.
<한 아이에게 온 마을이>를 쓴 구병모 작가는 이름으로 남자 인 줄 알았다.
남편의 전근으로 산골생활을 시작한 디자이너였던 서울 출신 정주는
다가온 이웃의 관심과 시골 사람들의 전근대적이고 구시대적 관념에
견디지 못하고 출산 후 서울로 다시 돌아온다는 페미니즘 소설이었다.
방현희의 <내 마지막 공랭식 포르쉐>는 자동차 정비소 수리공인
주인공 시각으로 쓴 소설인데, 여자인 작가가 자동차의 부품이나 기능을 이렇게
잘 알고 있을까 의아심이 들 정도였다. 소리를 즐기기 위해 슈퍼카를
자기 손으로 완벽하게 수리를 하여 누추한 공업사를 벗어나고 싶어한다.
정지아의 <존재의 증명>에서는 갑자기 기억을 상실한 사람의 이야기를
마치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기분으로 읽게 한 흥미있는 소설이었고,
정찬의 <새의 시선>을 읽으면서 새의 시선으로 그린 고흐의 그림을 떠 올렸고,
소설 속에서 소개된 김지하의 시에 곡을 붙인 안치환의 <새> 노래를 반복해서 들었다.
조해진의 <파종하는 밤>은 미디어 아티스트였던 나는 결혼 후
육아와 가사일로 자신의 작품은 하지 못하고 사회에서 밀려난 생활을 하고 있던 중
전시회 의뢰를 받고 수은종독으로 죽어간 5 명의 어린 소년의 영상을 제작을
시도하였으나 결국 좌절하는 사회의 유리천장을 고발하는 시각의 소설이었다.
수록된 8편의 작품 모두 지금의 탈 가족주의와 고령화 사회,
자본주의 사회의 어두운 현실 상황을 설득력있게 잘 묘사하였다.
특히 조해진의 <파종하는 밤>은 회화위주로 미술관을 찾았던 나에게,
낯설다고 멀리하였던 영상미술이 조금 더 가깝게 다가올 것 같았다.
* * *
책소개
2018년 제42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한 해 동안 주요 문예지에 발표된 중·단편 가운데 가장 주목받은 소설을 엄선하여 엮은 작품집이다. 2018년에는 소통의 어려움이라는 주제를 인물의 입장에서 서술하는 독특한 기법으로 재현하며 일상을 살아가는 모든 절망한 이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 손홍규의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가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실패한 인간들의 상실감과 어두운 과거를 다루고 있는 이 작품에서 손홍규는 탄탄한 서사와 실험적인 문체의 힘을 이용하여 여러 등장인물들의 시점을 교차시키는 독특한 서사적 진행 방식을 선보인다. 장편소설이 추구하는 서사의 역사성과 단편소설에서 강조하는 상황성을 절묘하게 조합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편다운 무게를 보여주고 있으며, 리얼리티에 대한 추구에 집착해온 작가 자신의 새로운 실험이 높은 소설적 성취로 이어진 수작이라고 할 수 있다.
손홍규의 자선 대표작 《정읍에서 울다》, 문학적 자서전, 작가론, 작품론과 더불어 시대적 글쓰기의 가치를 충분히 지녔다는 평을 받으며 우수상에 선정된 구병모, 방현희, 정지아, 정찬, 조해진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와 함께 각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을 담아 작품 선정의 이유를 알아볼 수 있다.
저자
저자 구병모는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나 2008년 〈창비청소년문학상〉으로 등단했다. 소설집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단 하나의 문장』 , 장편소설 『위저드 베이커리』 『아가미』 『파과』 『한 스푼의 시간』 『네 이웃의 식탁』 등이 있으며, 2015년 〈오늘의작가상〉을 수상했다.
저자
저자
1965년 전남 구례에서 태어났으며,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0년 부모님의 삶을 소설로 옮긴 장편소설 '빨치산의 딸'(전 3권)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고욤나무'가 당선됐고, 소설집 '행복'(2004)과 '봄빛'(2008)을 출간했다. 단편소설 '풍경'으로 2006년 이효석문학상을, 소설집 '봄빛'으로 2008년 올해의 소설상과 2009년 한무숙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고향인 구례에서 지내면서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전공전담교수로 출강하고 있다.
저자
저자 정찬은 1953년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와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였다. 1983년 무크지 '언어의 세계'에 중편소설 '말의 탑'을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소설집으로 '기억의 강', '완전한영혼', '아득한 길', '베니스에서 죽다' '희고 둥근 달' 등이, 장편소설로 '세상의 저녁', '황금 사다리', '로뎀나무 아래서', '그림자 영혼', '광야', '빌라도의 예수' 등이 있다. 동인문학상,동서문학상,올해의 예술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현재 동의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소설을 가르치고 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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