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내가 만난 소년에 대하여

푸른비3 2021. 9. 29. 11:03

내가 만난 소년에 대하여

(2021.7 이달의 추천도서)

천종호 지음

우리학교출판사(2021.3. 15 초판 1쇄)

(2021. 9. 26~29)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새벽부터 내린다.

새벽에 일어나 지난 밤 다 읽지 못한 책을 읽었다.

내가 일년 중 가장 좋아하는 9월도 내일이면 끝이다.

하는 일없이 하루가 이렇게 빨리 지나가 버리는 걸까?

 

이번에 읽은 천종호 판사의 <내가 만난 소년에 대하여>는 

자양한강도서관에서 이달의 추천도서로 선정된 책이라

대출해 왔는데, 추석 휴가와 함께 이곳저곳 쫒아다니느랴

밍기적거리다가 반납 시일이 촉박하여 급하게 읽었다.

 

천종호 판사는 어릴 때부터 판사가 꿈이었다.

극빈의 경험은 '세상은 기울어진 저울'이라는 진실에 눈뜨게 해 주었고, 

그 기울어진 저울추를 조금이나라 평편하게 만들고 싶어

법관의 길을 택하였다고 책의 앞 날개에 적혀 있었다.

 

2010년 2월부터 창원지방법원 소년부 판사가 2018년 2월까지

약 12,000명의 청소년을 소년법정에서 만났으며,

2018년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가 되기 전 까지

'소년범들의 대부' 호칭을 들으면서 이들의 대변인을 자처하였다.

 

그의 저서로는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

<이 아이들에게도 아버지가 필요합니다>,

<호통판사 천종호의 변명>, 

<천종호 판사의 선, 정의, 법>이 있다.

 

들어가는 글에서 부터 시작하여 나가는 글까지,

그동안 법정에서 만난 청소년에 대한 많은 사례를 들면서

따뜻한 시각으로 쓴 글들인데,  그동안 메스컴에서 대하였던

청소년의 비행문제를 그들의 입장에서 들여다 보며 쓴 글들이었다.

 

그는 글 속에서 비행청소년을 엄벌할 땐 하더라도

응분의 처벌을 받은 뒤에는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국가의 책무이자 사회 전체의 건강과 발전을 위해서

이로운 선택이라고 하였다.

 

대부분의 비행청소년들은 가정에서 버림을 받았으며

어디에도 의지할 곳이 없는 가랑잎같은 아이들이었다.

그는 바람에 휩쓸리는 나뭇잎처럼 어디에도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그런 아이들이

작은 도움으로 서서히 변화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쁨이 컸다고 하였다.

 

도움을 받은 청소년이 판사실을 방문하여 감사 인사를 하려 왔을 때,

그는 네가 성숙한 사람이 되어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보답하라고 하였다.

용돈이 없어 절도죄를 지은 청소년에게 그는 매달 용돈을 주었으며,

공갈죄로 소년재판을 받은 청소년에게 양부모의 인연을 맺어 주기도 하였다.

 

소년법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가해자에 대한 엄벌만이피해자를 위한 최선의 배려가 아니라고 했다.

무릇 죄는 형벌로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도와야 재발하지 않는다.

세상에서 소외된 아이들을 품어 되돌리는 일을 누군가가 꼭 해야 한다고 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신분적 평등과 정치적 평등이 이루어졌으나

경제적 평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고 하면서,

현재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진 분배체계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노력할 것을 강조했다.

 

소년법의 법적 근거는 국가가 어버이처럼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국친사상이며, 잘 못 사용하면 문제가 되지만,

잘 사용하면 보호가 필요한 소년들에게

소중한 삶의 기회를 선물하는 따뜻한 법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나는 책 속에 등장하는 청소년들이 비록 비행을 저지르고 법정에 섰지만,

모두 우리 이웃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아이들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청소년들을 대하는 판사의 훈훈한 마음과 사려깊은 처분도 좋았고

책 속에 삽입된 청소년의 평범한 일상(일러스트 이희은)의 그림도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