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0. 30. 토.
양띠방 친구들 산악회에서 지리산을 간다는 공지를 읽고 덜컥 꼬리를 달았다.
지리산....그리운 이름의 산이었다.
내가 마산에서 운영하였던 피아노학원을 접고
동네 산악회를 따라
마천면, 중산리, 노고단, 바래봉, 법계사, 칠선계곡, 뱀사골,피아골 등
몇 번 다녀왔지만, 서울로 이사온 후 갈 수 없었던 그리운 지리산.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였는데
강산보다 내 몸이 더 많이 변하였다는 것을 실감하는 요즘인데,
내가 과연 그 돌계단길을 갈 수 있을까?....걱정되었다.
이제 체력이 많이 약해졌고 체중은 늘어
산행보다는 둘레길 걷기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살아 생전 천왕봉 봉우리 점은 한 번 찍고 싶었다.
이번이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여
주변의 염려 걱정을 뒤로 하고 산행을 결심하였다.
30일날 오전 10시 잠실운동장 승차라고 하였는데
내가 도착한 시간이 10시 10분 전,
내가 버스에 오르자 곧 버스는 부르릉~! 출발하였다.
세상에~! 멀리 있는 친구들도 모두 설레임속에
시간이 되기도 전에 도착하였던 모양이었다.
차창밖으로 가을이 물들어 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혼자서 옛추억에 잠길 수 있었다.
어느새 황금들판은 추수를 끝내고 빈 들판에 군데군데
벼를 수확한 건초 덩이가 하얀 두루마리 휴지처럼 쌓여 있었다.
남자 친구 12명. 여자친구 5명, 모두 17명이지만,
45인승 버스를 전세내었으니 옆자리를 비워 놓을 수 있어 쾌적하였다.
염려하였던 차안에서의 음주가무가 없어 더욱 편안하였다.
인삼으로 유명한 금산시장에서 추어탕과 인삼튀김으로 점심을 먹고
함양으로 향하니 길가의 아기 단풍들이 고사라 손을 흔들었다.
붉은 단풍에 탄성을 지르며 올라가 고개는 그 유명한 오도재.
가을이면 역마살이 도지는 나를 위해 남편이 운전하여 올랐던 곳이다.
그 해의 가을은 벼들이 추수전이라 그야말로 황금들판의 기억이 남은 곳이다.
사람은 떠나고 기억은 영원히 가슴속에 남아 있다.
마음속으로 쏴아~ 하고 찬바람이 불어오는 듯 하였다.
예약한 마천면 팬션에 도착하니 어느새 짧은 가울해가 기울고 있었다.
짐을 챙겨 하차하기 바쁘게 길가에 피어있는 국화부터 눈맞춤을 하였다.
화분에 심겨진 고운 자태의 국화꽃보다 이맘때쯤 시골 담벼락에
기대어 피는국화의 순박하고 맑은 자태가 내 마음을 사로 잡았다.
서리가 내린 후 시들어 가는 국화는 애잔하여 더욱 좋아하였다.
마을로 들어가는 허물어져가는 집 담장의 감나무가 눈길을 끌었다.
잎은 다 떨어지고 붉은 열매만 조롱조롱 붙은 감은 환 폭의 동양화 속이다.
길을 따라 내려가니 나즈막하게 들리는 물소리.
크고 작은 바위들 사이를 감고 흐르는 계곡물이 어찌나 맑은지 손을 담그어 보았다.
아이들 어릴적에 산청 함양 등 지리산 자락을 참 많이도 다녔는데....
함께 늦동이를 낳아 길렸던 여고 동창생에게 전화를 걸어
거연정, 동호정, 농월정 등 정자를 찾았던 그 시절을 이야기하였다.
팬션에 짐을 풀기 바쁘게 저녁준비를 하였고,
청춘시절을 되살려 모닥불을 피워놓고 빙 둘러 앉았다.
붉게 타오르는 모닥불에 얼굴이 발그레 익어가는 것 같았다.
아무 말없이 불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내일 산행을 위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니 주먹만한 별들이 가득하였다.
5명이 한 방에 길게 자리를 깔고 누웠으나 쉽게 잠은 이루지 못하였다.
구불구불 오도재.
기억속의 오도재는 온통 황금 벌판사이로 갈지자 길었는데....
차창으로 바라본 풍경.
차가 멈추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계곡.
가을을 노래하는 국화.
시골집 담벽에 붙은 국화는 언제나 내 마음을 애잔하게 하였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목의 허무러져가는 집.
집 담장뒤의 붉은 감나무.
배낭을 맨채 혼자서 계곡으로 내려 가 보았다.
저녁 준비. 가장 맛있는 흑돼지구이였다.
맛잇는 된장굴을 끓인 친구는 누구? 혼자서 설거지를 한 을규친구.
등 남자친구에게 감사한 저녁상이었다.
모닥불을 피워 놓고.
시월의 마지막 밤을 노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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