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바다
공지영 장편소설
해냄 출판사 (초판 1쇄 2020. 2.15)
(2021. 6.5~6)
공지영은 고등어, 인간에 대한 예의 등 많은 소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대한민국 대표 작가로 나도 그녀의 봉순이 언니, 착한 여자1.2, 도가니, 즐거운 나의 집,
수도원 기행 1.2 지리산 행복학교, 높고 푸른 사다리 등 대부분의 그녀의 소설을 읽었다.
특히 2011년 이상 문학상을 받은 <맨발로 글목을 돌다> 가 가장 백미였다고 생각한다.
먼바다는 1, 마이애미 공항에서 뉴욕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줄을 서는데 문득 40년 전
일이 떠올랐다_에서 시작하여, 27, 지구 반대편 순천 금둔사에서 홍매화 백 송이가
꽃망울을 터뜨리며 피어나고 있을 것이다_로 구성된 소설로, 뉴욕 자연사 박물관에서
그와 만나 40년 전의 과거를 연상하는 형식의 글이었는데 흡인력이 있는 글이었다.
그는 그녀(이미호 교수)는 독일에서 만난 남자와 결혼하여 딸을 둔 이혼녀로,
그녀의 아버지는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하여 대학에서 교수직을 맡았다.
김재규 사형반대 등 박정희 독재에 항거하다 퇴직을 강요 당했으며, 고문을 받아
그 여파로 돌아가시고, 그녀 역시 독일 유학을 마치고 국내의 독문학 교수가 되었다.
그(요셉)는 신부를 지망하여 신학교에 들어 갔고 방학이면 집으로 돌아와
주일학교 학생부를 지도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여고생이었던 그녀를 만났다.
그는 주일학교 여교사와 여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었고 그녀 또한 그에게 연정을 느꼈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을 신부로 만들기 위해 모든 여학생들의 연락을 차단하였다.
혜화동 신학교 면회실을 찾아간 그녀에게 그는 남미의 로메로 주교의 영어 잡지를 주었다.
엘살바도르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다 극우의 총에 맞아 순교한 로메로 주교의
삶을 그도 따르고 싶었을 것이었지만, 알 수 없는 힘에 의해서 였을까 어느 해
중고 연합 여름수련회를 갔던 서해의 몽유도에서 서서히 그녀에게 다가 서게 된다.
'계획하고 궁리하고 애쓰지만 결국 엉뚱한 곳으로 가버리는 게 삶과 비슷하구나'(P196)
글귀처럼 그들은 서로 각자의 길을 걷게 된다. 바람이 심한 밤중 그녀에게 찾아온 그가
신학교를 그만두고 군대에 입대를 하고 퇴역 후 복학하여 평범한 삶을 살겠다는 말을 들은 후
그녀는 그를 하느님의 일을 하는 사람으로 보내야 겠다는 결심을 하고 그의 곁을 떠난다.
뉴욕의 자연사박물관 로비의 공룡 동상앞에서 만나기로 한 그들에게 40년의 세월은
공룡의 1억 5천만년 전의 시간에 비하면 먼지같은 세월이었다.
그녀의 바램과는 달리 그 후 그녀는 신학교의 여교사와 결혼하였다는 소식을 들었고
아버지의 죽음이후 그녀도 그 동네를 떠났고 대학에 진학하였고 독일 유학을 떠났다.
우연히 페이스북으로 그와 연결이 되었으며 대학동료들과 학회 참석차 미국에 왔던 그녀는
어머니와 여동생, 조카 등 가족을 만난 후 그와 약속을 하여 뉴욕의 자연사박물관에서 만난다.
911메모리얼 기념관, 센트럴 파크 등을 다니면서 그는 그녀의 기억속에서 사라진
학생 수련회에서 갔던 몽유도에서 둘이서 먼 바다에 나갔던 추억을 이야기 하였다.
"내 인생에서 너보다 더 예뻤던 사람은 없었어." 그가 하는 말에
"왜 그런 말을 하죠?"(이제사?) 그녀는 피천득의 수필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글을 떠 올리며 이 돌연한 분노는 또 무엇이냐 ....생각하며 이 만남을 후회한다.
사랑했던 기억보다 그 사람을 거절했던 마지막 기억을 떠올리며 마음 아파한다.
그의 여동생과 동석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맨하튼 모퉁이의
지하 술집 <영원>에서 그는 더블스카치를 단숨에 마신 후 그는 피아노를 연주한다.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 1번>. 그 곡은 몽유도의 초등학교 교실에서 그가 쳤던 곡이다.
그의 여동생이 "살기 위해 잊었을거야."라고 말하듯이 그녀는 먼 바다로 나갔던 일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의 여동생은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 주는 차 속에서 그녀가 번역한 휠더린 시집,
릴케 산문집을 오빠가 늘 갖고 다녔다는 말과 함께 엄마가 자기에게 항상 오빠를 위해
그녀를 감시하라고 하였던 일을 고백을 듣고 그녀는 40년 만의 해후를 마무리 한다.
잠 못 이루는 그녀가 창밖을 내다 보았을때 그녀에게 다가오는 눈빛을 본다.
'40 년이라는 시간의 거리는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며 이집트를 탈출한 유대인이
광야에서 해맨 시간이며, 더는 이집트로 돌아갈 수 없도록 사람들이 변하는 시간이다.
머리에서 지워져도 몸은 기억하고, 그 기억이 지워지는데 필요한 시간이다' 라고 한다.
40 년의 긴 시간을 지나 그와의 만남을 마무리 하는 글을 읽는 동안 내 마음은 아렸다.
<작가의 말>에서 그녀는 글 쓰는 데 필요한 조건은 고통과 고독과 독서 라고 하였다.
작가는 요즘 섬진강변에 살면서 자신이 택한 고요와 고독으로 이 소설을 탄생했다고 한다.
이 책은 단순한 연애소설이 아니라 신과 인간의 사랑에 대하여 생각하게 하였으며,
민주주의에 대한 시대의 아픔과 미혼모, 성소수자 등 많은 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또한 공지영은 타고난 소질의 소설가라는 생각을 하며 그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