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닭 치리
신이림 지음
바람의 아이들 (2021.3.5. 초판 1쇄 발행)
(2021.6.3~5)
신이림은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당선되었으며,
황금펜아동문학상에 동시가 당선된 작가로
<염소배내기> 등 다수 공저 동화집을 썼고,
<발가락들이 먼저>, <춤추는 자귀나무> 동시집을 출판하였다.
신이림 작가는 몇 년전 내가 소속한 광진문협의 기존 회원으로
매년 정기적으로 발행되는 광진문협지를 통하여 그녀의 동시를 읽었는데,
간결하면서도 맑은 동심을 잘 표현한 그녀의 시가 참 좋았다.
그녀의 성품도 글처럼 맑고 순수하며 가끔 서로 안부를 전하는 사이이다.
지난 봄 동화책을 출판하였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만나지 못하였는데 며칠 전 집으로 책을 송부해 주겠다고 전화하였다.
사실 전에도 출판된 두 편의 동시집을 받았으므로 이번에 또 새로 출판된
동화책을 받기만 하는 것이 미안하여 도서관에서 신청하여 읽겠다고 하였다.
(작가의 책을 사 주는 것이 수고한 작가에 대한 보답인 줄은 알지만
집 앞 한강자양도서관에 새 책 희망 리스트에 청구하여 구입하였다.)
지난 5월 중순부터 나는 대상포진에 걸려 투병중이어서 긴 시간 책을
읽는 것도 피곤하여 도서관에서 대출한 다른 책들을 건성건성 읽고 있었다.
도서관에서 희망 도서 구입해 놓았으니 대출가능하다는 문자를 받았지만
며칠 더 미루다가 딸에게 부탁하여 받은 책의 초록빛 겉표지가 시야를 편하게 하였고,
글자체가 큼직하여 눈을 피곤하지 않게 하여 병상에서도 읽기 좋았다.
동화책 중에는 가끔 어른이 읽어도 감동을 주는 좋은 책이 많았다.
이 책도 어린이를 위한 동화책이지만 감동과 함께 여운을 주는 책이었다.
치리는 가야리 산골의 닭장에서 엄마와 친구 깜이와 함께 사육되는 토종 닭이다.
친구 깜이는 샤모 투계혈통으로 아버지로 부터 기술을 배운 어린 투계다.
치리는 그런 깜이와 친구이면서 은근히 깜이의 덩치와 힘을 부러워하였다.
어느날 투계훈련사 챙모자에게 깜이가 팔려 가는 것을 본 치리도 넓은 세상을 동경한다.
치리는 떠나간 친구 깜이를 그리워 하며 언제가 만날 기대를 하며 체력 단련을 한다.
족제비의 침입에서 암탉을 구한 치리도 대나무골 털보에게 팔려가 투계 훈련을 받는다.
털보의 부탁으로 투계 훈련사 챙모자에게 맡겨져 그리운 깜이를 만나게 된다.
그러나 깜이가 옛날 가야리에서 살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치리는 알게 된다.
챙모자의 마당에는 경기장 울타리를 만들어 도박꾼들을 모아 닭싸움을 시키는데,
도박꾼들은 돈에 눈이 어두워 투계의 다리에 연장(낫칼)을 채우고 싸움을 시켰다.
깜이는 상대방 닭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싸움판에 나서기를 망설인다.
치리와 깜이는 챙모자의 훈련장에서 탈출을 시도하지만 결국 잡혀 훈련장으로 돌아온다.
깜이는 싸움판에서 고의로 번개에게 목의 상처를 입어 패배하고 치리의 훈련을 도운다.
깜이는 치리에게 "강해야만 살아 남아" 하면서 산을 오르는 훈련 등 기초 훈련을 시킨다.
처음 싸움판에 나간 치리는 갈색 닭과 결투하여 상대의 약점인 무릎 공격으로 승리를 한다.
다행히 털보는 연장을 채우면서 하는 도박싸움꾼은 아니어서 치리를 대나무골로 데려 온다.
대나무골에서 치리는 샤모 투계였던 늙은 수탉을 만나는데, 치리에게 싸움에서 이기려면
어떤 상황에서도 감정변화가 없어야 이겨야 한다면서 나무닭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털보의 닭장 뒤에는 대숲이 있는데 그곳에서 늙은 수탉은 치리에게 다래를 따준다.
치리는 자유롭게 대숲에서 사는 늙은 수탉이 부러웠는데 공짜는 없는 법이란 것을 배운다.
닭장에서 살면 먹이 주고 공격당할 위험은 없지만 자신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닭장 안에서 편한 삶을 살 것인가. 자유롭되 스스로 자신을 책임져야만 할 것인가.
치리는 여태껏 한 번도 자유로운 삶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털보의 대나무 밭 공터에서 도박 싸움이 벌어지고 치리는 결승전에서 깜이에게
상처를 입힌 번개와 경기장 안에서 만나고 깜이의 복수를 하겠다고 다짐한다.
치리와 번개의 치열한 싸움중에 치리는 늙은 수탉의 '목계'의 가르침을 떠올렸다.
두려움도 번개에 대한 증오심도 사라지고 이겨야 한다는 욕망도 사라진다.
단지 살아남아서 깜이와 이 무서운 세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만 남는다.
결국 치리는 번개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하고 챙모자의 닭장에서 깜이를 만난다.
깜이는 치리를 간호하는 중에 늙은 수탉을 만나 자신의 아버지를 연상하고
수탉과 함께 대나무골 산속으로 떠나기로 결심하고, 치리는 자신을 기다리는
엄마가 있는 가야리로 가기로 하고 닭장 문을 밀었는데 문은 사실 열린 문이었다.
치리는 열린 문을 돌아다 보며 깜이에게 "난 가족을. 넌 자유를 선택했다."고 한다.
작가의 말에서 세상에는 생명, 가족, 희망 등 귀한 가치를 지닌 것이 참 많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귀한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하였다.
치리와 깜이의 선택처럼 우리는 모두 스스로의 삶의 방식을 결정할 권리가 있지만,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스스로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하였다.
작가는 동화에서 다루기 힘든 투계에 대한 내용을 소재로 하였는데
투계에 대한 많은 지식을 갖고 있어야만 이런 동화를 쓸 수 있을 것이다.
싸움닭 치리를 통하여 자유와 가족 등 선택의 자유의지, 생명의 존엄성.
투경장, 가야리와 대나무골의 풍경 묘사도 탁월하다는 생각을 하게 하였다.
스토리의 구성과 흐름도 탄탄하여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였다.
배현정님이 그린 표지와 본문의 그림들도 모두 훌륭하였으며
아직 어리지만 내 두 손자에게도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싸움닭 치리 표지.
앞 날개에 소개된 지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