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교향악단 716회 정기연주회
2017.3.31. 금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프로그램:
베토벤 / <코리올란> 서곡 c단조, 작품 62
L. V. Beethoven / Coriolan Overture in c minor, Op. 62
베토벤 / 3중 협주곡 C장조, 작품 56
L. V. Beethoven / Triple Concerto in C Major, Op. 56
바이올린:강동석.
첼로 :조영창
피아노 :파스칼 드봐이용.
생상스 / 교향곡 제3번 c단조, 작품 78 `오르간’
C. Saint-Saens / Symphony No. 3 in c minor, Op. 78 `Organ“
지휘 : 요엘레비 (Yoel Levi)
* * * *
KBS교향악단의 연주를 오래만에 감상할 기회를 가졌다.
티켓값이 만만치 않으니 자연히 주머니가 얇은 나는
그냥 남의 일처럼 여기고 눈감고 귀막고 살아온 셈이다.
어쩌면 입으로만 음악감상을 좋아한 셈인지도 모르겠다.
티켓을 40%의 할인을 받을 수 있고, 한국의 대표연주가라고 할 수 있는
강동석과 조영창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기회라 생각되어 꼬리를 달았는데
배분된 티켓은 10층 7번 출구. 그것도 2줄 17번이었다.
자리에 앉고 보니 무대의 반쪽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머니머니해도 머니의 힘이 가장 큰데
내가 가진 것이 없는 무산자이니 금밖으로 밀려나는 건 당연지사.
그나마 5000여개의 파이프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을
위안을 삼으며 목을 길게 늘여뜨려 무대를 내려다 보았다.
그동안 단원들도 많이 바뀐듯 눈에 익은 단원도 드물었다.
지휘자도 악장도 모두 흰머리의 외국인들이었다.
우리 나라에 서양 음악이 들어온지 거의 100년이 될텐데 아직
지휘자와 악장을 외국에서 영입하여야 하는지 조금은 씁쓸한 기분.
첫째 곡은 베토벤의 코리올란 서곡.
고대 로마의 영웅 코리올란의 이야기가 담긴 극적인 서곡이란
해설이 붙었지만 코리올란이 어떤 인물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다만 현악기 파트의 선률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 곡은 베토벤의 3중 협주곡 C장조.
기대하였던 강동석과 조영창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며
무대를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내 몸은 자꾸만 앞으로 쏠렸다.
강동석의 바이올린 선률은 맑은 물이 흐르듯 유연하고 투명하였다.
여유로운 자세로 첼로를 끼고 앉은 조영창 머리에 어느새 하얗게 서리가 내렸다.
조트리오의 연주를 들을 적의 그 꽃미남의 모습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그런 상념에 잠긴 순간 비단실을 풀어 놓은 듯 펼쳐지는 첼로의 부드러운 선률.
내 심장에 걸쳐진 여러 가닥의 선들을 쥐었다 풀었다 하는 마법사같았다.
휴식이 끝난 후 마지막 곡은 생상스의 교향곡 3번 c단조.
기대하였던 연세대학교 교수 신동일의 파이프 오르간을 들을 수 있는 곡.
지난해 세종문화회관에서 문병석 파이프 오르간 연주회 다녀왔었는데,
그 때는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상상을 내 마음대로 하였던 것일까?
나는 현악기 파트의 뒷편 커다란 검은 병풍처럼 놓인 상자에 앉아서
오르간을 연주하리라는 것은 전혀 생각도 하지 못하고, 무대의 뒷편.
거대한 은빛 파이프 아래에 앉아서 연주할 것을 기다렸던 것일까?
파이프 아래 조명이 들어왔고 건반도 있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일것이다.
크고 작은 5000개의 관을 통해 들리는 선률은 웅장하고 신비로웠다.
지난 남미 대륙을 여행할 적 대성당마다 놓여 있어 눈에는 익었지만,
실재로 연주하는 파이프 오르간 소리는 듣기는 이번이 두번째일 뿐이었다.
역시 파이프 오르간은 악기의 제왕이라고 불릴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0시가 가까운 시간이지만 아무도 일어나지 않고 열렬하게 손뼉을 치는
관중들을 위한 앵콜 곡은 비제의 플랑드르(프랑스 남부지방 민속춤곡).
콘서트홀의 맨 위충에 앉은 나는 마치 서울에 놀려온 시골쥐가 천장에
숨어들어 몰래 엿듣는것 같았지만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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