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방

8월의 마지막 일요일의 관악산

푸른비3 2016. 8. 28. 20:13

2016,8,28.일.

끝날것 같지 않았던 무더위가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 후 거짓말처럼 물려났다.

물론 아직 늦더위는 남아 있겠지만, 8월 한달동안 우리를 괴롭혔던 열대야는 없겠지?

참으로 우리 인간은 간사한 동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연의 순리는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오고 떠나가는데 그걸 못 참고 야단이었으니....

 

새벽미사를 나서는 시각에는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덮혀 있었는데,

배낭을 매고 집을 나설 무렵에는 너무나 청명한 가을 하늘이다.

창으로 내다 보이는 강물빛도 여름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게 여름과 가을을 주신 하느님께 머리숙여 감사하고 싶은 마음이다.

 

사당역 5번 출구를 나와 산으로 오르는 길섶에 피어있는 나팔꽃이 반겨준다.

관음사를 비껴 가파른 비탈길을 오르니 벌써 도토리가 지천으로 덜어져 있다. 

덥다고 불평만 늘여놓는 동안에 자연은 이렇게 성숙한 시간을 보내었나 보다.

분홍빛 분꽃도 까만 꽃씨를 토실히 살찌우고, 달개비도 이제 떠날 준비를 한다.  

 

흙길은 얼마든지 걸을 수 있겠는데 나이드니 노파심에서 바위는 무서워진다.

암벽을 피하여 우회 산행을 하려고 하였는데 친구들의 격려로 용기를 내어본다.

등뒤에서 배낭을 밀어주고,  지팡이도 대신 받아주고,  어린아이처럼 자상하게

보살펴주는 이런 친구들이 있는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진분홍빛 들꽃이 사방에 지천으로 피어있어 야생화 책을 꺼내 비교하니

꽃의 모양과 잎의 모양이 참골무꽃과 딱 들어맞는다.

아무리 미천한 꽃이라도 꽃들도 자기의 이름을 불려주면 좋아한다고 하였다.

참골무꽃....잊지 말아야지....ㅎㅎ.

 

깃대봉을 지나 점심먹을 장소를 찾아 여러번 해매였다.

대장친구가 고향에서 가져온 황색조개로 양념을 버무린 조개 젓갈,

1등 세프 호국이가  정성껏 끓여주는 김치찌개와 떡꾹의 맛은

여지껏 먹었던 그 어떤 요리보다 가장 맛있는 요리였다.

 

가끔 가랑비가 흩날리기는 하였지만 정말 공기가 맑은 날인 모양이다.

병풍을 두른듯 한 서울 주변의 산들의 모습이 뚜렷이 손에 잡힐듯 가깝다.

남산타워. 63빌딩. 멀리 송도까지 보인다고 친구들이 너스레를 떨었다.

오늘도 산이 있어 산으로 오르고,  친구들이 있어 함께 할 수 있어 좋았다.

 

방긋 웃는 나팔꽃.

 

잠깐 목 좀 축이고.

 

손에 잡힐 듯 가까운 주변의 모습들.

 

 

 

 

 

 

가장 힘들었던 기댓봉 오르는 길.

 

 

 

 

 

 

드디어 도착한 깃대봉.

 

 

 

 

 

지천으로 피어있는 진분홍 꽃.

 

참골무꽃이었다.

 

 

강아지가 등으로 바닥에 드러누운 듯한 모양의 바위이름이 "드러누워 노는 강아지"

 

 

 

구름은 있지만 시야가 맑은 서울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