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5.8. 일.
5월 8일 어버이날.
친정 가족계 모임으로 이틀을 보내고
오롯이 나만을 위한 하루를 보내고 싶어,
신록이 반짝이는 관악산 공지에 꼬리를 달았다.
어버이날이어서 인지 사당역에 내리니
그 많던 등산객도 없고 담배꽁초만 수북히.
친구들이 보이지 않아 전화기를 들었더니
바로 건너편에 재황친구가 손을 흔든다.
모두 어버이날 부모 대접받느랴고 바쁜 보양이다.
나와 흥수, 재황 달랑 3명이다.
내가 꼬리를 안달았으면 오늘 산행은 취소되었을까?
재황이는 흥수와 단 둘이 시간을 보내라고 자리를 피해주겠단다.
무슨 소리?
그러면 나도 그냥 다른곳으로 옮겨 가겠다고 으름짱을 피우니
총총히 앞장을 선다.
걸음이 느린 나는 저만치 덜어져서 걷는다.
하긴 오늘이 어버이날이니 자식들이 찾아오겠지?
나도 아들내외가 가까이 산다면 오늘 와서 같이 보냈을까?
나는 아들에게 그림물감사게 10만원 온라인으로 보내라고 했다.
딸 아라는 화장품을 사주겠다고 햇는데 다 쓰고 나면 사라고 했다.
호젓한 산길을 걸으니 참 느긋하고 여유롭다.
산들바람에 뒤척이는 연한 녹색의 잎사귀는
햇빛에 반사되어 눈이 부시게 반짝인다.
어제 내린 비로 땅은 촉촉하고 부드럽다.
앞서가는 두 친구 나를 위해 쉬고 가자고 한다.
흥수가 초입 야채가게에서 산 참외와 바나나가 참 달다.
재황이는 칼로 쓱슥 참외의 껍질을 벗겨서 내게 먼저 내민다.
꼭지 부분에 홈을 파서 손으로 쥐기가 편한다.
흥수도 바나나를 내게 먼저 권하고
두친구는 바위가 타고 싶은데 내 부탁을 받아들여
쉬운 길을 택하고 사방사방 걷겠다고 한다.
아둥바둥 산에 올라갈 게 뭐 있느냐고 위로한다.
숲이 우거진 장소에 자리를 깔고 점심상을 준비.
오늘도 일찍 내려가서 매식하기로 하였으니
나는 밥도 없이 계란 부침과 부추무침. 흥수의 참외와 바나나.
재황이가 초입 가게서 사온 김밥을 펴 놓으니 이정도면 너넉하다.
하늘을 바라보니 오늘따라 하늘이 가을하늘처럼 맑고 높다.
하얗게 비행운이 생긴 하늘에 희미하게 오색 무지개도 떴다.
무지개 찍은 사진을 집에 있는 아라에게 카톡으로 보내고
사방사방 하산할 준비를 한다.
너무 짧은 산행이 아쉽기는 하지만 바위산으로 데려갈까 두려워
아무 말하지 않고 내려오니 소나무에 노란 송화가루 가득하다.
문득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던 박목월의 '윤사월'시가 떠 오른다.
흥수가 짖궂게 황사를 흔드니 노오랗게 황사가 피어 오른다.
사당역 근처에서 입가심하자고 하여 호프집에 가려나 하였더니
재황이가 횟집으로 가자고 하여 손사래치고 먼저 내려왔다.
오늘은 여자 친구는 나 하나뿐이니 여왕 대접을 해 주었다.
다만 신하가 두 명이라서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ㅎㅎ
* * * *
윤사월 - 박목월 -
송화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 집
눈 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고
엿듣고 있다
(펀 글)
고즈늑한 등산로 입구.
재황이 친구가 총초 앞장서 오른다.
철쭉은 어느덧 사라지고.....
분홍빛 병꽃이 활짝 피었다.
ㅇ이곳에도.....
깨긋한 화강석.
그 사이로 내려가는 두 친구.
시야가 맑아 멀리 인천 청라타운도 눈에 들어온다.
바위위에 등산객 몇 사람
나를 보고 건너편 바위를 보라고 소리치는 흥수.
언제 보아도 멋진 자태다.
하늘의 새털구름도 멋지고.
두 친구의 우정도 멋지고.
만년 소년 재황이의 미소도 일품이다.
어떻게 서면 날씬해보일까?
그냥 생긴대로 살아야지....
눈앞의 바위.
좀 더 당겨서.
아수라히 비행기가 날아간 자리에 생긴 비행운.
놀랍게도 그 아래에 오색 무지개띠도 보인다.
컵라면에 물을 부으니 진수성찬이다.
김밥, 계란부침. 부추무침. 참외. 바나나. 이만하면 임금밥상도 안 부럽다.
우람한 바위.
국기봉도 돌아서 가고.
철제계단을 내려오니.
지나온 산길을 되돌아보고.
바위앞에서 인증사진.
지나가는 등산객에게 부탁하여 단체사진.
한 장 더.
황사를 일으키는 두친구.
소나무는 꽃이 이쁘지 않으니 벌나비가 찾지 않고.
바람이 가지를 흔들어 수정해 준다.
자연의 섭리는 참 신묘하다.
못 생긴 여자는 누가 수정을 시켜줘야 할까?...
ㅎㅎ 혼자서 엉뚱한 생각을 하며 웃는다.
두 친구ㅡ오늘 여왕 대접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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