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5.2.오후 1시~오후 6시
꽃이 피는가 하였더니, 어느덧 꽃잎은 떨어지고
5월과 함께 신록의 계절이 우리곁을 찾아왔다.
그동안 행사가 겹쳐 제대로 걷지도 못하였는데
계절은 봄을 훌쩍 건너 초여름 날씨다.
봄은 짧기에 더욱 아쉽고 애틋한 것 같다.
지구의 온난화로 봄이 점점 더 짧아진 것 같다.
서암님이 진행한 서울 둘레길 마지막 코스라고 하여
모든 것 다 접어 두고 참석하겠다는 꼬리를 달고
전철 노선도를 펴고 둔촌역이 어디에 있는가 하고
한참이나 찾아보았더니 바로 옆동네 강동구에 있었다.
서울에 진입한지 6년차이지만
아직 서울 지리에 익숙하지 못하여
매번 헤매는 것은 그만큼 내가 어리숙하기 때문이리라.
모처럼 집에서 일찍 출발하여 시간전에 도착하였다.
1분 출구로 나오니 벌써 많은 회원들이 모여 있었다.
서암님의 모습이 보이기에 다가가 인사하였더니
이름을 기억하며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일일히 이름을 기억하는 것을 보면 머리가 좋으신 분인 것 같다.
이제 나도 여러번 참석하여 낯익은 얼굴들이 많아 졌지만
얼굴과 이름이 연결이 잘 되지 않아 매번 버벅거린다.
서로 이름을 불러 주어야만 더 친근한 마음이 드는 줄은 알지만
들어도 금방 돌아서면 잊어버려 미안할 때가 여러번이었다.
1시 정각, 눈짐작으로 60여명은 모인 듯 하였다.
진행자님의 출발신호와 함께 삼삼오오 줄을 지어 걸었다.
그제야 사진기를 가지고 오지 않았음을 알았다.
어쩌나....오늘은 그냥 눈으로만 즐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신록이 우거진 길을 걸으면서 도저히
눈으로만 느끼기에는 아쉽다는 생각.
호주머니에 든 스마트폰으로라도 찍어야겠다는 생각.
불과 한 달 전 푸르스름한 봄기운만 올랐던 나무들이 이렇게 신록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휴일을 맞이한 많은 사람들이 소풍을 나와
나무 그늘아래서 쉬고 있었다.
넓은 잔디밭이 있는 곳에서 빙 둘러서서 자기 소개를 하였다.
진행을 맡은 서암님은 이번 서울둘레길 마감을 기념하여
함께 한 여러 회원님들에게 시집 선물을 하셨다.
진행해 주셨으니 우리 회원들이 선물을 해야할텐데....
자기 소개를 하는 동안 내 눈길을 잡아 당기는 것은 바로 건너편에 핀 모란꽃.
소개가 끝나면 어서 가 보아야지....하고 가보았더니 모란이 한창이었다.
좀처럼 보기 귀한 흰모란도 피어 있었다.
이번에 같이 걸으면서 우연히 나와 동갑이라는 걸 알게 된 파니아님.
나는 나보다 한창 아래인 줄 알았는데....
아무튼 같은해에 태어났다는 동질감이 생겨 더욱 반가웠다.
하얀 철쭉꽃을 배경으로 활짝 핀 파니아님의 미소가 이쁘다.
철쭉꽃밭을 지나니 갑자기 시야가 툭 트인다.
이곳은 공동묘지인 모양이다.
이제 내가 가야할 날이 가까워서인지 무덤도 포근하게 여겨진다.
완주를 축하하는 상차림을 하였다.
케잌을 가져온 분, 여러 병의 양주에 김치 부침개.
리즈님은 집에서 직접 약식을 만들어 오셧다.
모두들 서로 격려하고 아껴주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케잌과 약식등으로 먹고나니 배가 불려,
내가 집에서 만들어 간 샌드위치는 꺼내지도 못하였다.
둘레길 안내도를 보고 내가 지금 어디를 걷고 있나 확인.
봄곷들이 한창이다.
나는 계속 걸어야 하므로 꽃을 살 수 없으면서도
그냥 지나치기가 아쉽기만 하다.
화분에 담긴 보랏빛 수국의 값을 물어보고는
아차....지금 우리집에 전시장에서 가져온 꽃들이 넘쳐나는데....
하는 생각으로 뒤로 물러셨다.
시장에 가면 반찬값은 아끼면서 꽃은 사들고 들어오는 여자이니....
화분에 담긴 이 자잘한 분홍빛 꽃을 사서 창틀에 걸어두면 참 좋겠다.
상상을 하며 부지런히 발길을 옮기는데 잘 전지된 붉은 연산홍이 또 발길을 붙든다.
가게 앞에 서 있는 주인에게 연산홍인지 철쭉인지 물어보고 돌아서는데....
조금 전 분명 앞서 가던 일행들이 깜쪽같이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내 눈을 의심하며 가슴이 방망이질하엿다.
금방 앞에 있엇는데...또 길을 잃고 혼자 가야하나....
이 표지판이 보이는 걸 보니 옆길로 난 생태공원에 들어간 모양이다.
에구구...다행이다. 살았다.
앞에가는 일행들의 모습이 어찌나 반가운지....
서울 도심 한복판에 이런 생태 습지가 잇었다니....
새삼 사진기를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이 안타까웠다.
다시 한번 사진기를 가지고 이곳을 찾아와야겠다.
그림 그릴 소재가 많을 것 같았다.
조금전 단체로 불렷던 <서울의 찬가>처럼
새삼 서울이 아름다운 도시라는 걸 느끼게 해주는 습지다.
줄지어 선 버드나무에서 하얀 꽃가루가 둥둥 떠 다닌다.
길섶에 쌓인 꽃가루가 마치 하얀 솜이불을 펼쳐 놓은 듯하다.
키 큰 나무들이 어깨를 겨누며 서 있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더 마음이 편안해진다.
생태공원 학습장에는 다음에 오면 들어가 봐야지....
바로 엊그제 매화꽃이 피었는데....
봉긋이 수줍은 듯 얼굴을 내밀고 햇살을 받고 잇는 매실들이다.
참으로 계절의 순환이 이렇게 빠를줄이야.....
꽃가루가 날리지만 우리 생활에 이로움이 더 많은 버드나무.
조그만 텃밭에 상추. 시금치를 가꾸는 사람들이 부럽다.
조그만 냇물이 흐르는 곳. 이곳이 성내천이다.
나무 그림자를 드리운 옅은 물살을 거스르며 헤엄치는 오리 가족이 사랑스럽다.
양옆으로 화단을 잘 조성하여 시민들의 휴식처가 된 성내천.
하얀 꽃이 핀 버드나무.
붉은 곷들에 눈이 익은 탓인지 하얀 철쭉의 색상이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감탄을 쏟으며 얼굴을 묻고 싶다.
하얀 왜가리인지?...백로인지....물가에 서있다가 날개를 펴고 날아간다.
2차 휴식처.
3차 휴식처에서 명에의 전당님의 열창이 이어지고.
벌써 보랏빛 등나무곷도 주렁주렁.
올해는 참 봄이 더디게 온다고 생각하였는데.....
갑자기 봄이 와서는, 한꺼번에
모든 꽃들과 잎들을 내어 놓아 정신이 어지러울 정도다.
오늘도 내가 본 꽃들을 다 모으면 산 하나는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비릿한 꽃냄새, 달콤한 곷냄새, 상쾌한 허브꽃 냄새....
꽃냄새 맡은 것만 하여도 술에 취한 듯 어질어질....
이렇게 꽃과 신록의 향기에 취하여 걷다보니 어느새 목적지 수서역 근처에 다달았다.
해단식을 하고 다음길에서 다시 만나기를.....
서암님, 수고하셨습니다.
일일이 이름을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눈길 마주치면 밝은 미소 보내준 회원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다음길에서 또 뵐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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