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브로큰
롯데시네마건대점.
2015.1.15.목 오후 3시
새해에 들어 처음 본 영화가 안젤리나 졸리가 감독한 언브로큰이었다.
지난 년말부터 한국 영화 <님하....>와 <국제시장>이 화제작으로 부상하였지만,
어쩐지 화제작보다는 언브로큰이라는 이 영화에 더 마음이 끌렸다.
언브로큰....부서지지 않은. 깨지지 않은. 지켜진.....이런 단어에 더 관심이 갔지 때문이다.
2시간이 넘은 조금은 지루한 느낌의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주인공 루이의 삶이 그렇게 부서지지 않고 다 지켜낸 삶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인데 주인공 루이 잠페리니(1917~ 2014)는
거의 한 세기를 살다가 지난해 세상을 하직한 거대한 감동의 주인공이었다.
영화의 메인 포스터.
모든 기적은 삶에 있다....라고 되어 있지만, 거꾸로 모든 삶에는 기적이 있다....라고 바꾸고 싶었다.
사진속의 커다란 침목을 어깨위에 올려 놓은채 일본인 상사에게 불굴의 정신을 보여 준 장면이 특히 진하게 가슴속에 남아있게 하였다.
이탈리아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작은 마을에 이민 온 부모님밑에서 자란 루이는
동네 친구들의 따돌림속에서 부모 몰래 술과 담배를 하는 반항아였다.
아버지는 그런 아들을 동네가 창피하다고 구타를 하기도 하였지만,
따듯한 어머니의 손길과 "견딜 수 있으면, 해낼 수 있다."라고 형의 격려로 마라톤을 시작한다.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은 아련한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나도 루이의 어린 시절 장면들을 보면서 전쟁 후의 너무나 빈곤한 우리의 형편과는
너무나 다른 부유한 나라의 모습이지만 포플라가 줄지어 서 있는 신작로의 풍경과
다정한 이웃과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서 밝은 빛으로 떠오르는 내 어린 시절을 연상하게 하였다.
형의 격려속에 마라톤 선수가 된 루이는 19세 최연소 선수로 베를린 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하여 승리를 거둔다.
2차 대전이 발발하여 공군에 입대하여 태평양 전투에 참가한다.
여자 감독의 작품이라 전쟁의 장면을 어덯게 찍었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겼는데
어느 전쟁영화 못지않게 훌륭한 전투장면을 재현하여 다시 그녀의 역량에 감탄하게 하였다.
정찰에 나선 루이는 비행기 사고로 태평양 상공에 추락한다.
여러명 중 단 3명만 살아 남아 물위로 떠 오른다.
살아남은 3명, 루이. 필. 맥.
망망대해를 고무보트에 의존하여 47일간 표류한다.
가금 정찰대가 지나가지만 너무나 높은 상공을 날기 때문에 그들의 존재를 확인하지 못한다.
그들은 공포탄을 쏘기도 하고 물감을 바다에 뿌려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려고 하지만 ....
그들은 하루하루 갈증과 허기로 죽음과 싸워야만 한다.
태양은 너무나 눈부셔 그들은 제대로 눈을 뜨지도 못하고 피부는 화상을 덴 듯 하고
입술도 하얗게 부풀어 오르지만 3명이 함께 서로 위로와 격려를 하면서 구조될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결국 맥은 보트안에서 죽음을 맞이하는데, 그들이 맥을 바다속에 던지는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그들은 신에게 무슨 듯이 있기에 이런 시련을 주는가 생각한다.
표류하는 장면을 보면서 문득 세월호 침몰이 머리속에 떠 올랐다.
세월호 배안에서도 틀림없이 이렇게 희망을 끈을 놓지 않고 구조를 기다린 학생들이 있었을 것이다.
루이 일행을 발견하지 못한 정찰기처럼 구조반원들이 발견하지 못한 희생자들 생각에 더욱 가슴이 북받쳤다.
긴 표류끝에 구사일생으로 일본군함에 의해 구조되어 오모리 포로수용소에 감금된다.
미국은 일본의 적이라고 말하면서 그에 대응한 처분을 받게 하겠다고 한다.
아무리 전쟁 포로라고 하지만 인간이 인간에게 이렇게도 잔혹하게 대할 수 있을가?....하는 의문을 생기게 하였다.
특히 일본이 상사 와타나베는 루이의 눈빛에서 반항적인 기질이 있다고 하면서 집요하게 괴롭힌다.
그를 그렇게 못살게 괴롭히던 와타나베는 승진을 하여 떠나는데.....
전쟁은 끝나지 않고, 폐허가 된 도시를 지나면서 많은 사상자들을 보면서 다른 수용소로 이송된다.
공교롭게도 이송된 나오에츠 수용소에서 또다시 와타나베를 만나게 된다.
루이는 포로를 괴롭히는 와타나베를 죽이고 자신도 자살하고 싶었지만,
전쟁에서 이기는 것은 끝까지 살아남는 것이다는 미군 상관의 격려로 잘 버텨낸다.
그러나 이 나오에츠 수용소에서의 생활은 너무나도 비참하다.
겨울이지만 거의 나체상태로 석탄을 캐고 운반하여야만 하였다.
제대로 식사제공이 되지 않아 비쩍 마른 몸에 검은 석탄가루로 뒤덮힌 몰록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와타나베의 괴롭힘은 멈추지 않았다.
작업장에서 다른 동료들에게 루이의 얼굴을 강타하게 하는 장면에서
정말 이럴수가 있을까?....하는 분노와 함께 너무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의 시각에서는 이런 장면이 절실하게 다가올 지 모르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이런 잔혹한 장면은 조금 생략하는게 더 진한 감동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힘들면서도 감동을 진하게 준 장면은
와타나베가 거의 뼈만 남은 루이에게 야적된 침목을 들게하는 장면이었다.
그 무거운 침목을 들기는 커녕 끌기도 힘든 상태였지만 불굴의 정신으로 번쩍 들여 올렸다.
그 놀라운 힘은 작업을 하는 동료 포로들의 힘내라 루이~! 하는 격려가 아니었을까?
마침내 전쟁은 끝나고 그들은 조국의 품으로 돌아온다.
루이도 고향으로 돌아와 반가운 가족과 상봉을 하고, 결혼하여 새로운 가정을 꾸민다.
그는 표류하였던 보트에서듸 맹세처럼 평생을 하느님의 사업에 동참하며,
일본인들과 화해와 용서를하고 80세에 평생의 꿈이었던 동경마라톤에 참가한다.
동경에 간 그는 그를 괴롭혔던 와타나베를 수소문하여 면회를 신청하였지만
와타나베는 끝내 나타나지 않아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고 지난해 돌아가셨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여 만든 영화였기에 더욱 마음에 진하게 다가온 영화였다.
힘든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희망을 잃지 말라는 위로를 해 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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