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와일드
2015.2.12.목.오후 3시
롯데시네마건대점.
다낭 여행 후 여행기를 쓰야 하고, 전시회 준비로 매일 바쁜 중에
친구의 소개로 <와이드>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다행히 집근처 롯데시네마 건대점에서 상영을 하고 있었다.
영화를 보기 전 어느 정도 정보가 영화감상에 도움이 되기에
검색을 해 보았더니 완전 내 취향의 영화였다.
가난과 폭력적인 아빠를 둔 가정에서 자란 셰릴은
이혼한 엄마와 동생이 함께 단란하게 새 삶을 살고자 하였으나
예기치 않은 엄마의죽음으로 모든 것을 포기한 상태이다.
마약을 하고 아무 남자와 잠을 자고....이런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정신과 의사와 상담도 받아보았지만 극복하지 못한다.
결혼을 한 남편 폴은 이런 아내를 이해하기는 하지만
이혼을 하고 그녀의 뒤에서 따듯한 격려와 함께 도움의 손길을 보낸다.
더 이상 이런 절망적인 삶을 계속할 수 없다고 깨달은 세릴은
자신을 극복하고 새로운 희망을 얻기 위해 여정을 떠난다.
자신의 몸무게보다 더 큰 배낭을 매고 남북 종단 트레이닝을 떠나는 세릴.
황량한 들판에 서있는 PCT 안내판.
퍼시픽 크레스틱 트레일.
평소에 트레이킹을 좋아하는 나는 이런 트레일 코스가 있다는 사실에 먼저 가슴이 설레였다.
아직 남한 종주도 못해 보았지만 언젠가 서해를 시작으로 남해를 거쳐 동해를 한바퀴
트레이킹하고, 이 과정을 성공한다면 멀리 산티아고 순례길도 돌아보고 싶은 게 내 꿈이다.
이 꿈을 이루고 싶은 마음에 나는 틈만 나면 산으로 오르고 둘레길 걷기도 열심히 참가한다.
요즘 어디를 가나 둘레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
우선 우리나라의 둘레길만 걸어보아도 좋으련만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내 현실에서 미국 트레이킹이 가능하기나 한가?
그래도 역시 이 영화를 보는 순간 가슴이 설레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26살의 세릴을 엄마를 잃은 슬픔을 극복하고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 횡단을 결심한다.
거대하고 험난한 자연. 야생동물의 위협. 사람의 흔적도 없는 고독한 곳을 걸으면서 셰릴은 과거를 회상한다.
험난한 산악지대를 통과하는 셰릴.
PCT여정은 멕시코와 캐나다 국경을 횡단하는 4285킬로미터의 여정이다.
25개의 국유림. 6개의 국립공원이 있는 이 곳은
거친 등산로, 눈덮힌 고산지대. 9개의 산맥. 광활한 평원과 화산지대가 그녀가 걸어가야할 코스다.
평균 152일이 걸리는 극한의 보도 코스로 <악마의 코스>라고 불린다.
많은 사람이 도전하지만 일년에 겨우 125명 정도가 성공을 한다.
그 험난한 여정을 여린 여성의 몸으로 94일에 완주를 한다.
자연이 주는 기쁨과 용기, 아름다음을 발견하면서 인생을 새로 시작할 힘을 얻는다.
폭력적인 아버지의 구타를 받으면서도 삶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 엄마 바비.
그 엄마의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은 셰릴.
엄마는 지독한 상황속에서도 꿈과 희망을 잃지 않는다.
그런 폭력적인 아빠와의 결혼생활을 후회하지 않느냐는 셰릴릐 질문에
그래도 너와 동생을 얻었으니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녀는 45살의 늦은 나이에 다시 대학에 등록하여 딸과 함께 공부를 한다.
그런 그녀에게 암이 찾아오고 그녀는 결국 투병속에서 저 세상으로 떠난다.
자신의 희망이자 버팀목이었던 엄마를 잃은 셰릴은 극도로 실망하여 자기포기상태에 이른다.
길을 가다가도 문득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울부짖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함께 눈물흘렸다.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 갈 위기도 극복하고....
그녀가 가는 여정지에 세워진 방명록에 흔적을 남긴다.
"몸이 그대를 거부하면 몸을 초월하라." 이런 방명록을 남긴 그녀의 뒤를 따라나선 그렉을 우연히 강가에서 만난다,.
사막지대도 통과하고 눈덮힌 고산지대에서도 그녀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우연히 여자 순례자를 만난 셰릴은 오래만에 서로에게 따뜻한 동지애를 느낀다.
그 여자가 그렉은 눈덮힌 고산지대에서 내년을 기약하며 포기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녀는 다시 혼자의 순례길을 나선다.
순례길에 우연히 들린 도시에서 거리 공연을 하는 아티스트를 만나고.
공연이 끝난 후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한 몸ㅇㄹ 이룬다.
배낭의 무게에 짓눌린 셰릴의 몸에 생긴 상처를 혀로써 핥아주는 베드 신 장면이 퍽 인상적이었다.
눈덮힌 삼엽수림에서 우연히 앞을 막아서는 투명한 눈동자를 가진 여우의 모습에 경이로움을 느기기도 하지만,
이렇게 문득 마주치게 된 사냥을 다니는 두남자앞에서 위협을 느끼기도 한다.
젊은 여자가 혼자서 텐트를 치고 자는 것을 알게 된 남자들은 욕망이 앞을 가렸을 것이다.
다행히 그 위기를 벗어난 그녀는 울면서 달아난다.
트레킹을 하고 싶지만 이런 일에 부딪히면?....하는 생각에 더 움츠려든다.
숲속에서 만나는 남자들은 짐승보다 더 위협적이 아닐까?
눈덮힌 고산지대도 무사히 통과하는 셰린.
엄마의 자랑스러운 딸로 되돌아 가기위해 극한의 여정을 나선 셰린은
이런 험난한 자연적인 환경을 무사히 통과한 후 종주에 성공한다.
그 후 그녀는 재혼을 하여 아들을 얻고, 몇년후에는 엄마의 이름을 붙인 딸도 얻는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셰린의 역활을 맡은 주연 배우 리즈 위더 스푼이 제작을 하였다.
우연히 이 책을 읽고 제작하기로 결심한 그녀는 실제 주인인 세린을 수소문하여 찾아
영화화 하기를 설득하고 촬영장소에 실제 주인공인 셰린도 함께 참석하였다고 한다.
“그녀의 이야기는 나를 울고, 웃게 만들었고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이 지구상에서, 야생에서 우리가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 알게 해주었다.
그와 동시에 우리가 자연과, 그리고 서로와도 연결되어 있고,
더 커지고 강해지고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사실도 보여주었다”며
<와일드> 제작에 대한 감회를 전했다.
이 영화에서 가장 기대하였던 것은 내가 직접 가 볼 수 없는 PCT트레이러 코스엿다.
영화 제작 노트에 의하면,
"가능한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협회의 협조를 얻어 PCT와 그 인근에서 촬영을 진행했으며,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에 이르는 PCT와 미국 서부를 아우르는 촬영 대장정 덕분에
<와일드>는 25개 국유림과 7개의 국립공원, 모하비 사막과 투올럼니 초원,
후드 산과 레이니어 산의 화산 지대, 크레이터 호수의 숲,
그리고 오리건에서 워싱턴 주에 이르는 컬럼비아 강을 지나는 신들의 다리까지
정말로 다양하고 멋진 풍경들을 영화 속에 담아냈다. " 하였다.
덕분에 나는 영화관에 앉아서 사막지역과 초원지역을
주인공과 함께 트레이킹 하는 기분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광활한 눈덮힌 사막에서 만난 노란털을 가진 여우가 어찌나 이쁘던지....
생떽쥐페리의 <어린왕자>속에 나오는 여우가 바로 그런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속에 잔잔히 흐르는 음악 <철새는 날아가고>는
바로 이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음악이 아닐까? 싶게 이 영화속의 배경과 잘 어울렷다.
셰릴이 황량한 초원을 지날 때 , 눈 덮힌 사막을 걸을 때도 이 선률은 끊임없이 흘렸다.
마치 슬픔에 젖은 내 가슴을 조용히 위안해 주는 듯한 선률이었다.
영화를 보기 전 막연하게 긴 여정을 트레이킹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얼마나 허황하고 무모한 생각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무거운 배낭을 매고 다닐 체력도 되지 않을 뿐더러
세 달이 넘는 기간을 집을 떠날 자신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영화가 끝나고도 벅찬 감동으로 선뜻 일어설 수 없었다.
비록 내가 갈 수 없는 길이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마치 내가 주인공과 함께 트레이킹을 하는 듯한 대리적 만족감을 주었다.
좋은 영화란 감상자에게 감동을 전해주는 이런 영화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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